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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송규학 독립PD

지난달 21일 ‘KBS특별기획’이라는 이름으로 5부작 <인간의 땅> 1부가 방송됐다. KBS의 이번 특별기획 5부작은 정말 특별하다! 20억이라는 큰 제작비를 KBS 안팎을 아우르는 공모를 통해 독립PD에게 기회를 줬던 선례는 없었다. 이는 우리 방송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특별했다. 소재 또한 다른 어떤 나라의 방송사에서도 접근하기 힘든 제작 난이도 최상급의 특별한 기획이었다. 그러나 편성까지 이렇게 특별하진 않아도 되는데 너무 ‘특별’ 대우를 하는 것 같다.

<인간의 땅>은 소재 자체가 워낙 접근이 어려운 것들이고 위험한 것이어서 기획초기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걱정으로 기다렸던 작품이다. 그 <인간의 땅> 1부 아프가니스탄, 강경란 PD의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탄환 발사가 난무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우리는 PD와 카메라맨들이 자신들의 이름과 목숨을 걸고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 ⓒKBS
이런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바로 KBS의 위상을 높여주고, “역시 KBS야!”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 예고도 본 기억이 없는데 본방이다. 물론 예고는 내가 무심결에 지나쳤을 수도 있다. 허나 예고라도 봤다는 사람 역시 못 봤다. 이쯤 되면 특별기획 5부작 치고는 예고가 너무 인색했던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더구나 2부는 언제 방송된다는 건지, 기약조차 없다. KBS를 인색함의 극치로 내몬 주범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기획할 때 사장님과 방송 나갈 때 사장님이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인가? 뭐, 현 사장님 입장에서 보면 탐탁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은 든다. 그러나 시청료 따박따박 내는 시청자를 생각하면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차마고도> 제작비나, <누들로드> 제작비나, <인간의 땅> 제작비나 다 같은 돈이 아니었단 말인가?

KBS의 제작비는 너무나 착하게, 전기세에 포함된 시청료를 매달 납부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그 돈 마련해준 분들께 회계감사 받는 심정으로 프로그램 “이렇게 만들었습니다”하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5부작은 5부작답게 편성해서 다른 프로그램들과 경쟁하고 비교도 될 기회는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말이다.

<차마고도>와 <누들로드>가 방송되던 때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다. 온에어를 즐겨보지 않았던 나 같은 사람도 그 예고편들은 여러 번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에 비하면 <인간의 땅>의 편성은 마치 시청자들이 보지 않길 바랐던 것처럼 보인다(그래도 시청률은 6.9% 나왔다). 편성뿐 아니라 마케팅도 전혀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이정도의 프로그램이라면 해외 마케팅에 벌써부터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제작비 측면에서 보면 이번 프로젝트에 들어간 제작비가 앞선 그것들에 비해 적었음은 사실이나, 작품성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앞선 것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KBS, 질투심도 많으셔라. 더 적은 제작비를 가지고도 이토록 감동적인 작품을 제작한 독립PD들을 KBS에서 질투라도 하는 것인가 보다.

▲ 송규학 독립PD
그렇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은 KBS 본사 PD가 아닌 독립PD가 만든 프로그램이라서 편성도, 마케팅도, 예고도, ‘특별대우’ 받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식의 특별편성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너무 신경을 쓰신다. 제발 평범한 편성 해주시고 그 여력으로 어떤 영화제에 출품할 것인지, 해외마케팅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평범한 부분에 신경 써 주시길 바란다.

강경란 PD의 아프가니스탄에 이어서 방송될 박봉남 PD의 2부 방글라데시부터 5부까지는 쭉 이어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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