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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여론조사 거부…민주당, 별도 여론조사 실시 예정

결국 102일 동안의 동상이몽일 뿐이었을까. 언론관계법의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가 17일 여론조사에 대한 견해차로 활동종료 시한 8일을 앞두고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측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청 245호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일반인과 전문가(언론학자·현업 언론인)를 대상으로 이달 20~23일 사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25일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제안했으나,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측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양측은 이날 세 차례 회의를 정회하면서 수정 제안을 서로에게 제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오후 12시 23분 민주당 측 위원들이 회의장을 빠져 나가면서 결국 회의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측 위원들은 여당 측과 별개로 활동 종료 예정일인 이달 25일까지 일반인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여당, 여론조사 실시와 기존 조사 결과 수용 모두 거부

▲ 언론관계법의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가 17일 여론조사에 대한 견해차로 활동종료 시한 8일을 앞두고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언론노조

미디어위의 이날 회의 안건은 두 가지였다. 정부 여당의 언론관계법에 대한 여론수렴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해당 내용을 보고서에 반영할지 여부와 이달 25일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민주당 측은 우선 미디어위 차원의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했고 이창현 위원(국민대 교수)이 여론조사 기획안(초안)을 작성, 제시했다.

이 위원은 기획안에서 일반인 1000명(20~21일)과 전문가(학자·현업언론인) 500명(22~23일)을 대상으로 △뉴스미디어 이용실태(9개항) △언론관계법·미디어위에 대한 인식(9개항) △언론관계법 관련 구체적 내용(9개항) 등을 대해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활동 종료일인 이달 25일 보고서를 제출하자고 제안했다.

이 위원은 “오늘 확정한 후 18일 조사업체를 선정, 일정대로 여론조사를 진행하면 활동 종료일인 오는 25일 최종보고서를 내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여당과 선진당 측의 동의를 구했다.

이에 여당 측 간사인 최홍재 위원(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여론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고 전제한 뒤 “그래도 이창현 위원이 안을 냈으니 이에 대해 논의하겠다”며 회의 시작 20분 만인 오전 10시 35분 정회를 요청했다.

오전 10시 49분 회의가 속개됐고 최홍재 위원은 “여론조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다시 한 번 의견을 모았다. 이 논의를 더 하는 것은 미디어위의 본질적 과제인 보고서 작성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민주당 등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어 △대전공청회(19일) △보고서 작성을 위한 워크숍(22~23일) 등을 역제안하면서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보고서 목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자”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측 간사인 최영묵 위원(성공회대 교수)은 “오늘 합의되면 여론조사를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 여당 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미디어위가 언론관계법 개정의 직접 수혜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국민 의견의 직·간접 수렴을 적극 검토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만큼 언론사 등에 의해 기존에 진행된 15개의 여론조사를 전적으로 수용, 미디어위 보고서에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자. 이것마저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보고서 목차 등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수정 제안을 던졌다.

