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태풍’ 하반기 방송가 뒤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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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태풍’ 하반기 방송가 뒤흔드나
친정부 인사 공영방송 이사진 포진·언론법 개정으로 물꼬…언론 보수화 심화 우려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7.07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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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MB바람’이 하반기 방송·언론가를 휩쓸 전망이다. 정부·여당은 친여 성향의 신문들에 보도기능을 포함한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의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8~9월 사이 전면 교체가 예정된 공영방송 이사진(방송문화진흥회 9명·KBS 11명·EBS 9명)에도 친정부 인사들이 줄 서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법 개정을 통해 보수·친여 성향의 언론을 의제 확산력이 큰 방송에 진출시키고 친정부 인사들을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프로그램 제작·편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앉혀,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한 ‘게이트 키핑’ 역할을 안팎에서 직·간접적으로 수행토록 해 현 정권에 우호적인 여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미디어행동이 지난 2일 오후 1시 방통위 사옥 앞에서 8개 항으로 된 공개질의서를 방통위에 전달하기에 앞서 ‘방통위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 관련 공개질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우선 한나라당은 오는 13일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하 문방위)에 상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28일 안상수 원내대표가 언론관계법 협상을 위한 ‘4자회담’(양당 정책위의장·문방위 간사 참여)을 제안했지만, 지난 3일 민주당이 이를 전격 수용하자 갑자기 “상임위에서의 논의가 바람직하다”며 뒷걸음 친지 나흘만의 최후통첩이다. 또 6월 국회 내 처리를 위해 직권상정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법안 처리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신문·방송 겸영 허용=일자리 창출’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 통계조작 논란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변재일·천정배 의원 등이 KISDI 보고서가 2006년 한국의 GDP(국내총생산)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 규제완화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결과적으로 과장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진위를 가리기 위한 토론 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은 아무런 답도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천정배 의원은 “국책연구소는 연구의 기준으로 삼은 통계의 오류조차 잡아내지 못하고 잘못된 보고서를 쓰고 정부·여당은 이를 기반으로 신·방 겸영 허용 시 2만~3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국민 혈세로 홍보를 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족벌신문에 방송을 팔아 영구집권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 정권이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8월 8일)과 KBS 이사진(8월 31일), EBS 사장(9월 18일)과 이사(9월 14일) 등도 전면 교체되는 시점인데, 수개월 전부터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정언론시민연대,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 등 현 정권에 우호적인 단체들의 대표들이 의욕을 드러내고 있거나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한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MB캠프’에 몸담았거나 깊이 관여를 했던 언론계·학계 인사들 중 아직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이들이 이미 ‘감투’가 예정돼 임명장만 기다리고 있거나, ‘설욕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인터넷 언론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한국언론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정부광고 집행 현황’에 따르면 <아우어뉴스>, <뉴데일리>, <프론티어타임즈> 등 보수 성향의 인터넷 매체에 광고가 집중된 반면, 진보 성향의 <프레시안>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단 한 건의 정부 광고도 수주하지 못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일련의 흐름 속 올해 하반기 방송·언론이 전반적으로 친정부 성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관 등이 검증되지 않은 이른바 ‘MB인사’들이 공영방송 이사진에 대거 포진되는 부분으로, 일상적 보도에 이들이 개입하진 않지만 사장 추천·임명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경영진을 압박, 프로그램 제작·편성·보도 환경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련의 우려를 일부라도 잠재우기 위해선 시청자와 언론학자 등이 참여,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의 언론관 등을 검증하는 청문회 등을 개최하고 임명 후 정치적 독립 등을 지켜내지 못했을 때 소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MB낙하산’이 언론계 수장으로 줄줄이 내려오며 군사독재 정권 이후 유례없는 언론인 해직 사태 등이 벌어져 모두가 경악했지만, 언론법 개정과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 이후 지금보다 더 큰 태풍이 언론 전반을 휩쓸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과 언론인들이 고립되지 않기 위한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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