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입장 밝힌 청와대, 그럼 MBC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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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입장 밝힌 청와대, 그럼 MBC는 …
[핫이슈] MBC 경영진의 행보를 주시하는 까닭
  •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9.06.21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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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해졌다. MBC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PD수첩〉에 대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표현수위와 발언시점 모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와대 대변인이 진행하는 공식브리핑의 경우 언론은 통상 핵심관계자와 같은 익명으로 처리해 왔다. 취재원을 실명으로 언급하는 건 예외적인 경우에 속했다. 하지만 <PD수첩> 관련 발언은 이동관 대변인의 실명으로 보도됐다. 본인의 ‘요청’에 의해서다. ‘음주운전’ ‘흉기’라는 막말까지 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청와대의 메시지가 한나라당을 향한 것이라면

▲ 6월20일 MBC <뉴스데스크>
이건 메시지다. 청와대 대변인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까지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배경을 짚어야 하는 이유다. 누구를 향한 메시지였을까.

우선 MBC에 대한 ‘분풀이론’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 등 그동안 〈PD수첩〉 때문에 겪은 MB정권의 분노가 격한 반응으로 표출됐다는 주장이다. 이해는 하지만 단선적이다. 청와대 브리핑은 정권의 공식입장이나 마찬가지다. 격한 반응이 걸러지지 않은 채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의도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는 주목을 끈다. 이날 MBC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미디어법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라며 한나라당에 보낸 메시지”라고 언급했다. MBC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경고나 압박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향한 주문이라는 얘기다.

만약 MBC의 보도처럼 이 대변인의 발언이 한나라당을 향한 것이라면 적어도 두 가지는 분명해진다. 청와대가 엄기영 체제의 MBC에 대한 판단을 끝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MB정부 출범 이후 제기된 ‘언론관계법 국회통과(6월)→방문진 이사 교체(8월)→KBS·EBS 이사 교체(9월)→공영방송법·방문진법 등 언론관계법 후속법안 처리’와 같은 시나리오의 현실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는 점이다.

엄기영 체제의 MBC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은 끝났다?

▲ 엄기영 MBC 사장.
사실 현 MBC 경영진에 대한 MB정부의 판단을 두고 언론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오는 8월 방문진 이사 재편 이후 바로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임기가 남은 엄기영 사장을 무리하게 교체하기보다 임기를 보장하되, 압박 등을 통해  ‘친여권화’ 시키는 방법을 택할 거라는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은 청와대가 후자보다는 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왜 지금 시점을 택했을까. “미디어법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라며 한나라당에 보낸 메시지”라는 MBC 보도를 다시 한번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PD수첩〉을 왜곡․선동 방송으로 ‘낙인’ 찍고 이를 매개로 여론전을 가져간다면? 거기에다 검찰과 조중동의 강력한 지원이 받쳐준다면?

미디어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일정하게 잠재울 수 있다. 그리고 MBC 경영진 교체에 대한 확실한 명분이 생긴다. 미디어법과 MBC를 한번에 ‘칠 수 있는’ 호재라는 얘기다. MB정권 입장에선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지 않을까.

예상치 못한 변수, 작가의 이메일 공개

아마도 오는 8월 방문진 이사 교체 이후 엄기영 사장이 자진해서 물러나 주는 걸 청와대는 내심 바랄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강제퇴진에 따른 여론의 부담감도 덜고 이후 예정된 일정 또한 순조롭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능성이다. 청와대의 ‘승부수’는 청와대와 MBC간 갈등이라는 단순 대립구도를 넘어서게 만들었다. 〈PD수첩〉을 매개로 미디어법 통과와 ‘MBC 장악’ 의도를 분명히 한 이상, MBC 경영진 교체 역시 특정인의 진퇴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MBC 경영진의 행보를 주시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 한겨레 6월20일자 1면
게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도 발생했다. 〈PD수첩〉 작가의 이메일 공개. 검찰은 ‘제작진의 정권에 대한 적개심’에 방점을 찍고 이를 공개했지만, 파문 양상은 검찰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내 메일도 감시당할 수 있다’는 사생활 침해-양심의 자유 논란이 제기됐고, 이는 검찰 수사의 정당성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의 승부수가 의외의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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