[사설] 불신임투표 이후의 KBS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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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신임투표 이후의 KBS를 주목한다
  • PD저널
  • 승인 2009.06.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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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MB 정권이 자행한 인사 전횡 중의 극치는 KBS 정연주 사장의 축출과 뒤이은 이병순 사장의 기용이다. 권력은 갖은 수단으로 KBS이사회를 장악하고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수법으로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사장을 전격적으로 몰아냈다. 그리고 ‘관계기관대책회의’ 끝에 최초의 자사출신이라는 새 사장을 낙점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KBS에서 목도한 것은 보복성 및 보은성 인사, 개혁적 프로그램의 개폐, 일부 진행자의 도중하차 등이었다. KBS의 독립성을 지키려던 사원들은 징계를 받거나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퇴출되었다. 시나브로 시청률은 떨어졌고 시청자들이 이탈해 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KBS가 변한 것인가 혹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인가. 이런 논의를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엄혹했다. 차제에 방송판을 근본적으로 흔들기 위한 정권의 미디어법 공세가 시작되었다. 박연차 리스트, 장자연 리스트, 용산 참사, 신영철 대법관 보도 등은 정권의 노림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엄청난 충격파가 밀어닥쳤다. 입장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도 있겠으나 국민장 기간 동안 KBS의 뉴스와 프로그램은 심상치 않았다. 진정성 있는 추모도, 사태에 대한 적확한 진단도 부재했다. 국민 정서와의 상당한 격차가 노정되었다. 6월 항쟁 이후 근 22년 만에 취재진이 현장에서 삿대질과 멱살잡이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일부터 이틀간 KBS PD협회가 실시한 불신임투표 결과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이 투표에서 편성본부장, TV본부장, 라디오본부장 등이 압도적인 표차로 불신임을 당했다고 한다. 투표에는 PD협회 소속 피디 816명 가운데 555명(68%)이 참여했다. 응답한 PD들의 86.85%는 ‘이병순 사장이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답했다.

불신임 투표 이후 KBS 경영진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또 끓어오르는 분노의 실체를 확인한 KBS 구성원들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양방의 선택은 미구에 수신료, 미디어법 등 현안에 영향을 미치고 장차 KBS의 정체성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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