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1TV <KBS 스페셜>/ 19일 오후 8시

특별기획 5부작 인간의 땅 - 방글라데시 철까마귀의 날들

방글라데시 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치타공에선 2만 여 명의 노동자들이 하루 2달러를 벌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작업에 매달린다. 전 세계로부터 폐기되어 들어온 대형선박을 해체하는 일이다.

한해 평균 20여명이 사고로 죽어가는 가혹한 작업장, 작업장은 온갖 폐기물과 유해가스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폐선들은 신이 보내준 선물이다.

가난한 고향을 떠나온 지 10년째인 21살의 청년 벨랄, 32년째 일하고 있는 숙련공 러픽,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12살의 꼬마 에끄라믈,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위태로운 선박해체과정과 함께 펼쳐진다.

▲ KBS 〈KBS 스페셜-인간의 땅〉 ⓒKBS
세계적인 폐선산업의 밀집지역 치타공. 그 중 PHP사는 가장 여건이 좋은 사업장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아무런 안전장비도 없이 수 만 톤의 철덩어리와 씨름하고 작업장은 석면과 유해가스로 가득 차 있다. 폐선 해체는 모두 노동자들의 맨 손으로 이뤄진다. 거대한 철덩어리 속의 폐유를 태우는 일은 늘 폭발사고의 위험 속에 있고, 철판을 절단하거나 옮기는 일은 늘 추락과 압사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47살의 개스 커터 러픽씨는 여섯 식구의 가장이다. 그러나 숙련공인 그가 받는 임금은 한달 6만원 정도. 작업장이 쉬는 날인 금요일마저 1시간 반을 걸어가야 하는 산에서 땔감을 하며 돈을 모으지만 딸들을 시집보내기엔 턱없이 모자라고 그나마 일거리도 줄어들고 있다. 동생과 함께 일하고 있는 21살의 벨랄은 얼마 전 눈이 먼 아이를 낳았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첫 아이.. 슬픔에 빠진 벨랄은 떨어지는 철판에 압사될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은 대개 세계적인 홍수지역인 방글라데시 북부에서 왔다. 맨손과 맨발로 폐유와 석면을 모으고 무거운 체인을 끄는 것은 12살 남짓한 소년들이다. 그러나 기름먼지로 덮인 더러운 숙소에서 영양가 없는 밥을 먹으면서도 소년들은 웃는다. 늘 배를 곯아야 했던 고향에 비한다면 그나마 배라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폐선의 해체물들은 무엇 하나 버려지지 않는다. 전선과 양변기에서부터 녹슨 쇠조각과 진흙에 엉긴 폐유까지 100% 경매되어 재활용된다. 치타공에서 해체한 대형선박은 전세계 폐선의 절반. 폐선업은 철이 나지 않는 방글라데시에 84%의 철강을 공급하며 방글라데시의 중요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PHP에 새로운 배가 들어온다.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폐선은 그들과 그들 가족을 먹여살릴 새로운 희망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