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등 비판…“국민 모두 아는 GDP 조작하다니”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방석호, 이하 KISDI)의 언론관계법 관련 통계 조작 논란이 국회로 번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하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일 오후 문방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계 조작과 거짓 홍보, 과장 광고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이명박 정부는 사죄하고 언론악법 강행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언론악법 통과를 위한 방통위 산하 연구기관의 새빨간 거짓말”

정부 여당은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미디어산업발전법’이라 칭하면서 일자리 창출 등 산업적 효과를 기대하며 그 근거로 지난 1월 19일 KISDI가 발표한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해당 보고서는 2006년 대한민국의 GDP(국내총생산)를 1조 2948억 8000만 달러(1인당 국민소득 2만 6800달러)라고 적시하고 있는데, 2006년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세계은행, IMF 등은 2006년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1만 8000달러로 발표했다.

▲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일 한나라당 일방의 전체회의 소집에 항의하며 농성에 돌입하면서 문방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

이 같은 지적에 대해 KISDI는 지난 1일 해명자료를 통해 “정보통신분야의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인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의 통계를 근거로 한 정확한 자료를 사용했다. ITU가 유상판매하고 있는 통계 DB에 따르면 2006년도 한국의 명목 GDP는 1조 2949억 달러였다. 통계 조작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ITU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2006년도 한국의 GDP는 8880억 달러(1인당 국민소득 1만 8000달러)이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KISDI가 이처럼 의도적으로 2006년 GDP를 날조 조작한 것은 한국의 방송 플랫폼 부분의 GDP 대비 비중을 실제 0.98%에서 0.68%로 의도적으로 낮춰 미디어 소유규제를 완화하면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 수준인 0.75%로 증가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생긴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KISDI 보고서가 채택한 분석 방식대로 우리나라 방송 플랫폼 시장을 2006년 대한민국의 GDP인 8800억 달러를 사용해 정확히 분석하면 GDP 비중은 0.98%로 일본(0.7%), 독일(0.76%), 프랑스(0.66%), 캐나다(0.68%)보다 훨씬 높아 우리의 방송시장은 선진외국에 비해 매우 발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신·방 겸영 허용, 오히려 4만 2000개 일자리 사라져”

이들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방송시장을 언론의 보수화라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신문·방송 겸업을 허용할 경우, 방송시장이 급격하게 축소되고 최대 4만 2000개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중대한 결과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미국의 경우 통신법 개정 이후 2000~2003년 사이 언론종사자들의 수가 10~15% 이상 감소했다”면서 “현행 방송법으로도 보도를 제외한 영역에 신문·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가능하니 진정으로 미디어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얼마든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26일 의원총회에서 ‘미디어법 개정으로 젊은 청년들 일자리가 나온다’, ‘일자리 창출 3만개가 나온다’며 (조작된 통계를) 더 확대 포장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일간신문 광고를 통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 2만개를 새로 만든다’고 하면서 용돈 쓰듯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언론과 방송 장악을 통해서만 겨우 정권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식물정권으로 전락해 가는 이명박 정권은 언론악법에 대한 ‘허위 과장광고’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을 더는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여당은 통계조작과 거짓홍보로 행한 거짓말에 대해 국민과 야당 앞에 사과하고 언론법 개정을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안상수 원내대표와 문화부 장관은 일자리 창출 3만개, 2만개 근거를 분명히 밝혀야 하며, 이에 대한 토론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전지명 친박연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을 발표하고 “정부 여당이 제시한 미디어법 개정안의 근거 통계가 KISDI의 조작된 통계 보고서에 근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는 충격적인 일로, 국민의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아무리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 하더라도, 국책연구소가 통계조작까지 하면서 자발적으로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이유는 없다”면서 “보고서 조작 의혹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민주당 문방위원들의 기자회견 직후 전병헌 의원과 만나 “(회의에) 들어와서 얘기를 하면 되지 않나. 매일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건 뭔가”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전 의원은 “한나라당이 (지난 2월) 언론법 날치기 상정 전과가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응수했고, 고 위원장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한 것이다. 날치기 상정, 미수 등의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맞받았다.

이날 오전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과 전 의원은 30여분 동안 임시국회 개회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했으나 각각 법안의 ‘회기 중 처리’와 ‘합의 처리’ 등 다른 곳에 방점을 찍으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들 간사 의원들은 이날 저녁 다시 한 번 만나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