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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원천봉쇄 시도…이정희 민주당 의원 실신, 긴장 고조

6·10항쟁 22주년 기념일인 10일 서울광장의 아침은 긴장 속에 밝았다.

‘6월 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를 위해 지난 9일 오후 4시부터 노숙 농성에 돌입한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들은 이날 오전8시경 1톤 트럭 7대 분량의 무대장비를 설치하려 했으나, 이날 행사를 불허한 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 측은 견인차를 이용해 무대장비를 실은 트럭을 견인하려 했지만, 강기정 민주당 의원과 대한문 앞에서 7일째 단식 농성 중인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이를 가로막았다. 몸싸움 과정에서 이정희 의원이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다.

▲ 10일 ‘6월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이 예정된 서울광장의 사용을 경찰이 불허하고 있는 데 대해 한 시민이 항의를 하고 있다. ⓒPD저널

경찰은 트럭 1대를 견인했고, 나머지 6대에 대해선 “서울시와 협의하라”고 해둔 상황이다. 그러나 경찰병력은 여전히 서울광장 앞에 머물러 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시의 시설보호요청으로 경찰이 병력을 보낸 만큼, 오세훈 시장을 만나 무대 설치가 가능토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어 서울광장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광장 사수’를 결의했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광장은 소통과 대화의 장소이자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면서 “광장을 여러분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범구 대외협력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광장 입구에서 막혀있다”며 광장 사수 결의를 밝혔다.

민주당은 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를 초청, 오전 11시부터 서울광장에서 ‘6·10항쟁과 광장의 의미’ 강연을 개최했다. 한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22년 전 이 자리에서 호헌철폐와 직선제 쟁취를 외쳤다”며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무너트리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서울시와 민주당 등의 협의를 지켜본다고 하면서도 서울광장 주변에 경찰력을 배치하고 차벽을 설치하려 시도,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홍구 교수의 강연 시작 10분여가 흘렀을 때 경찰은 우선 차량 2대를 서울광장 주변에 주차시키려 했으나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차를 뺀 후 경찰들을 인도 위까지 배치했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10일 서울광장에서 ‘6.10 항쟁과 광장의 의미’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오전 6·10 범국민대회를 위해 서울광장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참여연대의 긴급구제 신청을 각하했다. 인권위는 “현재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논의 중인 만큼 사안이 중복된다. 참여연대의 안건을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날 범국민대회에 대한 정부 여당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22주년 6·10항쟁 기념식에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민주주의가 열어 놓은 정치 공간에 실용보다 이념, 집단 이기주의가 앞서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6·10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은 좋지만 과거회귀적인 투쟁일변도의 행위는 정말 시대착오적이다”라면서 “애써 마련된 민주 전당을 외면하고 길거리 정치에 외면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정말 딱하기 짝이 없다. 언제 고질적인 가투습성을 버릴지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등 각종 민생현안이 산적함에도 불구, 민주당이 또 다시 길거리 정치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재야세력이 주도하는 장외집회에 전 의원이 동참한다는 것은 민생경제보다는 사회갈등을 부추겨 정국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정략적 행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과 여당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수많은 민주열사들의 생명, 국민의 희생과 바꾼 민주주의를 이렇게 단시간 내에 무너뜨린 장본인이 누군가. 국민 앞에 부끄러워해야 한다”면서 “이명박 정권이 민주화 영령들을 진정으로 추모하고 감사할 생각이 있다면 당장 서울광장을 개방,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오 성공회대성당에서 열리는 ‘6월항쟁 계승과 민주회복을 위한 범국민대회 기념식’에 참석한 뒤 오후 2시 자체적으로 문화제를 진행한 후 범국민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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