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오 그대, 내 마음 속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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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아침부터 모여든 2만 추모객 애도 속에 안장식 거행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가 열리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형 걸개그림이 내걸렸다. ⓒ 권우성

▲ 10일 정오 경남 김해 봉화산 정토원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49재'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과 영정이 안장식이 열리는 봉하마을 사저 부근의 장지로 이동하자 수많은 추모객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 유성호
[특별취재팀]

- 현장 취재 : 최경준 박상규 기자 / 총괄 : 윤성효 기자
- 사진 취재 : 권우성 유성호 기자
- 동영상 취재 : 김윤상 박정호 기자 / 총괄 : 이종호 기자

[3신 : 10일 낮 12시 46분]

추모객들 애도 속에 안장식 거행... 경찰 추산 2만여 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 안장식은 10일 낮 12시부터 봉하마을 사저에서 150m가량 떨어져 있는 봉화산 서쪽 기슭에서 거행되었다.

안장식에 참석한 추모객은 수만 명에 이른다. 추모객들은 안장식장 앞에 설치된 3000여 개의 의자를 모두 메웠으며, 묘역 주변에도 꽉 들어찼다. 도로뿐만 아니라 산기슭 나무숲의 상당 부분에도 사람들이 들어찼다.

마을 입구부터 묘역에 이르는 도로에도 사람들이 들어찼으며, 다목적광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앉아 대형 화면에 비치는 안장식을 지켜보고 있다. 경찰은 안장식이 거행되기 전 추모객을 2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정토원에서 출발한 운구행렬은 이날 낮 12시경 묘역 입구에 도착했다. 운구차량 위에는 추모객들이 만들어 던진 노란색 종이학이 쌓여 있었다. 추모객들은 마을입구부터 1km 거리에 노란색 천조각을 이으며 줄을 지어 서 있기도 했다.

상주 노건호씨가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을 들고 운구차에서 내리고, 부인 권양숙씨가 차량에서 내리자 옆에 있던 추모객들은 "힘내세요"라 외쳤고, 일부 추모객들은 흐느끼기도 했다. 권양숙씨는 많이 운 듯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 10일 오전 경남 김해 봉화산 정토원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49재'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과 영정이 봉하마을 사저 부근의 장지로 이동하자 추모객들이 뒤를 따르며 슬퍼하고 있다. ⓒ 유성호
태극기를 든 군인들이 앞장서고 뒤이어 영정과 훈장, 유골함을 든 사람들이 뒤따랐다. 유골함과 영정을 단상에 놓은 뒤 곧바로 안장식이 거행되었다. 사회는 배우 문성근씨가 맡았으며, 고인에 대한 경례를 할 때 안장식장에 있던 추모객뿐만 아니라 도로와 다목적광장에서 앉아 있거나 걸어가던 사람들도 서거나 멈춘 뒤 고개를 숙였다.

이어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거행되었다. 안장식은 헌화와 분향, 추모영상 상영, 봉안, 허토, 조총 발사 등의 순서로 열린다.

이날 안장식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김태호 경남지사, 송기인 신부, 작가 조정래씨 등이 참석했다. 안장식장 주변에는 갖가지 구호를 종이 피켓에 적어온 추모객들이 많았는데 "국민이 무섭다", "친이 친박 모두가 친일이다", "이명박에게 국민은 없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언젠가 사람 사는 세상이 오면 외쳐 주세요. 와~, 기분 좋다" 등의 글귀가 보였다.

[2신 : 10일 오전 11시]

추모문화제... "잘 가오 그대, 내 마음 속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장식이 열리는 10일 봉하마을에는 계속해서 추모객이 몰려들고 있다.

봉하마을 다목적광장 특설무대에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잘 가오 그대"라는 제목의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뜨거운 날씨인데도, 특설무대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다. 이들은 양산을 들고 있거나 신문지를 모자로 만들어 쓰고 있다.

