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지상파, 이병순 체제 방송협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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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법 개정 압박 등에 침묵…“지상파 전체 위한 행보 아쉬워”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해소 등을 명목으로 한 언론관계법 개정 시도 등 지상파 방송에 대한 정부 여당의 압박 수위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출범한 이병순 회장 체제의 방송협회는 소극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언론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오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11일 방통위 산하 디지털방송활성화추진위원회(이하 디추위)가 의결한 디지털전환 활성화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기본계획이 지난 5월 31일 마련된 디지털전환특별법 시행령 개정안과 함께 지상파 방송에 대해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병순 KBS사장
방통위에 따르면 오는 2013년까지 디지털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은 2조 9000억원(방송설비 1조 4000억원, 홍보 및 저소득층 지원 1조 5000억원)인데, 방통위는 해당 비용을 사실상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전적으로 부담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이미 1조원 이상을 쏟아 부은 상태로 디지털 전환에 따라 실질적 이득을 얻는 가전사 등에 대한 분담을 요청하고 있지만, 방통위 측은 해외수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각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추위의 기본계획 의결 직전 방송협회를 통해 의견을 개진했으나, 적극적인 의사가 전달되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현재 실시간 재전송 문제를 놓고 케이블 TV 방송과의 법정 공방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12일 티브로드와 씨앤앰 등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에 프로그램 재전송 관련 저작권 침해 법적 대응 공문을 발송했는데, 이에 대해 케이블 TV 방송 측이 지난 19일과 22일 “디지털 케이블 방송의 지상파 프로그램 재전송은 저작권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회신,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여론독과점 해소와 IPTV 등 신성장동력 육성 등의 명목으로 현 정권이 지상파 방송사들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방송협회 중심으로 지상파 방송들이 강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케이블에 이렇게 지상파가 고전한 때는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방송협회장인 이병순 KBS 사장의 임기가 오는 11월이다 보니 운신의 폭이 자유롭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들이 있다”면서 “그나마 각종 특위와 태스크포스(TF)팀, 정책팀 등을 중심으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정부, 특히 방통위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협회장이 앞장서는 것과는 파워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 관계자들이 가장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부분은 정부 여당이 강행 처리하려 하는 언론관계법 개정안에 대한 침묵이다.

지난해 12월 정부 여당이 언론관계법 개정안에 대한 일괄 강행처리를 시도했을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 목소리로 유감을 표시할 예정이었으나 KBS가 최종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해 결국 공동대응은 불발됐다. 지난해 12월 30일 <PD저널>이 입수한 KBS정책기획팀의 ‘한나라당 미디어법안에 대한 입장정리’ 자료에 따르면 KBS는 신문·대기업의 방송 소유 등을 허용하는 언론관계법 개정에 대해 “공공성 침해의 여지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그때 이병순 사장은 방송협회 회장이 아니었지만, 정부 여당의 언론관계법 개정 시도에 대처했던 당시의 태도가 협회장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연말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이 넘어야 할 파고가 높은 상황에서 방송협회의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말연초 입법전쟁 당시 언론관계법 개정 반대에 미온적이었던 KBS의 태도가 방송협회에서도 재연되고 있다고 보는 게 현실”이라며 “수신료와 공영방송법 등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모를까, 지금은 사실 협회 측에 기대조차 않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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