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 쓴 영화비평 - ‘단적비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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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쓴 영화비평 - ‘단적비연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추락
  • 승인 200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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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한국영화의 자살!” “불면증환자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 “판타지와 액션은 없고 로맨스만 남은 기형의 블록버스터” 최근 개봉된 강제규필름 제작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단적비연수’에게 쏟아진 대표적인 혹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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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왜 이렇게 한국영화의 기대작에 격려의 말보다는 가혹한 채찍질이 가해진 것일까? 기대가 커서 실망이 컸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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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이 의문을 풀기 위해 먼저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영화를 산업으로 인식한 강제규 감독이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개념을 최초로 도입하여 ‘쉬리’라는 초대박영화를 완성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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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그 강제규 사단이 제작사를 차려 첫작품으로 선택한 것이 ‘단적비연수’이다. 전작이 워낙 히트했기 때문에 차기작인 ‘단적비연수’에 쏟아진 관심은 제작 초반부터 뜨거웠고 최진실, 김석훈, 설경구, 이미숙, 김윤진 등의 초호화 스타급 캐스팅과 40억대에 이르는 막대한 제작비는 이 영화가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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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드디어 전국의 개봉관을 모조리 도배하고 한국영화 최고 걸작중 하나인 ‘공동경비구역 jsa’의 바톤을 이어받아 개봉한 첫 주말, 예상대로 ‘단적비연수’는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운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며 잘 만든 한국영화 한편이 열 편의 할리우드영화가 부럽지 않다고 확신한 필자도 또 다른 화제작 ‘단적비연수’의 흥행대열에 참여하기 위해 기대에 찬 발걸음으로 극장 안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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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그러나 영화가 시작한 지 채 10분이 못돼 ‘이거 강제규표 영화 맞아?’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더니 시종일관 엉덩이 베김과 시계와의 전쟁을 벌이며 결국 한국영화의 씁쓸한 추락을 맛봐야만 했다. 한국영화의 중흥을 꿈꾸는 영화관객으로서 몇 가지 문제 만큼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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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먼저 강제규 감독을 등에 엎고 이 영화로 데뷔한 신인감독 박제현 감독문제다. 쉬리의 시나리오에 참여했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그는 강제규 감독의 그늘 아래에서 ‘은행나무 침대’에의 미련을 못 버리고 이 영화 최악의 장면인 무리하게 은행나무가 등장하는 결말을 만든 건 아닌지. 거기에 경험부족의 신인 감독이 거대규모의 영화를 장기간에 걸쳐 촬영하다보니 감독 스스로가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놓쳐 결국 판타지 로망스를 표방한 엉성한 졸작을 만든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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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다음으로 미래의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어 갈 리더로 떠오른 강제규 감독 문제다. 이 영화로 인해 그가 과거에 보여주었던 재능과 누구보다 앞선 할리우드적인 영화의식이 의심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점은 감독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관객들에게 커다란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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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스필버그 같은 감독을 꿈꾼다면 조금 질이 떨어져도 적당한 스타급 캐스팅과 치밀한 마케팅력만 갖추면 기본 장사는 된다는 안일한 발상은 접고 이름 값을 해야한다. 스필버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를 다른 나라 방송사에서 더빙하는 것조차 성우오디션을 통해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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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외화더빙을 업으로 살고 있는 필자로선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일이지만 그 만큼 자기작품에 애정이 있고 일정수준의 품질을 유지시켜 준다는 점에서 철저한 관객서비스정신이 엿보인다. 이렇게 까지 유난을 떨진 못할지라도 강제규 감독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영화에 최대한 일정수준의 작품 질은 유지시켜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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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마지막으로 호들갑을 떨며 ‘단적비연수’의 홍보에 열을 올렸던 매스컴의 문제다. 날카로운 비평으로 영화관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줘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매스컴은 이 영화가 대단한 재미와 볼거리가 있는 양 허위 과대 간접광고를 해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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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그리고 개봉된 후에도 흥행성적만을 대대적으로 선전 할 뿐 이 영화에 메스를 가하는 비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신들이 문화권력자로 만들어준 강제규 감독과 불편한 관계를 맺기 싫어서일까? 아니면 매스컴이 철저하게 강제규 사단에 놀아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관객을 모독하는 소위 재미없는 영화는 철저히 망해야 한다. 애국심에 호소하여 강제규 사단과 매스컴이 벌인 합작 사기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서는 안된다. 제작진이 들으면 섭섭해 할 지도 모르지만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영화시장을 깊은 수렁에 몰아넣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관객이 들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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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우리 나라 영화 제작자와 매스컴은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한번 속은 관객을 또 다시 속이기는 어렵다는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한번 한국영화에 등돌린 관객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데 30년이 걸린다는 것을…. (60년대의 전성기이후 한국영화 부흥기가 돌아오는데 30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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