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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주간미디어리뷰]

▲ 이희용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장
6월 임시국회 회기가 열흘도 채 안 남은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장과 본회의장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외교통상위원회에 이어 또다시 몸싸움이 벌어질 조짐도 보이는군요. 한나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촉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직권상정 절대 반대"를 주장하며 회기 연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회의장에서는 한쪽은 날치기 처리를 막겠다며, 한쪽은 의장석 점거를 막겠다며 여야 의원 일부가 의정사상 초유의 동시농성이라는 희한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지요.

미디어법 공방은 국회에만 머물지 않고 장외대결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국회 앞에서 언론운동단체 및 종교계 인사들과 함께 연일 촛불문화제를 열어 "미디어법 철회"를 외치고 있으며 7월 19일 범국민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라네요.

19일에는 동아투위, 80년해직언론인협회의, 언론광장, 새언론포럼, 언론노조, 방송기술인연합회, PD연합회, 인터넷기자협회, 독립PD협회, 시사만화가협회 등 지난해 언론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단체들이 '언론악법 저지 전 언론인 결의대회'도 개최한다고 합니다. 언론시민단체 등은 7월 21일부터 25일까지를 '언론악법 저지 비상 국민행동' 기간으로 정해 철야농성을 벌인다는군요. 이에 앞서 언론노조는 21일 오전 6시에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 지난 2월 25일 열린 전국언론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현장 ⓒPD저널
반면 방송개혁시민연대 등은 지상파방송의 독과점 등을 지적하며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디어 관련법 통과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입법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전경련이 설립한 자유기업원은 20일 방송개혁시민연대와 함께 '막장 드라마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자유기업원이 TV 드라마에까지 참견하고 나선 것이 의아해 보이지만, 현재 지상파방송, 특히 MBC에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폭로하다 보면 공영론자들의 주장을 무력화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보는 듯합니다.  

전경련 보고서는 ▲방송산업 규제완화는 국제적인 추세이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특정 매체가 여론 형성을 주도하거나 정보시장을 독과점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으며 ▲대기업과 외국자본의 진출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게 요지입니다. 그동안 여권이 주장해온 논리와 유사한데, 대기업 진출 허용론에 방점을 찍는 동시에 외국자본 진출 허용론에도 무게를 실은 것이 눈에 띄네요. 

흥미로운 점 가운데 하나는 외국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문화적 할인, 즉 언어와 문화적 전통과 관습 등의 차이에 따라 국내 콘텐츠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문화종속 심화를 우려하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 대목입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우리나라에도 글로벌 미디어그룹이 출현해야 하기 때문에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허용하자는 논리는 현실성이 떨어지지요.  

실제로 전경련 보고서에서 언급한 뉴스코퍼레이션, NBC 유니버설, 바이어컴, 타임워너, 가네트코퍼레이션, 베텔스만, 비방디 등 글로벌 미디어그룹들은 모두 문화적 할인이 적은 영어권(독일계와 프랑스계가 하나씩 있지만 이들 콘텐츠의 상당부분은 영어로 돼 있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일본에도 없는 글로벌 미디어그룹이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의 반증자료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민주당은 7월 10일 미디어 관련법 대안을 제출했습니다. 법안의 골자는 종합편성 PP의 경우 시장점유율 10% 이하의 일간신문에 한해 20%까지, 자산규모 10조 원 미만의 기업에 한해 30%까지 지분 소유를 허용하고 보도를 제외한 준종편 PP를 신설해 신문과 기업에 제한 없이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지요. 지상파와 보도 PP에는 여전히 신문과 대기업의 참여가 금지됩니다.  

또 시청자점유율 상한제를 도입해 특정 방송사가 25%를 넘지 못하도록 했으며 여론다양성위원회를 설치해 신문사별 총발행부수와 유가부수 판매수입, 광고 수입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놓으면 논의하겠다"고 말해왔으나 막상 민주당 법안이 제출되자 협상용이라기보다 반대를 위한 전술적 시도라고 보는 듯합니다. 박희태 대표는 "보도가 핵심인데 못하게 하는 것은 반대하는 안이나 마찬가지"라고 일축했으며 나경원 문방위 간사도 "시간끌기용"이라고 깎아내렸지요.  

