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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18은 금남로를 떠나라
기정현<광주·전남민주언론운동협의회 회원>
  • 승인 1997.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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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17년 동안이나 광주 금남로에 갇혀 햇빛을 보지 못했던 그날의 핏빛 함성이 이제야 한줄기 빛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올해 5월은, 80년 5월을 기억하는 우리들의 가슴에 눈물을 고이게 했다. 그러나 그 눈물은 기쁨의 그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가슴에 걷히지 않는 앙금을 남기는 것은 ‘언론의 무성의’와 ‘무책임’ 때문이다.5·18이 17년만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으나 언론은 80년 그날의 침묵과 왜곡보도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 신문의 경우 5월 17일부터 19일 사이에 5·18관련 사설을 게재한 신문은 중앙지의 경우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등 6개. 광남일보, 광주일보, 광주매일, 무등일보, 전남매일, 전남일보 등 광주·전남지역을 제외하면 지방지의 경우는 부산일보만 거의 유일하게 사설을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그날’의 보도에 대한 언급과 성의 있는 자기반성은 없었으며, 5·18에 대한 재평가를 강조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대부분의 이지역 신문들은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있는 5·18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5·18묘역의 국립묘지 승격, 관련자들의 국가유공자 지정문제 등을 지적하고, 정치권 일각의 ‘전·노 사면론’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였다.또한 5·18 법정기념일 제정 첫해를 맞아 방송 3사는 기념식 전국 생중계 방송 외에 이렇다할 기획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아 국민적 실망을 낳았다. kbs는 18일 당일 5·18 관련 기획프로그램을 한편도 편성하지 않았으며, mbc도 기존 프로그램인 「일요음악회」를 「5·18기념음악회」(5·18기념재단이 광주에서 주최) 녹화방송으로 채우는데 그쳤다. sbs 역시 5·18관련 기획편성이 전혀 없었다.이같은 방송 3사의 획일적 ‘무성의’에 그동안 5·18 법정기념일 제정을 추진해 온 관련단체와 뜻있는 국민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5·18 관련자료가 한정돼 소재가 바닥이 났고, 제작비만큼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기획특집 마련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kbs와 mbc 제작관계자의 말은, 방송사의 무성의와 방송에서의 5·18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그러나 지난 3일, 송언종 광주시장이 전국 91개 신문·방송·통신사에 발송한 협조공문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송 시장은 “역대정권들이 의도적으로 5·18의 진상규명을 외면해왔을 뿐 아니라 이를 은폐·축소·왜곡해 국민들 사이에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이제는 누구보다도 먼저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5·18의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 다시는 참담한 비극이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경종을 울려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언론이 5·18 자료를 구하기 어려울 것을 감안해 광주시청에 5·18자료실을 마련, 국내뿐 아니라 일본, 캐나다, 미국 등지로부터 다량의 새로운 자료를 확보했거나 수집해놓고 있다.”고 해 언론의 ‘자료탓’을 무색케 한다.중앙의 방송3사와는 달리 kbs광주총국에서는 다큐멘터리 「5·18은 가슴속에, 민주화를 온누리에」, 광주mbc는 5·18 최후의 수배자 윤한봉 씨를 소재로 한 다큐드라마 「밀항탈출」, kbc는 「생방송 뉴스포럼 1199」에서 5·18기념동지회 회원들과의 대담과, 「5·18진혼예술제」를 각각 방송했다.한편, 이 지역 네개 언론단체(광주전남기자협회, 광주전남언론사노조협의회, 광주전남민주언론운동협의회, 광주지역신문사노조협의회)는 18일 ‘5·18을 왜곡 보도한 언론은 사과하고 참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4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5·18 당시 왜곡보도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죄, 5·18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반언론적 작태 중단, 5·18 관련 해직언론인 명예회복과 복직, 왜곡보도에 앞장섰던 현직 언론인 퇴진” 등을 촉구했다.이제 5월은 금남로를 떠났다. 아니 떠나야 한다. 5·18은 이제 더이상 광주만의 문제로 남아서는 안된다. 5월은 이제 해마다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따사로운 5월의 햇살 아래 당당하지 못할 자, 그 누구인가! 당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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