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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격·공회전 책임 떠넘기기 ‘눈살’

끝내 100일간의 공염불이 될 것인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의 활동 종료일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위원장과 3당 간사들의 협의 끝에 오는 25일로 열흘 늦춰졌지만, 당초의 활동 종료일인 오는 15일 파국은 불가피해 보인다.

출범 직후부터 논란이 됐던 여론조사 실시 문제에 대해 97일의 시간 동안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특정 위원에게 전가하는 등의 날선 감정 대립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공회전 미디어위…파행 책임 떠넘기기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위 전체회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3주 동안의 공회전과 파행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여당 측은 지난 9일 운영소위에 불참했으며, 앞서 지난 5일 전체회의는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측 위원들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진행했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의 강상현 위원장(연세대 교수)은 회의 시작과 함께 유감을 표시하면서 지난 9일 민주당 측이 정한 △대전공청회(17일) △지역통합토론회(19일) △수용자 인식조사를 포함한 여론조사(19~21일) △워크숍(22~23일) △보고서 작성(22~24일) 일정을 여당 측이 수용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물었다.

그러나 여당 측은 전체회의와 운영소위 파행에 대한 강 위원장의 유감 표시에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는 정례화 된 일정”(최홍재 위원·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금요일 전체회의는 미디어위 출범 직후 전체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운영소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일방적인 게 아니었다”(최선규 위원·명지대 교수) 등 일제히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황근 위원(선문대 교수)은 “강 위원장은 애초부터 지난 5일 전체회의에 참여할 뜻이 없었다. 확인 결과 같은 날 있었던 대전 케이블TV 컨퍼런스 패널 참여를 이미 두 달여 전에 확정한 상태였다”며 성실성에 대한 의심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고, 민주당 측으로부터 “위원장의 신상을 까발리는 듯한 발언은 안 된다”(이창현 위원·국민대 교수), “미디어위로 인해 행사 참여 (취소)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해 뒀다. 딴죽 걸듯 하지 말라”(강상현 위원장) 등 반발을 샀다.

▲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와 강상현 연세대 교수<사진 왼쪽부터> ⓒ공공미디어연구소
민주당 측의 일정 제안에 대해서도 여당 측은 “지난 5월 22일 인천공청회 이후 운영소위에서 합의한 추가 일정들인데, 이 부분은 야당 측 간사인 이창현 위원이 철회한 사안”(황근 위원), “오는 25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보고서를 내려면 아무리 늦어도 오는 23일까진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해야 한다. 대전공청회·지역통합토론회 등은 이달 16~17일까진 끝내야 한다”(최선규 위원) 등의 이유를 제시하며 반대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보고서를 만드는 게 미디어위의 목적이 아니다. 언론관계법에 대한 여론 수렴을 제대로 하는 것”(최영묵 위원·성공회대 교수), “언론관계법에 대해 국민의 60~70%가, 기자·PD·학자의 70~80%가 반대하고 있고, 최근 잇따르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에서도 언론자유의 기반을 허무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위 마지막으로 조사해보고 반대 의견이 정말 많다면 ‘국민과 전문가 대부분이 반대하니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합의를 도출할 수도 있다”(이창현 위원) 등 여당 측의 주장을 맞받았다.

“최상재·양문석 위원 오면서 미디어위 논의 겉돌아”

논박이 이어지자 강 위원장은 1시간 동안 정회를 선언, 민주당 측의 제안에 대해 여당 측의 입장을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회의 속개 후 여당은 △대전공청회+지역통합토론회(15~17일) △워크숍(18~19일) △보고서 작성(20~21일) 및 최종 검토(22~23일), 서명(25일) 등의 수정 일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수용자 인식조사를 포함한 여론조사는 시간 부족을 이유로 일정에 포함하지 않았다.

최홍재 위원은 “우리가 제안했던 매체영향력 조사(안)의 세부 문항은 230개 정도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문의한 결과 ARS 전화여론조사가 아닌 1대 1 면접조사로 이뤄질 수밖에 없고, 수도권 거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할 경우 조사(10일)·데이터 작업(4일) 등에 2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 측 박민 위원은 “매체영향력 조사와 관련한 설문 초안을 제시했을 때 한나라당 스스로도 문항이 너무 많기에 조정이 필요하다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초안을 기준으로 시간상 불가능을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지 않나. 여론조사에 대해 얘기조차 않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라고 따졌고, 최영묵 위원 역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여론조사 방식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여론조사 실시 여부가 논란이 되자 여당 측 김우룡 위원장(한양대 석좌교수)은 “지난 5월 17일 여론조사 부분에 대해 여당 측은 불필요하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바람직한 보고서 작성에 열성을 쏟을 때다. 여론조사 문제는 재론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근 위원도 “우린 여론조사를 이미 거부했다. 거절한 사람들에게 계속 논의하자는 건 굉장히 모욕적이다. 우리보고 태도를 바꾸라는 건가”라고 따졌다.

일련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 측 최상재 위원(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한나라당 5월 16일 여론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같은 달 22일 우린 다시 요구를 했으며 운영소위를 통해 수용자 인식조사를 포함한 여론조사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시간상 이유로 여론조사를 못하겠다 하니 다른 방식의 여론조사를 하자고 제안하는 게 아닌가. 뭐가 모욕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우룡 위원장은 “여론조사건 실태조사건 수용할 수 없다. 지금까지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해서 보고서를 쓰자. 더 이상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면 좋겠다. 법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할 시간도 부족한데 5월에 최상재·양문석(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위원이 오면서 운영 문제를 놓고 계속 뭐라 한다. 진정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여론조사를 문제 삼아 시끄럽게 하자는 게 아닌가”라며 일련의 파행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 측 일부 위원에게 묻기도 했다.

“이한열 열사 어머니 ‘미디어법 반대’ 피켓…정치캠페인”

또 “6·10 민주항쟁 기념식 때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가 미디어법 반대 피켓을 들고 있었다. 전문가인 저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 부분으로 일반 국민은 (법안에 대해) 잘 모르지 않나. 정치캠페인이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마찬가지다. 정치캠페인에 편승하듯 위원회 활동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측 양문석 위원은 “그게 바로 여론이다. 정치캠페인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현업 언론인과 언론학자 등 전문가로 평가받는 사람들조차 3대 7의 비율로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은 안 된다고 말하지 않나. 일련의 상황에도 불구, 정치행위니 정치캠페인이니 하면서 부정적인 개념으로 폄훼하면 어떤 논쟁도 불가능하다”고 맞받았다.

여론조사 실시 문제 등을 놓고 여야 위원들의 인신공격, 감정 대립 등이 계속되자 여야 공동위원장은 “민주당의 제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역제안이 있었으니 각자 논의를 좀 더 해본 뒤 오는 1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최종적으로 입장을 확인하자”고 정리했다.

미디어위의 활동이 15일에 파국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측 위원들은 “여론수렴 기구가 여론수렴의 방법을 지금까지도 합의 못한 만큼 이후 어떤 논의를 해도 의미가 없다. 양당 입장을 개별적으로 정리, 공식회의를 마무리하는 게 순서인 것 같다”(최영묵 위원), “무엇을 더 합의하고 논의해야 하나. 여론조사를 않는 게 신념이라고 하지 않나”(양문석 위원) 등 회의적인 입장을 전했으며, 여당 측 변희재 위원(실크로드CEO포럼 회장) 역시 “당초 일정인 6월 15일까지만 활동할 것”이라며 이날 회의 도중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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