그러나 오히려 언론운동진영에서도 이를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합니다.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식 제안" "창조한국당 안보다 후퇴한 것" "대안을 내놓으라는 조중동의 프레임에 끌려간 것" "직권상정에 의한 표결 처리 수순에 디딤돌을 놓아준 것" 등의 비난이 쏟아졌지요. 

겸영 및 교차소유에 대한 규제는 진입 규제와 사후 규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우선 보도가 빠진 채널은 여론 다양성을 높이는 데 효과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야권은 미디어산업 발전을 말하면서 보도를 고집하는 것은 여론 독과점을 노리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지요. 둘다 명분과 논리가 있지만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미디어구도를 만들고 싶어하는 속셈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긴 힘들 겁니다.

또한 여권은 소유지분 한도는 둘 수 있으나 참여 대상을 시장점유율로 제한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조중동의 경우 자신들이 참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나머지 신문에만 진출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논의의 가치가 없다고 여기고 있고, 또 시장점유율을 계산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높아 보입니다.  

17대 국회 당시 정병국 의원은 신문시장 점유율 20% 이내의 신문에 대해 지상파 진출의 길을 열어주는 법안을 내놓았다가 지난해 제출한 법안에는 시장점유율 규정을 뺐지요. 당시 기준대로라면 중앙종합일간지만이 아니라 지역지와 전문지까지 포함할 경우 어느 신문도 해당되지 않지만, 일단 시장점유율을 계산하려면 경영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신문사들이 반대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여권은 사후 규제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시청자점유율에 대해서만 수용 의사를 내비치고 있을 뿐 신문과 인터넷 등을 포함한 여론집중도를 계산해 규제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한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매체 합산 30% 이내로 제한하자"고 말했지만 여권 핵심부나 조중동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이 지난해 제출한 방송법과 신문법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지 않고 민주당ㆍ자유선진당ㆍ창조한국당 등의 의견을 일부 반영한다 해도 비율을 조정할 수는 있으나 조중동이 보도와 종편 PP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골간은 바꾸지 않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사후 규제는 시청자점유율 한도를 정하는 것에 그치겠지요. 지상파에 관해서는 겸영만 2012년 말까지 유보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신문의 지분 소유도 상당히 제한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반대로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조중동이 보도를 포함한 방송에 진출하는 것은 한사코 반대하고 있고 사후 규제에도 모든 매체를 합산해 기준을 정하자고 하니 절충과 타협의 여지가 없어 여야의 격돌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며칠 전만 해도 7월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비교적 차분하게 넘어갔기 때문에 여권이 강공 드라이브를 걸 공산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 파동으로 민심의 향배가 유동적인 데다 박 전 대표가 "가능한 한 여야가 합의하는 게 좋다"고 발언해 한나라당이 다소 주춤하는 기세입니다. 

KISDI 보고서 조작 논란의 진실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7월 10일 보도자료를 내 "'방송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재검토한 결과 숫자 합산상의 오류 이외에 ITU 자료의 우리나라 GDP 과대 추정, PWC 자료의 우리나라 방송시장 규모 과다 산정, 적용 환율 차이에 따른 오차 등 원데이터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추가로 발견됐다"면서 "문제를 야기한 점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송구하게 생각하며 깊이 자성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최근 발간된 PWC 수정자료(2009년 6월)와 IMF 자료를 토대로 삼고 GDP와 방송시장 규모를 자국 통화로 환산해 재분석한 결과 2006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방송시장 비중은 0.64%로 선진 7개국(G7) 평균 0.79%에 비해 낮으며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평균인 0.71%와도 큰 차이를 보여 국내 방송 분야의 규제를 완화할 때 고용창출 등 방송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주장했지요. 아울러 1996년 미국 통신법 통과 이후 방송인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자료를 첨부했습니다. 

해명 자료를 발표한 이후에도 야5당 대변인이 14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KISDI가 조작된 통계에 근거해 보고서를 낸 것은 대국민 기만극으로 누구의 지시에 의해 작성된 것인지 한점 의혹 없이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튿날 다시 보도자료를 내 "근거 없는 비방과 매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요.  

