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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을 더욱 신나게 보기 위한 제언

|contsmark0|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을 방영한 지가 반년이 지났다. 방영 회수가 60회가 넘었고, 앞으로도 100회 정도가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공영방송 kbs의 거액 투자가 헛되지 않은 듯 시청률도 40% 이상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주 관심사가 고려사인 나에게도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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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태조 왕건>은 일단 대작이고 노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가슴 죄며 기다렸던 첫회, 충차·운제 등을 동원하여 성을 함락시키는 전투장면은 압권이었다. 방송사의 과감한 지원, 장비와 소도구의 폭넓은 활용, 제작진의 진지함 등이 돋보였다. 토·일요일 황금시간대 40% 이상 시청률 확보 배경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러나 염려되는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반인에게 이해가 부족한 고려사 방영은 모험이라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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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태조 왕건>에서 연출된 역사상이 정형화된 고려시대의 모습으로 자리잡아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없지 않은 것이다. 나는 평소 역사물은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허구를 자제하고 실증에 가깝게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역사드라마의 생명은 사실에 가까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 역사드라마는 드라마이자 동시에 충실한 역사 전달자로서 교육적 기능도 해야 한다는 바램도 있다. 이런 점에서 <태조 왕건>은 흥미 지향에서는 성공했지만 역사드라마로서는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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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인물들의 성격 설정과 등장 시기를 자의적으로 행한 예가 많다. 때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궁예가 유년시절 왕건가에서 기식했다는 사실도 근거가 없다. 궁예·견훤·왕건이 경주에서 극적 대면했다는 것도 허구다. 왕건과 정주 유씨(극중 연화)와의 로맨스, 양길의 딸(극중 미향)과 궁예와의 결혼 등도 확인할 수 없다.
|contsmark12|견훤의 아버지 아자개의 가족관계도 가상이다. 허월과 석총의 관계도 그렇다. 석총은 궁예에 반대하여 철퇴에 맞아 죽었고, 허월은 궁예가 죽은 뒤에도 궁예를 추종한 인물이다. 이들이 어떻게 하여 친구가 되어 함께 거동하는지 모를 일이다. 궁예가 화살을 맞고 사경을 헤맨 사실도 작가의 대단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허구이다. 왕건의 첫 번째 부인 연화, 두 번째 부인 나주 오씨 도영의 이름은 사서에 나오지 않는다. 작가의 상상력은 종간·아지태 등의 활약과 관련된 부분에서 비약한다. 종간·아지태는 이름과 함께 그들이 모두 간사하고 참소를 좋아하였다는 내용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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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이들의 그럴듯한 활동은 모두 작가의 창작이다. 그런데 여기에 큰 오해의 소지가 있다. 드라마에서 종간의 직함은 내원인데, 궁예 관제에 내원은 없다. 실제 종간의 관직(계)은 소판이었다. 그리고 내원은 관직이 아니라 궁중 내에 두었던 사찰이었다. 더욱이 내원에는 종간이 아니라 허월이 있었다. 내원 종간은 전혀 사실과 다른 설정이다. 시청자들은 내원을 관직으로 착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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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인물들의 등장시기도 염려된다. 드라마에서 궁예와 복지겸의 관계는 양길휘하에서 부터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궁예가 891년에 일어나 894년 명주에서 장군이 될 때까지 궁예 측근 인물로는 신훤·원회·금대·검모·흔장·귀평·장일 등의 이름만 보인다. 그런데 이들은 드라마에서 존재가 거의 없다. 복지겸을 비롯한 홍유·신숭겸·배현경 등 이른바 태조 왕건의 4공신이 일찍부터 등장한다. 실제 이들은 궁예 말년에 기병장수가 되었다. 현재 이들이 나와서는 안될 시점이다. 양길과 명길이 끝자가 같다고 하여 형제간으로 추정한 점도 대단한 허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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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이러한 허구가 드라마의 흥미를 더하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물로서의 소임에 충실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역사드라마와 역사를 대상으로 한 멜로드라마와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한때 대단한 인기 속에 종영되었던 <허준>도 후반부에 갈수록 남녀간의 사랑이나 갈등만을 조장하여 인기에 편승했다는 따가운 비판이 있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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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을 사랑하고 기대하는 마음에서 몇가지 이야기를 해보았다. 모처럼 방영되어 뜨고 있는 고려시대 역사물이 더욱 큰 인기 속에서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바란다. 고려사에 관심이 큰 나로서도 주말을 더욱 신나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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