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위 여론조사 흠집내는 보수신문, 낯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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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위 여론조사 흠집내는 보수신문, 낯 뜨겁다
[기고] 박진형(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
  • 박진형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
  • 승인 2009.07.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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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방송’과 ‘재벌방송’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언론악법)을 두고 사회적 논의와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해 100일 동안 운영됐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가 결국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추천 위원 11명과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의 추천을 받은 위원 9명이 각각 보고서를 내는 등 파국으로 활동이 종료됐다.

그 가운데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이하 야당)의 추천을 받은 위원들은 보고서를 내며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의하면 58.9%의 국민이 ‘국민여론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으므로 표결처리 하지 말아야 한다’며'미디어법 법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보수신문에서 흠집내기와 정치공세가 한창이다.

▲ 중앙일보 6월29일자 4면.
중앙일보는 6월 29일 <“58.9%가 미디어법 처리 반대” 민주당 여론조사 따져보니…>에서 “전문가들은 민주당 측의 조사 자체에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법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등의 이유로 신뢰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낮은 응답률’ 문제 삼으려면 앞으로 여론조사 말아야

중앙일보는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중 13.9%만 '미디어법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잘 모르거나 들어본 적 없다’가 43.4%에 달했다. ‘조금 알고 있다’는 응답이 42.7% 있었지만, 허수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지나치게 낮은 법 내용 인지도”를 문제 삼았고, “조사 응답률 자체도 13.1%로 매우 낮아 조사 결과를 확대 해석하긴 곤란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며 낮은 응답률도 문제 삼았다.

또한 “이번 조사는 법의 핵심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찬반을 묻기 전에 ‘여론 장악’ ‘여론 독과점’ ‘언론자유 위협’ ‘민주주의 기반 약화’ 등에 관련된 의견성 질문을 던졌다”면서 “이미 결과가 예상되는 식으로 설문이 구성됐다”며 민주당의 여론조사가 허점투성이인 것처럼 몰았다.

중앙일보는 6월 30일에는 <민주당의 지상파 편향방송에 대한 추억>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까지 “자체 조사라며 내놓은 여론조사는 의도한 방향으로 답변을 유도한 의혹이 다분하다”고 여론조사 결과 흠집내기에 집중했다.

중앙일보는 이 사설에서도 ‘법 인지도’를 들어 “법안 내용도 모르는 사람이 무엇을 ‘반대한다’는 것인지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울분까지 토해내며 “재벌의 여론 독점, 언론의 다양성 훼손 등 사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여론 호도용”이라고 몰아붙였다.

한편 동아일보는 6월 30일 ‘횡설수설’이라는 코너의 칼럼에 권순택 논설위원이 쓴 <여론조사 정치의 꼼수>에서 “민주당 측 위원들이 20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조사의 응답률은 고작 13.1%였다. 응답자의 43.4%는 미디어법안을 잘 모른다거나 들어본 적도 없다는 사람들이었다”면서 “이 여론조사는 애당초 편향된 의도에 따라 실시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중앙일보와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과연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주장처럼 야당 측 위원들이 실시한 여론조사가 그렇게 하자투성이일까?

▲ 동아일보 6월30일자 30면.
먼저, 간단한 것 하나부터 지적하자. 중앙과 동아는 하나같이 ‘낮은 응답률’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선거 시기 등에 실시하는 여론조사의 태반이 채 20%가 되지 않고, 15%의 응답률도 되지 않는 여론조사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낮은 데 대해 스스로 신뢰성에 의문을 나타내며 ‘우리가 한 여론조사를 믿을 수는 없다’고 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가 6월 1일 내놓은 ‘차기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률은 서울은 고작 13.3%였고, 경기는 12.7%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앙일보 기사에 “응답률이 낮아 조사 결과를 확대 해석하긴 곤란하다”는 따위의 문장은 없고 “내년 서울시장은 누구 오세훈 28%, 유시민 17%”라는 제목으로 오세훈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 주력할 뿐이었다.

동아일보는 여론조사를 해도 응답률을 제대로 밝히지도 않는데, 응답률을 밝힌 지난해 6월 2일 ‘이명박 취임 100일’을 맞아 보도한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고작 14.2%였으나 “응답률마저 매우 낮아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따위의 언급은 전혀 없이, <“국정운영 나아질 것” 46.1 % “차이 없을 것” 39.2%>,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 36.5% 통합민주당 16.8%” 식으로 기사 제목과 부제 등을 통해 MB와 한나라당에 힘을 실었다. 특히 당시 동아일보는 MB의 지지율이 22.9%까지 떨어졌음에도 지지율보다는 “국정운영 나아질 것”이라는 결과에 주목해 이를 부각시키는 등 지극히 정략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짜깁기했다.

이런 중앙과 동아가 '응답률'을 들먹이며 ‘여론조사 신뢰성 의문’ 운운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법 인지도’ 낮을수록 보수신문에게는 득

다음으로 ‘법에 대한 인지도’를 문제삼은 대목을 사실 알고 보면 더욱 어처구니없다.

야당 측 위원들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법에 대해 알면 알수록’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려는 미디어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그리고 ‘법에 대해 모르면 모를수록’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려는 미디어법에 대해 문제의식이 낮아진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있다’는 평가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은 31.9%, ‘동의하지 않는다’는 43.0%였는데, ‘(미디어법을)잘 모른다’는 사람들은 ‘동의한다’가 33.9%, ‘동의하지 않는다’가 26.5%였고, ‘(미디어법을)들어본 적도 없다’는 사람들은 ‘동의한다’가 34.3%, ‘동의하지 않는다’가 12.0%로 한나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조사 내용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대기업에 의한 여론장악 가능성’을 묻는 항목의 경우 ‘동의한다’가 63.0%, ‘동의하지 않는다’가 17.6%였는데, ‘잘 모른다’는 각각 52.3%와 15.2%였고, ‘들어본 적도 없다’는 각각 37.8%와 13.3%였다. ‘신문사에 의한 여론독과점 가능성’의 경우도 ‘동의한다’가 58.1%, ‘동의하지 않는다’가 18.9%였는데, ‘잘 모른다’는 국민은 각각 49.0%와 15.1%였고, ‘들어본 적도 없다’는 국민은 각각 30.8%와 13.3%로 나타났다.

즉, 미디어법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게 문제라면, 법안을 잘 모르는 국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주장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 것이다. 반대로 ‘법을 잘 알고 있다’는 국민들의 절대 다수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의 문제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어, 만약 더 많은 국민들이 미디어법을 알게 된다면 반대 여론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보수신문들이 아전인수격으로 야당 측 위원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흠집내고 정략적인 음해를 하고 있으니, 이것만 보더라도 왜 ‘조중동방송’이 결코 탄생되어서는 안되는지 여실히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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