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포를 경험하고 싶다면? 부천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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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공포를 경험하고 싶다면? 부천으로 가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세계41개국 총201편 상영…섹션 다양해 볼거리 풍부
  • 원성윤 기자
  • 승인 2009.07.21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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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아찔한 장면들이 쏟아지지만, 호러무비 광들은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부천으로 달려간다. 지난 16일 개막한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집행위원장 한상준)는 지난 주말 더위와 비를 피해 서늘한 극장으로 몰려든 관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번 영화제는 ‘사랑, 환상, 모험’이란 주제로 부천시청 대강당과 복사골문화센터, 프리머스, CGV 등 시내 특설 및 지정영화관에서 세계 41개국 201편의 영화가 상영돼 장르영화의 진수를 펼쳐 보였다. 국내 및 해외 게스트들의 면면도 지난해보다 한층 강화됐고, 이벤트와 영화상영이 결합한 것도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평이다.

■ 명실상부한 판타스틱 국제영화제 = 올해 13회를 맞이한 부천영화제는 이제 명실상부하게 판타스틱 영화제로 발돋움하며 봉준호, 박찬욱과 같은 작가주의 장르영화 접합점에 있는 이들을 계속 발굴 양산해 내고 있다.

올해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 장편으로는 한국 좀비영화 〈이웃집 좀비〉가 호평을 받은데 이어 인도네시아 호러 무비 〈포비든 도어〉 등이 선보였다. 또 〈검은선〉, 〈예의 바른 살인범과의 인터뷰〉, 〈종점〉과 같은 한국 단편 호러무비가 돋보였다. 특히 페이크 호러 다큐를 표방한 독일 영화 〈완전고용〉은 유쾌한 좀비 영화를 그려내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나쁜 놈이 더 잘잔다〉, 〈노르웨이의 숲〉, 〈불타는 내 마음〉 등은 9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해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 영화 <이웃집 좀비> ⓒPiFan
권용민 프로그래머는 “이들을 계속해서 발굴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며 “해외 프로그래머들에게 좋은 영화들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소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천영화제는 전적으로 판타스틱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한상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규모가 큰 데다 세금의 보조를 받기 때문에 시민관객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의 판타스틱 영화제의 경우 호러 장르를 메인으로 하는 컬트영화의 성격을 띠는데 반해 일반 장르의 영화도 눈에 많이 띄는 이유다.

‘오프 더 판타스틱’이라는 섹션의 이름에서 설명하듯 〈4월의 신부〉와 같은 최루성 멜로영화나, 이창동 감독의 오마주가 돋보이는 〈노웨어 맨〉과 같은 차분한 실존주의 영화도 상영됐다. ‘스트레인지 오마쥬’ 섹션에서는 1960~70년대 독일 적군파의 일대기를 다룬 〈바더 마인호프〉도 선보였다.

■ 섹션의 심층성 증대 = 올해 영화제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섹션의 심층성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판타스틱 감독백서’에서는 뱀파이어에 주목했다. 유럽영화의 거장 로만 폴란스키의 〈박쥐성의 무도회〉,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로 호러 영화의 역사를 바꾸기도 한 토브 후퍼의 〈뱀파이어〉 등도 눈길을 끌었다.

비디오용 영화로 시작해 10주년이라는 기념비를 세운 시미즈 다카시의 〈주온〉 특별전을 비롯해 〈여고괴담〉 시리즈 5편도 선보였다. ‘한국영화회고전’은 1980년 한국영화 에로티시즘에 주목했다. 특히 배창호 감독의 〈적도의 꽃〉(1983)은 당일 날 오전에 현장 판매분이 매진돼 배 감독을 보러온 해외감독들이 발길을 돌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영화 <살인의 막장> ⓒPiFan

이번 영화제에서는 1980~90년대 아시아 시장을 장악했던 홍콩영화를 주도한 영화사 D&B(덕보전영공사)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상영했다. 특히 홍콩 액션영화에 영향을 받은 류승완 감독은 원화평·견자단의 〈타이거 케이지:특경도룡〉 등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나홀로 극장족’ 늘어 = 마니아 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부천 초이스’ 및 ‘애니판타와 금지구역 섹션’에는 서울과 지방에서 올라오는 ‘나홀로 관객’들이 지난해보다 부쩍 늘었다. 하루 6편 이상의 관람을 불사하는 죽음의 스케줄을 소화하는가 하면 영화제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스케줄을 공유하며 함께 볼 친구들을 만들기도 했다. ‘나홀로 PiFan’ 카페회원인 고경아 씨는 “동호회 사람과 같이 와도 서로 영화에 대한 선택이 다르다”며 “진정한 마니아는 스크린 앞에서 불이 꺼지면 철저하게 작품하고만 대화한다”고 언급, ‘나홀로 극장족’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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