민주당 측 최상재 위원(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여론조사 거부에 대해 여당 측이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구렁이 담 넘듯 이렇게 하는 것은 비겁하지 않나. 시간이 부족해서 못하는 게 아니라 여론조사 자체에 동의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정확히 입장을 말해야 이후의 논의가 가능하다”며 여당 측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여당 측의 역제안과 민주당 측의 수정 제안이 동시에 나오면서 양측은 오전 11시 2분 추가 논의를 위한 정회를 요청했다. 20여분 후 회의가 속개되고 민주당 측은 이창현 위원이 제안한 여론조사의 전면 실시 혹은 기존 15개 여론조사에 대한 미디어위의 공식 승인 등이 전제돼야만 이후 보고서 작성을 위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에 여당 측 최선규 위원(명지대 교수)은 “기존 여론조사 결과 수용을 전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순 없다. 그러나 여당과 민주당 그리고 선진당 측에서 제출한 보고서 목차에 대한 안을 보면 국민 여론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부분이 들어있다. 보고서 목차에 대한 논의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기존 15개 여론조사 결과를 공식자료로 승인할 지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테니, 일단 논의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선진당 측 문재완 위원(한국외대 교수)도 “각 기관이 어떻게 조사를 했는지 신뢰성 등도 검토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의 15개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민주당 측 최상재 위원은 “KBS·MBC·SBS·국민일보·세계일보·한겨레·경향신문 등 공신력 있는 언론사들이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만든 자료를 미디어위 보고서에 그대로 수록해 (보고서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판단할 수 있게 하라는 것 아닌가. 미디어위가 개최한 지역·주제별 공청회의 공술인들의 얘기도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지만 그대로 요약 정리한다.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여당 측 이헌 위원(변호사)은 “미디어법 저지를 공언한 분들이 여기 (민주당 측) 위원들로 와있다. 그런 분들이 사회적 논의를 위해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은…”이라며 여론조사 실시 등에 대한 민주당 측 주장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기존 조사는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없이 결과만 있는 만큼 공식자료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논박이 이어지자 양측은 오전 11시 45분 다시 한 번 정회를 하고 오후 12시 7분 속개를 했지만 입장 변화는 없었다.

민주당 측 양문석 위원(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여당 측이 계속 시간문제를 말하는데 이창현 위원이 이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나. 여론조사를 반대하는 정확한 입장을 얘기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언론노조
한나라+선진당 v.s 민주당+창조한국당, 별도 보고서 제출

최상재 위원은 “지난 100일 동안 선진당을 제외한 야측 위원들은 미디어위 설립 목적인 언론관계법에 대한 국민여론 수렴을 위해 위원회 차원의 여론조사를 할 것을 계속 요구했다. 그러나 여당 측은 직접 여론조사뿐 아니라 기존 다른 기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자는 제안조차 수용하지 않았다. 국민 여론수렴 자체를 여측이 전면 거부한 것으로, 이는 미디어위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더 이상 논의가 무의미하다”며 위원회 종료 선언을 위원장에게 요청한 후 퇴장했다. 오후 12시 21분의 일이다.

최 위원에 이어 민주당 측 박민(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 집행위원장)·양문석·강혜란(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위원 등이 회의장을 떠났다. 민주당 측 강상현 위원장은 “여론수렴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면 더 이상 위원회로서 존립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여당 측 위원장도 자리에 없고 (민주당 측) 위원들이 자리를 뜬 만큼 더 이상 회의 지속의 의미는 없는 것 같다”며 산회를 선언했다. 여당 측 김우룡 위원장은 이날 회의 첫 번째 정회 직후 회의장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강 위원장의 산회 선언에 여당 측 위원들은 “일방적 종료로 월권이다”(최선규 위원), “최상재 위원은 위원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다른 위원들 입장을 분명히 확인한 후 논의를 지속하자”(황근 위원·선문대 교수), “김우룡 위원장은 개인적인 일로 위원장 역할을 제게 위임하고 갔다”(강길모 위원)고 반발, 산회 선언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당 측은 이날 오후 2시 다시 회의를 열고 향후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한편,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측 위원들은 이날 오후 1시 4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 측이 미디어위 출범 직후부터 민주당 측의 여론조사 요구에 예산, 일정, 국민선동용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국민여론 수렴을 위한 만든 미디어위가 국민 소리를 안 듣고 무슨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인지 정말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측 위원들과 더 이상 얘기를 할 수 없다. 국민 무시, 지역 무시, 야당 무시의 태도”라고 비판하면서 이달 25일까지 일반인·전문가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측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안타깝다. 한나라당 측의 일련의 태도는 6월 국회에서 언론악법을 처리하겠다는 걸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 측과 논의, 문방위 차원에서라도 국민 의견 수렴 작업을 할 것을 요청하겠다. 한나라당이 계속해서 여론수렴을 거부할 경우 6월 국회 개회 일정 논의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문순 의원도 “예정된 파국이다. 여론수렴 없인 표결처리도 없다. 그것이 (지난 3월의) 여야 합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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