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광고보게 하는 것은 거대 방송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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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광고보게 하는 것은 거대 방송의 횡포”
방통심의위노조, 간접광고 반대 성명 발표
  • 이선민 기자
  • 승인 2009.06.11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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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방송프로그램의 간접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이하 방통심의위노조, 지부장 한태선)가 이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방통심의위노조는 10일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간접광고에 있어서 상표나 상호의 단순 노출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광고효과를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인 설정이나 불필요한 에피소드를 삽입해 프로그램 내용을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간접광고 위반으로 제재조치를 받은 MBC 아침드라마 ‘하얀거짓말’ⓒMBC

이어 "혹자들은 동남아 등지의 한류현상을 우리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간접광고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한류는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여 우리 기업과 제품 전체에 대한 선호도, 인지도 향상에 활용되어야 하지, 고작 몇몇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한류의 효과를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방통심의위노조는 “한류의 지속을 위해서는 질 좋은 프로그램 제작이 우선이라고 볼떄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간접광고는 더더욱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방통심의위노조는 "시청자에게는 볼권리 뿐만 아니라 보지 않을 권리 또한 있다"며 "광고가 싫어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 내에서 강제로 광고를 보게하는 것은 거대 방송의 횡포"라며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지상파방송 만큼은 상업성으로 무장된 프로그램들로 채워져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 다음은 방통심의위노조의 성명 전문이다.

간접광고, 소리소문 없이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정부 여당에서 방송프로그램의 간접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동 안건이 ‘규제개선과제’라는 이름으로 차관회의(6.11)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에 관심을 갖는 언론이나 시청자단체는 거의 없다. 국회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조차 신문방송 겸영 허용,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과 같은 ‘현안’에 밀려, 간접광고 허용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위해 수십년간 지켜왔던 가치가 사회적 합의과정 없이 무참히 훼손되는 것을 정작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간접광고에 있어서 상표나 상호의 단순 노출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광고효과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인 설정이나 불필요한 에피소드를 삽입하여 프로그램 내용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드라마의 맥락상 주인공들이 굳이 가지 않아도 될 음식점이나 영화관에 가고, 굳이 먹지 않아도 될 피자를 먹으며 맛있다고 하고, 괜히 실내에서 유명상표의 모자까지 쓰고 있다. 난데없이 스팀청소기를 사용하면서 “좋은 세상이야”를 연발하는 이러한 ‘생뚱맞음’이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고 시청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간접광고를 피하기 위한 프로그램 내에서의 잦은 모자이크 처리가 오히려 시청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난 2005년 당시 방송위원회는 비의도적인 일회성 단순노출, 제작과정에서의 불가피한 노출 등 시청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노출은 이미 허용한 바 있다. 문제될 것 없는, 하지 않아도 될 모자이크 처리를 방송사가 굳이 하는 이유는 ‘광고료’가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을 내지 않으면 절대 광고해주지 않겠다는 속내는 감추고, 마치 간접광고 규제 때문에 프로그램이 지저분해진다는 듯 시위라도 하고 있는 형국이다.

혹자들은 동남아 등지의 ‘한류 현상’을 우리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간접광고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류는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여 우리 기업과 제품 전체에 대한 선호도․인지도 향상에 활용되어야 하지, 고작 몇몇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한류의 효과를 축소시키는 것이다. 더욱이 한류의 지속을 위해서는 질 좋은 프로그램 제작이 우선이라고 볼 때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간접광고는 더더욱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현 정부에서 득세하고 있는 시장원리주의자들은 간접광고로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면 시청자들이 외면할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율규제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막장드라마’ 처럼 방송에 있어서 시장원리가 만능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어려운 방송산업을 살리기 위해 허용하자는 주장은 차라리 솔직하지만, 간접광고가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방송광고시장이 위축될 것이기 때문에 방송사의 전체 수익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사례를 들면서 간접광고 허용이 세계적 대세인 양 강변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철저한 상업방송 체제인 미국을 제외하고, 도대체 어느 선진국가에서 간접광고를 허용하고 있는가?

시청자에게는 ‘볼 권리’ 뿐만 아니라 ‘보지 않을 권리’ 또한 있다. 광고가 싫어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 내에서 강제로 광고를 보게 하는 것은 거대 방송의 횡포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지상파방송 만큼은 상업성으로 무장된 프로그램들로 채워져서는 안된다. 위기의 방송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거나 협찬규제를 완화하는 편이 낫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광고와 프로그램의 명확한 구분이라는 지난 수십년간 유지된 기조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방송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다수 선진국가에서 규제하고 있는 간접광고를 허용하는 문제는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상업광고가 혼재된 프로그램들 앞에 무방비로 노출될 시청자의 피해와 훼손된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이라는 가치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간접광고, 절대 소리소문 없이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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