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라디오작가 254명은 17일 성명을 내고 “PD 경쟁력 강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앞세워 방송작가를 퇴출시키려는 KBS PD집필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라디오작가들은 “PD집필제는 작가가 할 일까지 PD에게 떠맡겨 정작 PD가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대단히 높다”면서 “이는 PD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프로그램 경쟁력 약화를 위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작가들은 “KBS가 작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이러한 일은 비단 구성 다큐 분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며 “KBS는 이미 경영환경 악화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라디오 작가들의 원고료 역시 일방적으로 10~20%가량 대폭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방송의 필요에 의해 방송 작가의 수요가 창출되었고, 각 방송사들은 자체 아카데미를 통해 방송작가 과정을 두어 그 필요성을 인정해왔다”며 “만약 PD집필제로 인해 방송의 질이 저하되면 이미 현장에서 떠나보낸 방송작가를 다시 찾을 것인가. 방송작가는 방송사의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KBS는 PD집필제라는 이름의 방송작가 죽이기를 중단하라!
우리 라디오작가들은 지난 4월부터 KBS가 일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PD집필제의 내용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PD집필제는 프로그램 경쟁력 약화를 위한 제도이다.
KBS는 PD집필제 도입의 명분으로 PD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다. 그러나 글 쓰는 것이 정말 피디의 경쟁력인가? 하나의 프로그램에도 수많은 분야의 역량이 투입되는 방송은 흔히 종합예술에 비견된다. PD는 이러한 역량의 총합을 이끌어내는 지휘자로, 진정한 PD의 경쟁력은 그러한 지휘자로서의 능력에 있다고 할 것이다. PD의 경쟁력을 묻고 싶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그 비전에 비추어 각 분야에서 역량의 최대치를 끌어내고 있는지, 그 역량들을 효과적으로 조화시키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할 것이다. PD집필제는 작가가 할 일까지 PD에게 떠맡겨 정작 PD가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대단히 높다. PD집필제는 PD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프로그램 경쟁력 약화를 위한 제도가 될 것이다. 이것은 국민을 위해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방송 컨텐츠의 질적 강화를 통해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수준을 높여야 할 공영방송 KBS의 역할을 저버리는 일이다.
KBS의 전방위적 방송작가 죽이기
작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이러한 일은 비단 구성 다큐 분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가을 개편과 봄 개편 과정에서 KBS는 경영환경 악화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라디오 작가들의 원고료 역시 일방적으로 10~20%가량 대폭 삭감했다. 워낙 낮은 수준이었던 원고료에서 삭감의 고통은 컸지만,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에서 방송작가들은 이를 수용했다. 경제가 좋아지면 회복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도 가졌다. 그러나 그 후 KBS 라디오 작가들에게 돌아온 것은 소위 표준작가심사제와 연봉상한제라는 납득할 수 없는 제도적 장치로, 작가를 배제한 채 이러한 논의가 진행돼왔다는 사실에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방송작가는 방송사의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
방송의 필요에 의해서, 프로그램의 질 향상을 위해서 방송 작가의 수요가 창출되었다. 또 각 방송사들은 자체 아카데미를 통해서 방송작가 과정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등 방송작가 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해왔고, 실제로 지난 30여년 동안 방송작가들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박봉에도 불구하고 밤샘을 하면서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만약에 PD집필제로 인해서 방송의 질이 저하되고 문제가 됐을 경우 이미 현장에서 떠나보낸 방송작가를 다시 찾을 것인가? 방송작가는 방송사의 실험대상이 될 수는 없다.
고로 우리 라디오 작가 일동은 PD집필제에 대한 시사, 교양, 다큐 작가들의 강력한 항의에 동의하며, 이에 우리의 지지를 보태고자 한다. KBS에게 촉구한다. PD경쟁력 강화라는, 허울만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방송작가를 퇴출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