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 3·2합의 무효…정기국회로 미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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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4당·언론시민단체 기자회견…한나라 “6월 표결처리”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이 언론관계법의 6월 임시국회 표결 처리를 명시한 3·2 합의의 원천 무효를 선언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오후 국회에서 야4당과 언론·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민여론 수렴 거부하는 한나라당 규탄 및 언론악법 저지 결의대회’에서 “언론법과 관련한 지난 3월 2일 여야 간의 합의사항은 전면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 합의의 전제조건은 언론법에 대한 100일 동안의 여론수렴이고, 이를 위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를 발족·운영해 왔는데, 한나라당 측의 궤변에 의해 기구가 무력화 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미디어위는 지난 17일 여론수렴의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채택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논박을 계속하다 끝내 파국을 맞았다.

▲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4당과 언론·시민단체가 18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민여론 수렴 거부하는 한나라당 규탄 및 언론악법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언론관계법의 6월 국회 표결처리를 명시한 3·2합의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있다. ⓒ민주당
한나라당 측이 여론조사 실시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이 원내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의 국민이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개정안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고, 6월 달에 이 법안을 처리하는 것에 대해선 70%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여론이 무서워 여론조사를 회피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언론관계법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지 말기를 당부했다. 그는 “민주당 등 야당 측에선 3·2 합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미디어위가 사실상 기능 불가 상태에 빠졌고, 국민 여론수렴 절차도 백지화가 된 만큼 3·2 합의가 전면 무효화 됐다는 사실을 김 의장 스스로 선언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이번에 있을 임시국회에서 김 의장은 언론법을 직권상정해선 안 된다. 여당 측의 잘못에 의해 국민 여론수렴 절차가 중단된 상황에서 표결처리를 하기 위해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경우, 지난해 연말과 같은 입법전쟁 국회로 난장판이 될 것이며, 이 책임 모두가 김 의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기국회 이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MB언론악법을 폐기해야 한다. 국민과 아무 관계없는 이 법을 폐기해서 국정기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 대통령이 방미에서 돌아오면 근원적 처방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 출발은 MB언론악법의 폐기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강행처리 할 경우 우리는 최선을 다해 결사항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붕어빵에 붕어 없다고 국민 여론수렴에서 국민 빼나?”

천정배 민주당 언론악법저지특위 위원장은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국민 여론수렴 과정에서 국민이 없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여론조사를 거부한 한나라당은 각성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3·2 합의를 어겼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본 또한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도 “언론악법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정권에 대한 반대를 공권력으로 틀어막는 독재정권으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언론은 민주주의의 뿌리로, 뿌리를 죽이면 꽃은 필 수 없다. 국회를 청부입법부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정책위의장 역시 “언론법 처리는 국회의 몫이지만 여론조사를 통한 여론수렴은 미디어위에서 해야 했다. 여론수렴을 할 수 없는 법이라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이강래 원내대표의 3·2 합의 무효선언에 동의한다. 이번 무효선언으로 언론악법은 존엄사 단계에 이르렀다. 호스를 떼는 일만 남았는데, 이 일은 악법을 추진한 쪽에서 하는 게 옳다”며 정부 여당의 언론관계법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당 측 강상현 미디어위 위원장(연세대 교수)을 비롯해 강혜란(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이창현(국민대 교수)·최영묵(성공회대 교수) 위원 등도 이날 규탄대회에 함께 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여론수렴을 거쳐 언론관계법을 표결처리한다는 게 3·2 여야 합의의 핵심인데, 한나라당 측은 부산·광주 지역에서 공청회 원천무효 주장이 나올 만큼 지역공청회를 파행으로 이끌었고 여론조사마저 거부, 머리를 맞댈 이유가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여론조사에 대한 이견으로 파국을 맞은 상황과 관련해 민주당 측 강상현 위원장(연세대 교수)이 한나라당 측의 책임을 묻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창현·최영묵·강상현·강혜란 위원 ⓒ민주당
이어 “한나라당 측에서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며 보고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모두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국민의견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한나라당 측이 끝까지 반대하면 우리끼리라도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국회와 국민이 확인 후 어떤 보고서를 믿을지 결정해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대회에서 성명을 채택,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이 국민 여론수렴을 끝내 외면한 것은 언론악법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약속을 무시하고 다수의석의 힘으로 국민이 반대하는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으로, 여당 측 위원들의 행태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MB정치의 복사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언론악법을 비롯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데 실패한 MB악법을 물리적으로 관철하겠다는 구상을 전면 철회하라. 민주주의 후퇴에 상처받고 경제위기와 생존 위협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국민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한나라 “언론법 6월 표결처리…민주당 측 여론조사·보고서 공식활동 인정 못해”

그러나 여당은 6월 국회 내에 언론관계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측 위원들이 미디어위 활동을 종료하겠다고 어제(17일) 선언했다.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것을 미디어위에 맡기면서부터 이런 결과는 예견됐던 것”이라며 “결국 국회로 다시 법안이 넘어온 만큼 여야 간 논의를 시작해 약속대로 6월내에 표결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여당 측 간사인 나경원 의원도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책에 관한 여론조사는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미디어법의 성격을 잘 알고 여론조사에 응할 수 있겠나”라면서 “모든 쟁점법안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미디어법의 6월 임시국회 처리는 2월 국회의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 며 “민주당이 여론 조사 운운하면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민주당이 안을 제출한다면 상임위에서 논의해 합의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 측 미디어위 위원들도 이날 오후 전원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민주당 측이 단독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독자적인 보고서를 내겠다고 선언했는데, 공식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활동은 사적 활동에 불과하다”면서 “미디어위는 과반수를 의결정족수로 하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운영하기 때문에, 과반(10명)을 넘지 못하는 민주당 측 위원들의 단독적인 어떤 활동도 미디어위 공식 활동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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