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외주프로그램 작가들도 ‘PD집필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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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175명 성명 … “구성작가들 제작 거부하면 동참”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KBS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외주사에 근무하는 작가들은 12일 성명을 통해 KBS 구성작가들의 PD집필제 전면거부를 지지하고, 이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할 경우 이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KBS 외주 프로그램 집필 작가 175명은 “KBS의 작가퇴출 음모인 PD집필제를 전면 거부하고, KBS 구성작가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갈 경우 결원에 대한 집필 요청이 있어도 해당 프로그램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KBS가 느닷없이 작가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선 이유는 비정규직인 작가 원고료를 통해 누적 적자를 일부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라며 “KBS의 적자는 작가 원고료나 외주 제작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줄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KBS는 무작정 제작비를 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작가들은 “PD집필제를 통한 작가 퇴출은 더 이상 작가들의 도움 없이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오만과 망상 때문”이라며 “작가에게 원고 집필권을 빼앗는 행위는 모든 작가를 ‘저작권’을 가진 전문 방송인력으로 대우하기보다 PD들의 작업을 도와주는 보조 인력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KBS 구성다큐 작가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
KBS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사에서 근무하는 작가 일동은 <피디집필제>에 반대하고 <작가 퇴출음모>에 결연히 투쟁을 선언한 KBS 구성다큐 작가들을 적극 지지하며 이들과 행동을 같이 할 것을 선언한다. KBS는 즉각 <피디집필제>를 철회하라. 만약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KBS 구성 다큐 작가들이 집필거부에 들어갈 시 외주사에서 KBS에 납품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구성 다큐 작가 일동은 이에 동참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왜 KBS 구성다큐 작가들과 행동을 같이 하는가

- KBS의 <피디집필제>는 전체 구성다큐작가 죽이기의 출발점이다.
KBS는 피디 제작능력 강화를 내세우며 <피디집필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피디의 제작능력은 단지 원고 집필로 평가받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KBS는 <피디집필제>를 강제 할당형식으로 정책적 제도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지속 확대될 경우 30여년간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구성다큐 작가들의 설 땅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 KBS의 <피디집필제>는 내부 작가뿐 아니라 외주사 구성다큐 작가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KBS가 느닷없이 작가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겉으로는 피디의 제작능력 강화지만 그 속뜻을 살펴보면 단연 KBS의 누적적자를 비정규적인 작가 원고료를 통해 일부분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가을 개편과 봄 개편에 각각 10%씩 원고료를 강제 삭감했다. 또한 <피디집필제>를 통해 작가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현재 11개 프로그램 이외에 가을 개편에 ‘소비자 고발’ ‘생로병사의 비밀’ ‘다큐3일’에도 <피디집필제>를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구성다큐 작가들을 극도의 저임금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러한 행태는 KBS 외주 제작 프로그램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KBS는 6개월 사이에 외주 제작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20%이상 삭감했다. 외주사 작가들의 원고료는 KBS가 아닌 외주제작사와 협의할 내용이나 전체 제작비가 삭감되는 와중에서 원고료를 지켜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KBS의 적자는 작가 원고료나 외주 제작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줄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임에도 KBS의 무작정 제작비 줄이기는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피디집필제>가 확대될 경우는 외주제작사에도 작가 줄이기 작가 퇴출을 강요하게 될 수 있다. 작가 퇴출은 KBS 만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작가 전체의 위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 구성다큐 작가는 단순 보조인력이 아니다. 전문방송인력으로서 구성다큐 작가의 명예를 수호한다.
KBS가 <피디집필제>를 통해 작가 퇴출을 단행하는 데에는 더 이상 작가들의 지원이나 도움 없이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오만과 망상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프로그램의 질보다는 당장의 몇 푼 안되는 원고료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KBS는 드러내놓고 ‘작가퇴출’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누가 작가를 다 나가라고 했는가’라고 도리어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예측할 수 있다. 작가에게 원고 집필권을 빼앗는 행위는 곧 모든 작가를 ‘저작권’을 가진 전문 방송인력으로 대우하기 보다 피디들의 작업을 도와주는 보조인력으로 취급하려는 것이다. 자료 찾아주고 심부름 해주고 피디가 힘들어하면 구성안 작성을 대신해주는 보조 인력. 이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작가의 노동력은, 작가의 능력은 모두 가져가고 최소한 작가에게 주었던 ‘방송 전문인력’으로서의 명예와 자부심 프로그램 기여도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우리는 <피디집필제>를 전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KBS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외주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 다큐 작가들은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 KBS의 작가 퇴출 음모인 <피디집필제>를 전면 거부한다.
- KBS 구성다큐 작가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갈 경우 방송사에 결원이 생겨 집필 요청이
있어도, 모든 작가들은 해당 프로그램에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

2009.6.12
KBS 외주 프로그램 집필 작가 175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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