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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김욱한 포항MBC 제작팀장

▲ 영화 〈문워커〉 (Moonwalker, 1988)
그는 지금쯤 밤하늘의 별이 되었을까, 아니면 달에서 그만의 문워크(Moonwalk)를 멈추지 않고 있을까? 어쩌면 사람들의 시선을 따돌리고 아무도 모르게 피터팬의 나라로 날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나는 문워크를 제법 흉내 낼 수 있는 소수의(?) 아이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어설프게 이리저리 발을 놀리다가 우연히 문워크의 비법을 나의 다리 근육이 찾아내던 그 순간은 아주 짜릿했던 기억으로 뚜렷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울 따름이지만 당시에는 친구들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신천지에 내가 먼저 발을 디뎠다는 자부심과 희열이 있었던 것 같다.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전 세계는 왜 그리도 문워크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을까? 단순한  몸짓이나 댄스의 테크닉에 대한 찬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이 문워크 속에는 있었던 것이 아닐까? 발의 움직임은 앞을 향하지만 실제 몸은 뒤로 움직이는 문워크를 TV와 비디오로 지켜봤던 지구촌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착시 현상을 느꼈을 것이다. 예상을 빗나가는 파격,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착시, 관념을 벗어나는 인간 신체의 무한한 가능성들을 그 속에서 보았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잭슨의 문워크는 ‘잭슨’ 그 이상의 아이콘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일 테고.

그런데 잭슨의 문워크를 추억하다가 뜻하지 않게 또 하나의 문워크를 발견한다. 이른바 ‘MB문워크’다. 마이클 잭슨이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했을 그 문워크의 경지를 훌쩍 뛰어 넘는 그야말로 세기의 문워크다. 미래로 가자고 얘기하면서 그의 스텝은 능구렁이가 담을 넘듯이 20년, 30년 전의 과거로 거침없이 미끄러지고 있고, 소통을 하자면서 쓴 소리 하는 이들은 모두 감옥으로 보내고, 근원적 처방을 한다면서 서민 동네로 힘 좀 쓰는 언론사들의 카메라를 다 집합시켜서 대국민 이벤트 쇼를 하는, 가히 천재적인 문워크다.

▲ 한겨레 6월29일자 1면.
국민들을 착시에 빠지게 만들고, 역사적 법칙을 거스르고, 상식을 벗어나는 무한한 비합리성의 가능성을 두루 다 갖췄으니 잭슨과 그 어깨를 나란히 견줄 만한 문워크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게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MB가 애용하던 그 검은 선글라스도 어느 군사독재 시절의 선배 대통령을 따라한 것이 아니라, 문워크를 준비하며 잭슨을 흠모하는 마음에서 나온 오마주였음을 알겠다.    

2009년의 대한민국에서 두 개의 문워크를 대하는 심정은 복잡하고 무겁다. 이제 문워크의 시대를 접을 때가 왔다. 80년대에 유행했던 잭슨의 문워크가 추억의 대상일 뿐, 더 이상 우리에게 감흥과 영감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MB의 문워크도 막을 내릴 때가 다가왔다.

▲ 김욱한 포항MBC PD
쇼와 무대에서는 문워크가 각광을 받는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역사와 정치의 영역에서 문워크는 죄악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소중히 가꿔오고 지켜왔던 민주주의의 가치는 단 한 번의 뒷걸음질도 용납될 수 없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 있기 때문이다. 

먼 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땅, 지구를 딛고 힘차게 한걸음씩 앞으로 똑바로 걷는 어스워크(Earth Walk)를 다시 배워야겠다. 이 땅에 민주주의 첫 걸음마를 디뎠던 그 심정으로 다시 한 발 앞으로 걷자. 문워크는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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