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양해진 외압, 제작 위축 초래

프로그램 제작에 가해지는 외부 압력이 점점 더 강도가 세지고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치권이 경영진의 외압이 대부분이었던 예전에 비해 종교계 뿐만 아니라 시청자 단체, 네티즌, 팬클럽 등이 새롭게 프로그램에 압력을 행사는 외압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제작진들은 “방송편성이나 내용이 그들로 인해 변경될 수밖에 없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실제 최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던 MBC 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집단외압에 의해 홍역을 치뤘던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19일 교회세습을 다뤘던 은 교계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으로 인해 방송 불과 4시간 전까지도 방영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고 지난 1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신도들의 집단 과격시위로 애초의 기획과는 다소 변경돼 기도원의 반론보도를 15분이나 방송할 수밖에 없었다. MBC ‘2000년 한국의 대형교회’(연출 최승호·김새별)의 제작진들은 불만을 품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교계 단체들의 계속적인 방송취소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할렐루야 기도원의 실체’(연출 최상재)도 기도원 신도들의 거친 집단 항의로 몸살을 앓았다. 할렐루야 기도원 김계화 원장의 성령수술로 인한 피해사례와 원장의 외화 밀반출 문제를 다뤘던 이 프로그램에 대해 지난 13일 1300여명의 신도들은 SBS사옥 앞에서 환자를 앞세워 집단시위를 벌이며 방송취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처음에는 방송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SBS측도 결국은 한발짝 물러서 기도원측과 협상을 했고 15분 가량의 반론보도를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종교는 방송에서는 일종의 ‘성역’으로 굳어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사프로그램이 종교문제를 다룰 때마다 크고 작은 종교계와의 심각한 마찰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장덕수 부장은 “교회는 공적공간이기 때문에 환경감시의 책임이 있는 언론이 다루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순천향대학 장호순 교수도 종교문제는 결코 ‘성역’이 아님을 주장하고 “이렇게 가처분신청이나 집단시위를 함으로써 방송을 방해하는 것은 사전심의로 명백한 언론자유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제작진들이 이렇게 종교계의 집단적 움직임으로 방송이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시청자단체나 네티즌들도 최근들어 크게 작게 프로그램에 압력을 미치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지난 7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개 여성단체는 명예훼손죄로 SBS송도균 사장과 <한밤의 TV연예> 이충용 PD를 고발해 결국 현재 주 2회 편성에서 1회로 축소편성과 담당 PD교체를 SBS측으로부터 약속받았다. 이번 형사고발사례는 방송사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써 시청자 단체가 프로그램 압력에 대한 새로운 전략으로 선보여 상당히 효과적으로 인식돼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선례가 돼 비슷한 사례가 또 다시 발생할 우려도 적지 않다. PD들은 이 외에도 인터넷의 대중화로 팬클럽이나 네티즌들의 압력 또한 무시못할 정도라고 말한다. 안티서태지운동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SBS <한밤의 TV연예>는 팬클럽의 압력으로 광고가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결국 팬클럽의 압력이 광고주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지고 제작진에 대한 압력으로 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또 현재 인터넷 상에는 프로그램과 방송사를 상대로 하는 안티사이트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안티SBS사이트가 두달 전에 개설됐고 안티한밤(<한밤의 TV연예>를 반대하는 사이트)같은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안티사이트도 최근에 생겨나 직·간접적으로 제작진들을 압박하고 있다. 한 예능국 PD는 “팬클럽에 의한 폭력메일이나 협박은 이제는 일상화된 일”이라며 “스타에 대한 사랑이라고 넘겨버리고 싶지만 솔직히 제작하는데 압박으로 다가온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문제는 익명성을 이용한 사이버 상의 비난과 상대편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품은 집단움직임이다. 한 PD는 이에 대해 “대부분 무시하지만 위축되는 건 사실이고 점차 강도도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방송현업인들은 시청자단체 활동폭 확대나 일반인의 활발한 의견개진이 방송환경 변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들어 시청자단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경쟁적 모니터 활동을 벌이는 등 시청자단체의 권력화 현상을 보이는데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새로운 통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으며 이에 대해 PD들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지 않도록 회사측의 법률적 보호 장치가 시급하게 요청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