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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양의 경우와 언론의 상업주의적 파렴치

|contsmark0|나는 끝내 소위 ‘o양 비디오’를 보지 않았다. 주변에서 마치 무용담처럼 포장하여 흥미를 유발했지만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남의 사생활을 훔쳐본다는 것이 못내 양심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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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마침 한 일간신문에 칼럼을 쓰고있던 참이어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o양 비디오가 남긴 것’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런 말을 했다. “o양이 칭찬받을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매장될 만큼 엄청난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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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언론은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토록 처참하게 한 개인의 인생을 짓밟은 과오를 반성하고 그가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와 관용을 베풀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o양과 같은 피해자를 또다시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도 필요하다.” (대한매일, 1999년 4월7일자) 1년 8개월 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해야 하는 이 곤혹스러움. 그러나 어쩌랴? 못된 버릇이 고쳐질 때까지 할 말 또 하고 또 할 수밖에. 사실 이번에 무엇을 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쓰고 싶은 주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될수록 방송 영역을 벗어나는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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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그러나 b양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의 뉴스를 보고 이걸 쓰기로 결정을 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가 b양을 무척 좋아했다. b양이 기자회견 한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평소 보지 않던 뉴스를 열심히 보는가 하면 눈물까지 보였다. 연예인이란 다 그렇고 그런 거라며 이 기회에 최근 급속하게 인기가수에 빠져든 아이의 환상을 허물어 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사정이 그리 간단치가 않았다. 수컷들의 관음증과 언론의 선정적 상업주의가 애매한 사람을 또 하나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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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특히 s사의 한 연예 프로그램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이 프로그램의 저질스러움에 대해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아예 막가파로 방향을 정한 것일까? 이 프로그램이 서태지에 대한 왜곡된 방송을 했다며 항의하며 집중적으로 모니터를 하고 있는 태지매니아(www.taijimania.org)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인권침해를 일삼고 있으며, “선정성, 폭력적인 화면이 여과 없이 방송되는가 하면, 그에 따른 어떤 사회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에도 보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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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m사의 대표적인 연예 프로그램은 이에 앞서 문제의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b양의 익명성을 종식시키는 사생활 침해를 저질렀다. 이렇게 악명이 높은 프로그램들에게 b양은 더 없는 먹이감이었고 무참하게 난도질했던 것이다. 나는 연예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방송사 경영진이 b양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을 느끼면서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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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6|이런 형편없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방치하는 사람들이 누구를 비난하고 단죄할 수 있단 말인가? 방송위원회는 도대체 뭐 하는가? s사의 그 프로그램은 방송위원회로부터 숱하게 경고와 주의, 사과명령을 받았고, 기자와 시민단체들로부터 여러 차례 ‘나쁜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프로그램 중지명령을 받은 경인방송(itv)의 <김형곤 쇼>보다 덜 저질이어서 건재하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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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9|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의 은밀한 세계, 그것도 가장 감추고 싶은 장면을 몰래 들여다 보고, 또 그것을 몰래 찍어 멋대로 유통시키고, 재미있다고 킬킬대며 너도나도 구해보고, 게다가 방송에서 버젓이 까발리는 이 몰상식. 대한매일의 칼럼에서 나는 “o양 자신도 부끄러운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썼다. b양에게도 마찬가지 말을 해주고 싶다.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설령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해도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사생활의 문제다. 다행히 b양도 기자회견에서 좌절하지 않고 가수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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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2|이미 다 아는 이름을 굳이 ‘b양’이라고 표현한 까닭을 알 것이다. 우리 끝까지 그저 b양의 일로 묻어두자. 그리고 잊어버리자. 백지영이 방송에 출연하여 예의 그 현란한 춤과 경쾌한 리듬의 노래로 나타났을 때 b양을 연상하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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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5|그리고 다시 한번 언론의 각성을 촉구한다. 여전히 까발려질(까발리고싶은) 후보가 많은 모양이지만, 책임 있는 언론이 이를 선정적으로 공개해서야 되겠는가? 그 40분 짜리 내용을 인터넷에서 거래하여 40억 원을 벌었다는 시정잡배와 언론이 똑같아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언론이 상업적인 고려에 앞서 인권을 생각하며 무책임한 몰이배들을 준엄하게 꾸짖는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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