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드라마 성공요인은 ‘스타’ 아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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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드라마 성공요인은 ‘스타’ 아닌 ‘스토리’
  • 도쿄=황선혜 통신원
  • 승인 2009.06.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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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맡게 된 일과 관련한 이야기를 적을까 한다. CS 스카파 위성채널인 ‘아시아드라마 TV 소넷’에서 일한지 5년째 접어들었다. 개국 9년째를 맞은 아시아드라마 TV 소넷은 한국 콘텐츠가 70%, 나머진 대만, 싱가폴, 태국 등 아시아 콘텐츠로 편성된다. 지난해 10월부터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업무를 겸임하면서 마케팅 분석 일을 도맡아하게 되었다.

특히 매주 매주 나오는 시청률에 따른 분석 및 한류드라마 시청자들의 시청습관이나 시간대 등의 데이터를 통한 앞으로의 편성 및 채널브랜딩 전략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같은 CS 스카파 위성채널인 KBS World나 Mnet Japan, KNTV와 함께 한국전문채널이고 동일시 할 순 없지만, 아시아드라마 TV소넷은 방송프로그램의 70%가 한국 콘텐츠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한류 콘텐츠가 시청률과 신규가입자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친다. 

▲ 이준기 주연의 <일지매>

시청률 분석과 마케팅 조사를 통해 알게 된게 있다면 한국드라마를 시청한데 있어선 유명한 스타보다 드라마 스토리, 즉 재미와 감동, 한국스타일의 러브 로맨스 등 그 내용에  신중을 기한다는 거다. 한류라고 하면 당연 배용준을 비롯한 ‘스타’라는 인식이 강하기 마련이지만, 실제로 시청자들은 한류 스타보다 드라마 타이틀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드라마 TV소넷 채널의 시청률에서도 그 결과는 명확히 드러났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시청률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작품이지만 주인공은 아시아 스타로 꼽히는 일명 ‘스타 작품’들이 일본에서 성공할거라고 보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 <불량커플> 이나 <열여덟, 스물아홉>, <살아가는 동안 후회할 줄 알면서 저지르는 일들> 등 한류스타급의 주연 작품은 아니지만 한국 내에서 재미와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 훨씬 높은 시청률을 가져왔다.

또한 한류드라마의 명작이라고 손꼽는 연인시리즈인 <프라하의 연인>과 <연인>는 본방송보다 재방송이 더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또한 케이블 드라마로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영화관>과 <경성기방>, <S클리닉>을 한국의 색다른 장르드라마로 새벽1시 심야특별편성을 한 것은 기대이상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었다. 물론 한류 톱스타인 이준기 주연의 <일지매>는 아이사드라마 TV소넷의 사상 최고 시청률을 나타낸 콘텐츠로 스타의 인지도와 작품성, 두 가지가 맞아떨어져 더욱더 높은 효과를 낸 건 사실이다.

▲ SBS 드라마 ‘불량커플’. <사진제공=SBS>

그리고 장르를 보면 한국드라마를 즐겨보는 일명 보통(?) 사람들은 역시 순수 한국스타일의 애절하고 감동의 러브 스토리에 많은 기대를 하는 것 같다. <크크섬의 비밀>과 <맞짱> 등 시츄에이션이란 독특한 장르와 남자세계의 상징인 격투기 소재 등은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하는지 이 두 작품은 최저 시청률을 차지했다. 

후지 TV 전략담당 국장 카네미쯔 오사무씨는 주연스타와 드라마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권상우 주연의 <천국의 계단>의 방송여부를 논의할 때 더빙이나 자막 자료 일체 없이 영상만을 보고 편성을 결정했다. 스타배우를 의식하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지상파에서의 한국드라마 선택은 출연배우의 지명도는 그다지 관계없다. 왜냐하면 일본 드라마와 비교하면 그다지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한국드라마가 인기 있고 점점 시청자층이 증가하는 이유는 출연자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드라마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작품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일본드라마가 자극적인 소재와 설정, 가족이 함께 보기에 눈살 찌푸러지게 하는 영상이 있지만 이에 비해 한국드라마는 안심하고 사람이 볼 수 있다. 이런 의미로 NHK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점점 보수적이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 시청자들의 연령층이 높은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라며 한국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시청률이 콘텐츠를 평가하는 절대기준은 아니지만 시청률이라는 ‘숫자’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분명있다. 그리고 그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요소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연출, 캐스팅, 음악, 소품 등등 무수하다. 단지 한류업계의 일선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무조건적인 스타캐스팅에 전전긍긍해 스토리와 연출에 충실하지 못한 작품들이 나오진 않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아직까지 한국제(made in korea) 프로그램이 일본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착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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