6월 29일 프레시안 기고문을 통해 KISDI의 통계 오류를 지적했던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13일 또다시 프레시안에 글을 기고해 "KISDI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2006년 우리나라 GDP를 848조446억 원이라고 했다가 10일 자료에선 908조7438억 원으로 바꿨는데, 이는 한국은행에 의해 2009년 개편된 2006년 GDP"라면서 "PWC(2009)와 실태조사(2007, 2008)가 방송시장 규모를 2006년도 경상가격으로 추정했다면 GDP 또한 일관되게 2006년도 당시의 경상GDP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채수현 언론노조 전 정책실장은 "PWC(2008)와 PWC(2009)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료방송 시청료와 수신료 부분으로 PWC(2008)에서 4조 2,209억 원이던 매출액이 PWC(2009)에서 1조 8,498억 원으로 줄어들었다"며 "이 정도면 둘 중 하나는 잘못된 것인데 연구원은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삼았지요. 또한 "KISDI는 지상파방송 수신료와 유료방송 시청료만을 매출액으로 인정했는데, 우리나라 방송의 특성상 다른 요소의부 광고매출을 누락해 1조 6,310억 원 가량을 축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로서는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점은 규제를 완화할 경우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경제유발 효과가 얼마나 있느냐는 것인데 통계 조작 논쟁으로 비화되며 알맹이가 빠져버렸다는 느낌이 듭니다.  

KISDI는 연구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는 수치의 오류를 지나치는 바람에 의도적인 조작이라는 의심을 사는 빌미를 제공했지요. 초기에 오류를 바로잡지 못한 채 뒤늦게 재분석에 나서 처음의 결론과 일치한다고 주장하니 선뜻 믿지 않으려는 겁니다. 수치를 조작한 것은 아니더라도 규제완화의 정당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리한 수치를 골라 인용했을 것이라는 혐의는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KISDI의 어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제게 보내 "GDP 부분이 환율 착오로 과대 계산됐다는 것은 민주당 변재일ㆍ천정배 의원의 노력 덕분에 밝혀졌고 그래서 우리가 통계를 조작했다는 누명도 벗겨졌다. 연구자들은 ITU의 통계가 틀렸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ITU 통계의 잘못만 들춰내고 PWC는 틀림없다고 생각해서 KISDI 보고서가 엉터리라느니, 조작됐다느니, 이에 기초한 한나라당 법인이 근거가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나라 방송시장의 GDP 대비 규모는 이미 방송위원회의 방송산업실태 조사보고서에 나와 있기 때문에 굳이 숫자를 조작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방송시장의 고용 인구가 비정규직 3,000명을 포함해 2만 9,000명 정도인데 규제 완화가 되면 4만 명이 일자리를 잃어버린다고 주장하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G7에 비해 경제적 성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4,000명(경제 전체적으로는 2만 명)의 방송시장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쪽이 엉터리인가"라고 하소연하더군요. 

이에 대해 제가 답신을 보내 "의심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 아니냐. 이미 2월에 변재일 의원이 지적했는데 그때 재검토와 해명이 이뤄지지 못한 까닭은 무엇이냐. KISDI 연구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한 것도 의심을 더한 측면이 있다" 등으로 지적하자 "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를 해 통계 조작에 대해 질문하고 조금이라도 응대하면 바로 녹음해 다시 보도하는 식의 태도는 개탄스러울 정도다. 문제의 통계자료는 해당 연구원에게 묻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분산 작업으로 인한 상호 체크 시스템의 결여'라고 한 부분이 그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 변 의원을 찾아가 우리 쪽의 고의 왜곡이 아님을 설명했고 ITU의 유료DB 화면을 캡처한 보도자료까지 뿌렸다. 변 의원과 천 의원은 이미 우리 쪽 잘못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 조작을 한 것 아니냐'는 등의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자 우리 노조지부장이 답답한 나머지 자기가 갖고 있는 하드카피 책자를 팩스로 보내 우리를 옹호했다. 외국 자료를 꼼꼼하게 검증하지 못한 잘못은 있지만 우리의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우리 보고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다른 연구팀을 투입해 처음부터 검토하라고 7월 초에 지시했다"고 설명하더군요.  

