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이명박 정권에 정면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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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이명박 정권에 정면 대응
방문진, 친정권 인사 싹쓸이 우려…“MBC 명운 가르는 중요한 싸움”
  • 김고은 기자
  • 승인 2009.07.01 0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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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달 18일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로 기소했고, 청와대는 〈PD수첩〉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내정했다. 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PD수첩〉 수사 결과를 놓고 “사회적 공기가 아닌 흉기”라고 독설을 퍼부으며 사실상 엄기영 사장을 포함한 MBC 경영진 총사퇴를 압박했고, 한나라당 초선 의원 40명도 이에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MBC에 대한 압박이 전에 없이 노골화된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 출범 이후 줄곧 MBC 노사가 방문진 이사 2명을 추천하던 관행마저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MBC는 노사가 짝짜꿍해서 망쳐놓은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방문진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까지 피땀을 흘리며 이뤄낸 사회 진보의 결과를 깡그리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 나라의 공영방송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는지 공부 좀 하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노동당도 지난달 29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노태우 정권 때도 보장되던 MBC의 이사 추천권을 노무현 정부 시절에만 주어지던 것으로 인식하면서 소위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앙갚음의 방식으로 독재적 횡포를 일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창조한국당 역시 “여당 추천 이사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도록 만들어 ‘공영방송’이 아닌 ‘정권의 나팔수’를 만들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방통위 관계자는 “노조 추천 몫은 말 그대로 관례적인 것이고 방통위에 임명 권한이 있는 만큼 MBC 쪽에서 반대를 해도 문제될 게 없다”며 “현재 담당자들이 8월 8일 방문진 이사 교체 시기를 놓고 9대0 구조의 작업을 진행하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방문진 이사회 ‘9대0’ 구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방문진 이사 선임을 한 달여 앞두고 벌써부터 뉴라이트 출신 등 보수 계열 인사들이 이사에 내정됐다는 설도 떠돌고 있어 이 같은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방문진은 이사회가 친정권 인사들에 의해 싹쓸이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현실화되기 힘들 것”이란 입장이다. 한 방문진 이사는 “(이사회 구도가) 9대0으로 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그렇게까지 어리석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계에선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의 이전 행보를 볼 때 차기 방문진 이사진이 친정권 인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사회가 교체되면 방문진은 즉시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을 해임하는 동시에 〈PD수첩〉과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 그동안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프로그램들을 폐지하려 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사회를 장악해 사장을 해임시키고 ‘낙하산 논란’ 속에 신임 사장을 앉혀 정권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잠재운 KBS의 사례와 모양새가 비슷하다.

여기에 질병관리본부의 광고 집행에서 드러나듯 광고 탄압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MBC 노조는 “정치적 압박뿐만 아니라, 올 상반기 처참한 광고 실적에서 나타나듯 MBC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광고 시장에서마저 탄압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혀를 찼다.

때문에 MBC는 그야말로 폭풍 전야다.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 직권상정을 시도하는 즉시 파업에 돌입하기로 한 노조는 정권과의 전면적인 싸움을 앞두고 있다. MBC본부는 지난달 24일 노보를 통해 “3차 총파업에 들어가게 될 경우, 언론노조 중 특히 MBC본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지난 1,2차 파업 당시 보다 비장한 각오로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며 “청와대와 검찰, 한나라당, 수구 보수 언론들까지 이제 자신들의 적은 MBC라는 것을 분명히 규정하며 전방위 압박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이번 파업에 명운을 걸었다. 싸움에서 패배할 경우 ‘공영방송 MBC’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MBC본부는 “이번 3차 총파업 투쟁은 ‘언론악법 강행 처리 저지 투쟁’이라는 내용을 뛰어 넘어 공영방송 MBC의 명운을 가르는 중요한 싸움”이라며 “싸움이 우리의 패배로 끝날 경우, 우리는 그 후폭풍으로 입에 재갈을 물린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흑의 시대를 맞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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