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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늘어나면 연임 앞둔 이병순 사장에게 부담” 시각 우세

KBS가 일부 연봉계약직 사원의 계약해지를 포함한 비정규직 대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S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다음달 1일 비정규직보호법 적용을 앞두고 연봉계약직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KBS 내부에서는 이번 방침이 실질적인 경영개선 효과도 없을 뿐더러, 일반 기업도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성급하게 비정규직 문제 처리에 나서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KBS 기간제사원협회는 지난 15일 오후 6시 본관 민주광장에서 총회를 열고 사측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현상윤 KBS PD가 지지발언을 하는 모습. ⓒKBS 기간제사원협회
현상윤 PD는 사내게시판에서 올린 글에서 “(회사의 연봉계약직 대책에 따르면) 절감되는 비용은 최대 3~40억원에 불과하다”며 “KBS 총예산의 0.3%에 해당하는 경비절감을 위해 공적 언론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팽개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김덕재 PD협회장은 “현재 연봉계약직 사원들이 일하는 특수영상 등을 외주업체에 맡기게 되면 제작비는 더 많이 들게 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비용절감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KBS 내부에서는 오는 11월 연임을 염두에 둔 이병순 사장이 정규직 인원이 늘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KBS는 이 사장 취임 후 인력 감축, 인건비 비율 하향 조정 등 자구노력을 강조해왔고, 지난해 열린 노사협의회에서는 2013년까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배제하고 15%의 인원을 감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KBS의 한 PD는 “넓은 의미에서 이번 비정규직 대책도 제작비 삭감이나 PD집필제 등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며 “결국 이병순 사장 취임 후 경영수지가 나아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KBS는 최근 보도 자료를 내 “제작비와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KBS의 경영수지가 계속 호전되고 있다”고 홍보했다.

일각에서는 KBS의 이번 비정규직 대책이 정규직까지 영향을 미치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물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경영 분야의 한 직원은 “공영방송이 나서서 비정규직을 해고한다는 비판여론에 부딪힐 게 분명한 데 무리하게 비정규직 대책을 추진한 배경에는 추가 구조조정 계획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연봉계약직 대책을 놓고 KBS 내부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단순히 정규직 수를 늘리지 않겠다는 접근이 문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KBS 노조의 한 중앙위원은 “세부적인 운용 계획을 가지고 구성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사측이 마련한 안이 과연 그런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장홍태 KBS 노조 부산시지부장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경영개혁단의 안을 살펴보면 무기계약 전환에 대한 고민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는 점이 무척 실망스러웠다”며 “지난 2월 개혁단 초기의 안과 놀랄 정도로 닮아 있는 자회사 이관 부분을 보더라도 연봉계약직 전체의 대책이라고 평가하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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