방송법 소유규정 위반 업체가 대구MBC뿐일까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법 14조 외국자본 출자 규정을 위반한 ㈜쌍용과 대구MBC 제재방안을 심의한 결과 쌍용과 쌍용 전 대표를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한편 대구MBC에 대해 3개월간 TV와 라디오 자체 편성 프로그램의 광고송출 업무를 정지하는 결정을 내리고 구체적인 시기는 방통위원장에게 위임했습니다. 

현행 방송법에는 외국자본의 출자와 출연을 금지하고 있는데 2004년 2월 대구MBC의 주식 8,33%를 취득한 쌍용이 2006년 4월 모건스탠리 계열의 사모펀드인 MSPE SSY 홀딩스에 넘어가는 바람에 외국자본으로 바뀐 것이지요. MSPE SSY 홀딩스의 쌍용 지분은 69.53%에 이릅니다. 방송법 시행령은 지분의 50%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으면 외국자본으로 규정하고 있지요. 방통위는 구 방송위를 포함해 2006년 12월과 2007년 7월, 2008년 10월 세 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시정되지 않아 제재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구MBC는 제재 명령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지요. 대구MBC는 ▲한 번도 공식적인 시정명령을 받은 적이 없고 ▲고의로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피동적으로 법 위반 상태에 놓여 있어 충분히 소명을 했으며 ▲다른 유사 사례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대구MBC에 따르면 자체 편성 프로그램에 붙는 광고가 한 달에 5억~6억 원이어서 석 달간 광고송출 업무를 중단하면 17억~18억 원의 손실이 난다고 합니다. 강원도민일보의 특수관계자 김모 이사가 강원민방의 주식을 취득했을 때 과징금 3,500만 원을 부과한 것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지요.  

문제의 주식은 7월 1일 ㈜GS가 소유해 방송법 14조 위반 상태에서는 해소됐는데, GS가 자산 39조 원의 대기업이어서 방송법 8조에 걸립니다. 방통위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안건을 상정해 다룰 예정이랍니다. 

이것 말고도 방송법의 소유규제 조항을 위반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광주방송에도 일간신문의 대주주인 한 건설회사가 지분 3.5%를 소유하고 있었고, 경남일보의 대표도 진주MBC 주식을 소유해 문제가 됐었지요.  

사실은 MBC가 2005년 강릉 등 일부 지방계열사의 나머지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높인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방송법 8조는 방송문화진흥회와 종교재단 등에 대해 30% 지분한도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으나 MBC가 주식을 소유하는 것은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다만 부칙 특례조항에 따라 2000년 통합방송법 발효 이전의 주식소유 상태를 인정하고 있어 MBC가 지방계열사 주식의 51~100%를 갖고 있는 게 문제되지 않지요. MBC는 이미 방송법상 지분한도를 넘긴 상태에서 일부 계열사의 자사 지분율을 더 높였는데 당시 방송위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방침을 결정하지 못하고 몇몇 관계자가 끙끙 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위원이 참여해 만든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지상파 최대주주 지분한도를 30%에서 49%로 높인다는 것을 전제로 MBC가 지방계열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과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방송법을 개정하면 이런 문제들도 꼼꼼히 따져 허점이 없도록 해야 할 텐데 지금 이 와중에 그런 문제들이 제대로 걸러질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공수 뒤바뀐 KBS 수신료 공방  

▲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지난 15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언론관계법 논의 중단과 공영방송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PD저널
KBS는 올 상반기에 32억 원을 사업이익을 내 3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양주중계소 매각대금 등을 포함한 세전이익은 338억 원에 이른다는군요. 경제위기에 따른 광고 불황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광고수입이 576억 원이나 줄어들었지만 348억 원의 방송제작비를 절감하고 인건비도 82억 원을 줄여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네요. 

그러나 일각에서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병순 KBS 사장이 재임을 노리고 흑자 전환에 '올인'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기 출연자들이 퇴출되고 대하드라마와 고품격 다큐멘터리의 제작이 중단되는 등 무리한 긴축경영을 시도해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지요. 

