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BS <도올의 논어이야기>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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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BS <도올의 논어이야기> 어떻게 볼 것인가
말할 수 있는 자유
  • 승인 200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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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10월27일 금요일 밤. 김용옥 교수는 ‘논어’의 해석과 관련하여 그의 해석학적 입장을 밝히면서 소위 ‘양식사학’을 원용하였다. 성서는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하느님의 독생자 되심’을 선포하는 ‘양식’이라는 것이다. 그 반증으로서 그가 주장하는 여러 가지 로마사의 구체적 증거들을 말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성경은 드라마일 수 있다’, ‘예수는 사생아일 수 있다’라는 발언이 논어의 해석과 관련되어 말하여졌다. ‘논어’를 읽는 데 있어서도 이러한 하나의 양식은 통용되지 않겠느냐는 반문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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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말 많은 <논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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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방송이 나가자, 실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부분은 잘려지고 오직 ‘기독교에 대한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비난’만이 방송 내용의 모든 것이 되었다. 사무실의 전화는 모두 불통이 되었고, kbs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이를 둘러싼 논쟁이 불붙었다. 종교단체 소유의 신문에서는 이에 대한 기사들이 나기 시작하고, 급기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라는 단체에서는 정식 항의 공문을 보내왔다. 그 내용은 김용옥 교수의 발언에 대한 시정과 이에 대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시청료 거부 운동을 비롯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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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결국 kbs는 ‘유감을 표명’하는 회신을 보냈으며, 사태는 일단락 마무리되는 모습이었다.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분들은 아주 다양한 층차를 보여주었다. 다짜고짜 욕과 함께 협박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기독교계의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종교인까지 실로 많은 분들과 통화를 하였다. 물론 신학을 전공하는 분들의 따뜻한 조언도 있었다. 더 나아가 ‘왜 기독교만 방송에서 이야기하는가? 이는 특정종교의 간접광고다’는 주장도 꽤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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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2|말이 금지된 영역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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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사실 <도올의 논어이야기>는 전문적인 종교 비평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나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사태들은 얼마 전 조선일보가 행하였던 최장집 교수의 사상 검증 사건 때와 동일한 오류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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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즉 김용옥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전체 문맥-해석학적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은 사라지고 오직 그의 독특한 말투에서 비롯되는 감정의 상함, 또한 성서와 예수라는 ‘언터쳐블’한 절대불가침의 단어가 교회가 아닌 방송에서 아무런 경외심 없이 사용되었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되었다고 보여진다. 여기서 김용옥 교수의 기독교 해석에 관한 방송상의 멘트가 맞고 틀렸다는 점은 접어두기로 한다. 왜냐하면 아주 명확하게 이 부분은 이번 사태의 본질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이야기다. 아니 맞고 틀리냐를 떠나 종교적으로 민감한 소재가 어찌 방송에서 다루어졌냐?는 점이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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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방송에서의 소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우리 사회의 공개적인 논의의 장에서 제일 비껴 서 있는 것이 종교적 영역이 아닐까? 지금까지의 종교적 소재와 관련된 방송의 내용은 각 종교의 기념일마다 이루어지는 특집 방송과, 그에 연관된 다큐멘타리와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면 소위 이단이라고 치부되는 비리 종교 단체에 대한 고발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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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즉 종교적 영역 전체의 문제에 대한 거시적, 근본적 접근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불어 이에 대한 비평은커녕 말하는 것조차도 금기시되어 왔다는 것이다. “말을 할 수 있는 자유와 그에 따른 의무”. 방송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마저도 종교적 영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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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3|말해야 하는 방송인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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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8|물론 김용옥 교수의 그 날 방송 내용이 종교에 대한 거시적, 근본적 문제제기나 비평이라고 주장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말한 것이 과연 ‘1000만 특정종교인들 모두를 비하하거나 그 종교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종교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단지 공개적인 장에서는 한 번도 말해진 적이 없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했다. 즉 ‘말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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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1|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자유는 방송이 지켜가야 할 의무 중의 하나다. 그리고 실제로 프로그램 제작의 여러 현장에서 이를 지키기 위한 고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 만큼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소중한 것이다. 물론 ‘니네만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냐?’라고 누가 물어온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싶다. “예, 그것은 방송을 만드는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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