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디지털 브리튼 (Digital Britain)’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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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디지털 브리튼 파이널 리포트’가 공개됐다. 영국 노동당 정부가 일년 남짓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디지털 브리튼’ 리포트는 영국을 세계 디지털 경제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고든 브라운 총리의 야심 찬 프로젝트이자 비전이다.

이미 라디오와 텔레비전 그리고 인쇄매체들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산업 분야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변화되어 왔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될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 산업 스스로의 자발적인 변화를 인정하면서 정책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을 인지하고 더욱 업그레이드된 디지털 영국을 만드는 것이 이번 리포트의 주된 목표다. 총 24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발표된 이번 리포트에서 언론의 관심을 끄는 주요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영국 전 가정에서 최소 2Mb 속도의 브로드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 브로드밴드 세금을 한 달에 5펜스씩 부가할 예정이다. 즉, 전화선을 가진 모든 가구가 일년에 6파운드(한화 약 1만2천원)씩의 세금을 내게 되는데 이 자금은 영국 전역의 인터넷 망 보급과 업그레이드 사업에 쓰이도록 한다.
3. BBC의 수신료 일부가 영국 전역 인터넷 망 보급사업과 ITV 지역뉴스 서비스 지원금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제안한다.
4. 오프콤의 감독 하에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들로 하여금 자사 네트워크 상에서 발생하는 불법 파일 공유를 일년 내에 70% 줄이도록 요구한다.
5. 채널4의 정체성과 공영적 가치를 지키면서 방송사의 누적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BBC월드와이드 -BBC의 상업 서비스 영역- 와의 협력을 추진한다.
6. 2015년까지 아날로그 라디오방송을 모두 디지털로 전환한다.

사실 디지털 브리튼 리포트가 담고 있는 주요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는 것은 약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워낙 큰 주제들을 하나의 리포트로 묶어 버린 탓도 있지만 대부분 결론이 아닌 과정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BBC의 수신료 문제 하나만 해도 몇 년을 논의할 수 있는 복잡한 주제인데 이번 리포트는 그 외에도 지역뉴스 서비스의 위기, 영국 전역의 인터넷 망 보급사업, 인터넷 불법 파일 공유 등 너무나도 굵직한 이슈들을 한 번에 다루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문제들이 앞으로 더 협의와 논의를 하겠다는 식으로 마무리 되어있는 것이다.

▲ 영국=배선경 통신원/ LSE(런던정경대) 문화사회학 석사

고든 브라운 정부는 이번 리포트를 통해 그 동안 보수당과 언론으로부터 받아온 정책 비판을 설욕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일까? 이번 리포트가 발표되자마자 보수당과 언론에서는 또다시 노동당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의 디지털 브리튼 리포트가 디지털 영국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이 리포트 하나로 영국의 디지털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디지털 브리튼 리포트는 파이널 리포트라 하기에는 너무 억지스럽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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