추모공연은 정태춘씨 등이 연출했으며, 배우 권해효·오지혜씨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공연 참가자들은 추모시를 낭송하고, 추모곡을 부르며, 진혼무를 추고 있다.

백무산 시인은 "우리가 당신을 버렸습니다", 권선희 시인은 "2009년 5월, 포항" 등의 추모시를 낭송했으며, 예술공장 '두레'가 '진혼무'와 '환생'이란 제목의 춤을 무대에 올렸다.

정태춘씨는 "떠나가는 배"를 부른 후, 박은옥씨와 함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를 불렀다. 전경옥씨는 추모가 "종이비행기"를 불렀으며, 금관5중주단이 "꽃다지"와 "님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했다.

▲ 10일 오전 경남 김해 봉화산 정토원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49재'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을 들고 봉하마을 사저 부근의 장지로 이동하기 위해 정토원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추모객들은 마을에서 1.5km가량 떨어져 있는 본산공단에 주차해 놓은 뒤 걸어서 들어오고 있다. '노사모'는 추모객들에게 '내 마음 속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자와 얼굴이 새겨진 노란색 작은 부채를 나눠주기도 했다.

'나눔문화'라는 단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어록집"을 작은 리플렛으로 만들어와 추모객들에게 나눠주었다. 전례위원회는 참여정부 인사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600여 명을 초청했는데, 봉하마을 입구에서는 참석자를 확인한 뒤 비표를 나눠주기도 했다.

"극락왕생하소서"... 2000여 명이 함께한 마지막 천도법회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의 마지막 천도법회가 10일 오전 봉화산 정토원 법당에서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이날 법회에는 유가족과 참여정부 인사, 민주당 인사, 일반 조문객 등 2000명 이상이 참석했다.

법회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상주인 아들 노건호씨 등 유가족이 도착한 뒤인 이날 오전 9시경 시작되었으며, 2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또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와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인사, 한화갑 전 의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법회는 조계사 주지 세민 스님이 설법을 맡았다. 법회는 고인의 회향을 알리고 고해를 넘겨달라는 기원을 담은 '대령관육'으로 시작했고, 고인의 업을 씻어내는 의식과 극락왕생을 바라는 축원들이 이어졌다.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회 부의장 밀원 스님과 대한불교 종회 의장 고산 스님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고산 스님은 "오늘 타는 불소, 한 점 푸른 눈송이 되어 홀연히 부처가 없는 곳으로 가버린 노무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빈다"고 기도했다.

이어 정토원 원장 선진규 법사는 인사말을 통해 "대통령께 서서 인사드리겠다, 1년 5개월 전 대통령이 귀향행사를 할 때 환영위원장의 역할로 열렬한 환영인사로 했는데, 오늘 정토원에서 노 대통령의 49재를 책임지고 끝맺는 인사를 하게 된 것이 참으로 기구한 인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선 법사는 "하도 엄청난 일을 당해 침묵으로 일관하려고 했지만 오늘은 칭찬 한번 실컷 해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참여정부의 업적을 나열했다.

이어 그는 "수구보수 정치세력, 보수언론, 기득권에 철저히 짓밟혔지만 끝까지 버텨낸 대통령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살신성인의 죽음은 잠자던 국민들을 눈뜨게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 대통령님, 이제 기분 좋게 훨훨 떠나 주시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영원 정토세계가 대통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한 뒤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당신은 진정한 밑바닥에서 어렵던 사람들을 함께 이 시대에 일으켜 세웠던 진정한 보살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 대표로 아들 노건호씨가 인사말을 했다. 노건호씨는 법회 내내 눈물을 흘려 눈이 충혈돼 있었다.

