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비정규직 13명, 해고 무효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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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비정규직 13명, 해고 무효소송 제기
“10년 이상 무기계약직처럼 근무 … 법 회피 위한 ‘해고자작극’”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7.14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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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해고된 연봉계약직 사원 13명은 지난 9일 사측을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1일 비정규직법 발효 이후 해고 노동자가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다.

지난달 30일 KBS에서 해고된 안모씨 등 13명은 소장에서 “우리는 근로계약을 수차례 반복 갱신하며 무려 10년 넘게 장기근속을 해 왔으며, 실제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 근로자와 다름없이 일해왔다”면서 “KBS는 정규직 전환의무를 회피하고자 형식적인 기간만료를 이유로 해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대리인 최성호 변호사는 “KBS는 지난해 12월 경영개혁단을 만들면서 비정규직법 시행에 대비했는데, 이때부터 회사는 정규직 전환 대신 정부의 눈치를 보며 이들에 대한 계약해지를 준비했다”면서 “소송 과정에서 KBS가 처음부터 법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홍미라 씨는 “시청자서비스팀에서 10년 넘게 근무해오다 지난달 30일 근료계약종료 안내와 함께 (자회사) 전적 동의서를 받았지만, 서명을 거부했다”면서 “박봉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근무한 것은 KBS를 위해서였다. 다른 곳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사원들의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KBS는 ‘연봉계약직 운영방안’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KBS는 지난 9일 영상 관련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위한 자회사 ‘KBS 미디어텍(가칭)’ 설립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는 “오는 9월 창사를 목표로 하는 영상제작전문 자회사 KBS 미디어텍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본사 연봉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KBS 기간제사원협회(회장 김효숙)는 “자회사 이관은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며 반발했고, 실제로 지난달 30일 계약이 해지된 일부 사원들은 자회사 이관을 위한 전적 동의서에 서명을 거부하고 회사를 상대한 부당해고 소송에 동참했다.

한 연봉계약직 사원은 “사측은 자회사 전환 대상자들에게 근무부서, 수행업무, 임금이 공란으로 되어있는 계약서에 서명을 강요했다”면서 “지난 1일 비정규직법이 이미 시행됐는데 이제야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KBS가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에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사측의 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K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격려 방문해 “KBS가 앞장 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은 공영방송사로서 책임과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는 “KBS는 소외계층과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하는 공영방송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떨쳐내고 있다”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양극화 해결의 핵심 사안인데, 비정규직 문제에 이같은 태도를 보이는 KBS가 앞으로 어떻게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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