이 사장은 상반기 경영수지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경영 개선으로 KBS 수신료 현실화(인상)의 실질적 기반이자 도덕적 명분이 만들어졌다"고 말했지요. KBS 수신료 인상 추진에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방만경영'이라는 멍에가 마침내 벗겨졌다는 뜻이지요. 디지털 전환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도 내세웠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한나라당도 이튿날 수신료 인상을 포함해 공영방송의 책임성과 위상을 재정립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연주 사장 시절에는 KBS가 수신료 인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적자를 낸 것 아니냐고 의심하던 사람들이 흑자를 냈으니 이제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일각에서는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언론노조의 파업 대오에서 KBS 노조를 이탈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더군요. 

지난 정권 때의 수신료 논쟁과 비교하면 완전히 공수가 뒤바뀌었지요. 예전에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KBS가 편파방송을 하고 있으니 수신료를 올려줄 수 없다"고 말해왔고 일부는 수신료 거부운동에 나서기도 했지요.  

이에 맞서 진보진영에서는 "수신료는 KBS를 시청하는 대가가 아니라 공영방송을 유지하기 위한 수상기 보유 특별부담금"이라는 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을 내세우는 한편 "KBS가 편파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음해공작이며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진보진영에서 KBS가 편파방송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수신료 거부운동을 벌일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니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연예인 노예계약 관행 없앨 수 있을까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7일 연예인들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연예산업에서 불공정한 내용의 계약 체결 관행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연기자는 최장 7년까지 계약기간을 설정하도록 하고, 가수의 경우 계약기간에 제한은 없지만 7년이 지나면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도록 했지요. 또 연예인이 기획사 측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 사생활 보장 등 연예인의 인격권을 보호하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 계약서 일부를 보면 연예인이 자신의 위치를 기획사에 통보하게 하거나, 사생활 일체를 기획사와 미리 상의해 기획사의 지휘감독을 따르도록 하는 등의 독소조항이 있었지요. 이밖에도 ▲연예인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보호 ▲연예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 ▲수익의 정기 지급 ▲계약상 권리 이전시 연예인의 사전 동의 필요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른바 연예인 노예계약 문제는 오래 전부터 문제가 돼 왔으나 최근 장자연 씨 자살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공론화됐지요. 지난 3월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연예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안, 소위 장자연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고 문화체육관광부도 매니지먼트업 등록제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 추진 계획을 발표했지요.  

그런 가운데서도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 연예인을 감금하고 폭행하는 등의 사건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은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가 금품 요구를 받았거나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고 바로 전날에는 국회인권포럼이 연예계의 비리 실태를 고발하고 연예인의 인권 보호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도 열었지요.  

공정위가 표준계약서를 공시한 것에 대해 연예인 노조는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가수 매니저를 중심으로 결성된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중요한 쟁점에 관해 명시적인 기준을 제공하지 않은 채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사후적으로 정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계약서 작성으로 법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당초 취지를 몰각시켰으며 ▲연예산업의 독자적인 특성을 무시하고 일부 불건전한 기획사를 기준으로 삼아 산업 전반의 하향 평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지요. 

공정위가 표준계약서를 공시한 것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 따르지 않는 계약서는 불공정 계약으로 간주돼 무효화될 수 있고 공정위가 시정권고나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있지요.  

문제는 기획사들이 표준계약서를 얼마나 수용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법정에 가더라도 표준계약서와 다른 계약을 맺었다고 무조건 연예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거든요. 또 문제는 계약서에 없더라도 봉건적 관행 등에 따라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일들을 당사자가 폭로하지 않는 한 당국이 일일이 규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장자연 사건이 꼭 법이나 표준계약서가 없어 일어났겠습니까. 연예인의 수요공급 시스템과 스타 마케팅 관행, 가부장적 문화, 연예가의 공생관계와 먹이사슬 등이 어우러진 탓이지요. 관계당국과 언론, 시민사회 등은 제도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말고 연예산업 시스템과 연예가를 둘러싼 주변 풍토를 바꾸는 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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