노건호씨는 "이 자리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이 자리에 함께 계신 아버지를 좋아했던 많은 분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셔서 힘든 가운데 큰 힘이 되었다. 앞으로 저희가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

법회는 이날 오전 11시 5분경 끝났으며, 뒤이어 운구의식이 진행되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은 사위가 들고, 그 뒤에 노건호씨가 유골함에 줄을 매달아 목에 걸고 뒤따랐다. 이어 권양숙씨 등 가족들이 뒤따라 법당에서 나와 운구차량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을 태운 운구차량이 지날 때 추모객들은 울먹이면서 "극락왕생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불명이 '여선행'이라는 한 보살은 법회 내내 눈물을 흘렸는데, 그 보살은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한 나라의 아버지였고 이 나라를 책임졌던 분인데 이렇게 보내는 슬픔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나. 그동안 노 전 대통령께서 살아있을 때 억울함, 집착, 원망 같은 것은 버리고 극락왕생했으면 좋겠다. 다음 세상에서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살아계셨을 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았나. 그러나 여건이 되지 않아 이루지 못하고 갔다. 그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더라. 다음 생에 태어나서는 당신이 원하는 일을 모두 이루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신 보강 : 10일 오전 8시 40분]

화창한 날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와 안장식이 열리는 10일 아침 김해 봉하마을은 해가 밝게 떴다. 전날인 9일 저녁부터 10일 새벽까지 비가 내렸는데 그야말로 비가 뚝 그친 것이다.

봉하마을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마을에서 1.5km 정도 떨어진 입구에서는 교통을 통제하고 있으며 추모객들은 걸어서 들어오고 있다. 마을 다목적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는 대형 화면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추모객은 아침 7시경부터 특설무대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참여정부 인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안장식 준비 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봉하마을 곳곳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하루 전날 매달아 놓은 노란색과 검은색 고무풍선이 있다. 마을 입구부터 봉화산 사자바위 아래 기슭에 있는 묘역 주변까지 풍선이 줄을 지어 이어져 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가 열리는 10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시민들이 고인의 기록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다. ⓒ 권우성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검은색 옷을 입고 있으며 이른 아침에 마을을 찾은 추모객들을 위해 주먹밥과 물을 나눠주고 있다.

노 전 대통령 49재는 오전 9시경부터 봉화산 정토원에서 유가족과 참여정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며, 곧이어 유골함을 묘역으로 옮기는 운구의식이 진행된다.

사저에서 150m가량 떨어져 있는 묘역에서는 안장식이 낮 12시경부터 열린다. 안장식과 비석 설치 작업은 2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정토원에서 49재가 거행되는 동안 봉하마을 다목적광장 특설무대에서는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전례위원회는 안장식에 각계 대표 1600여 명을 초청했으며, 안장식장에는 3000여 개의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전례위원회는 안장식에 5만여 명의 추모객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9일 자정까지 분향소가 있었던 곳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 걸개그림의 바탕화면은 국민장 영결식 때 서울시청광장에 모여든 추모객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며, 그 위에 노 전 대통령이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봉화산 정토원에서는 49재가 10일 오전 9시경부터 열리는데, 문재인․이병완 전 비서실장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관계자들이 사저 앞에 모여 8시 30분경 대형버스를 타고 정토원으로 향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가 열리는 10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풍선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아울러 한 달 전인 6월 11일 임진각을 출발했던 도보순례단이 이날 오전 8시경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전국 도보 순례를 한 인터넷 카페 '시민참여로 일구는 노무현의 꿈' 회원 2명은 이날 아침 진영공설운동장에서 출발해 다른 회원 150여 명과 함께 봉하마을까지 걸어왔다.

이들은 봉하마을을 지나 49재가 열리는 봉화산 정토원으로 향했는데,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이 마을을 지날 때 박수를 치기도 했다.

아침부터 해가 뜬 채 화창한 날씨를 보이자 노무현 정부의 한 인사는 "새벽까지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재임할 때도 행사가 있으면 비가 잘 오지 않았고 비가 오다가도 행사 직전에 그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오마이 뉴스(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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