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언론법 오늘 직권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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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언론법 오늘 직권상정
기자들 “점거 세력에 불이익 주겠다더니…자기모순” 비판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7.22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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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이 22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한나라당의 ‘직권상정안’을 표결에 붙이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이날 직권상정을 통해 표결에 붙일 법안은 모두 4건으로 방송법과 신문법, IPTV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이며, 방송법의 경우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 최종적으로 결정한 재수정안(직권상정안)을 채택키로 했다.

그러나 여당의 일방적인 협살 결렬 선언과 본회의장 국회의장석 점거 직후 나온 김 의장의 이 같은 선택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상을 점거하는 세력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자기모순’이라는 지적과 함께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언론법, 시간 끈다고 해결되지 않아”

▲ 국회 본회의장 ⓒPD저널
김 의장은 한나라당의 협살결렬 선언 및 의장석 점거 2시간도 지나지 않아 김양수 비서실장을 통해 성명을 발표, “더 이상의 미디어법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라며 “(오늘) 본회의에서 표결에 붙이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미디어법이 우리 사회에서 논의된 지 1년이나 됐고 여야에겐 충분한 협상·타협의 시간이 있었지만 정치권은 법 제출 7개월이 넘도록 논의 한 번 못한 채 극단적 자기주장만 했고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도 협상을 종용하고 합의를 기다리며 중재안도 내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지만, 더 이상의 협상은 국회 파행 연장과 갈등 증폭 외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 것 같다”며 직권상정 표결처리 결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장은 “미디어법 중에서도 방송법은 기존 세력(지상파 방송 등)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새로운 세력을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얼마나 낮출 것인가가 요체로, (이 법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 유지 세력과 새로운 진입을 주장하는 이들의 갈등을 푸는 시금석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해 조정을 위해 존재하는 국회가 극단적 주장을 하는 이들의 이해 대변자처럼 행동했다”며 여야 정치권을 모두를 비판했다.

또 “정치권의 책임을 통감해야 하며 특히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도록 몰아간 여야 소수 강경파들은 이 사태를 유발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몇 년이 지난 후 오늘의 논쟁과 대치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얼마나 부질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수준에 매몰돼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수정안 채택…한나라당 결렬 선언 기다렸나 의혹 증폭

김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 하겠다고 밝힌 법안은 모두 4건으로 방송법·신문법·IPTV법 등 언론관계법 3건과 금융지주회사법 등이다. 6월 임시국회 개회 직후부터 시급한 민생 법안이라고 주장했던 비정규직법은 대상에서 빠졌다.

특히 방송법의 경우 지난 21일과 이날 오전 한나라당이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을 정한 수정안을 채택, 상정하기로 했다. 김 의장은 이를 놓고 “의회 다수파의 양보안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 수정안은 신문·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지분(10%) 소유는 당장 허용하되 경영만 2012년 이후로 유예하고 있으며, 지역 지상파 방송의 경우 당장 대기업의 지분소유·경영 모두를 허용하고 있다.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에 대해선 신문·대기업이 30%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들의 컨소시엄 등에도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구독률 20% 이상의 신문은 방송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진입 제약을 두고 있는데 방송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조·중·동 등 유력 신문의 구독률이 9~10% 수준이란 점을 감안할 때 여론독과점을 예방하기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김 의장은 한나라당의 법안을 한나라당이 원하는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해주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김양수 비서실장의 브리핑 직후 기자들은 “의장석을 점거하는 세력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지금 발표된 내용으로 봐선 어디가 불이익인지 모르겠다. 의장의 자기모순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비서실장은 “한나라당은 단상 점거가 아닌 보호라고 말하고 있다”고 답했고 기자들이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의장이 인식을 하고 있다는 말이냐”고 재차 묻자 “아니 그건 한나라당의 주장이고…의장은 아직 출근 전으로 지금 상황을 직접 못 봤다”고 답했다.

이에 “국회 안팎의 TV에서 이미 한나라당의 단상 점거 장면이 다 나오고 있지 않나. 김 의장이 스스로의 발언을 뒤집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고 김 비서실장은 “제가 답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그러나 저는 모순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의장이 발표한 성명에 모든 것이 나와있다”며 더 이상의 답변을 피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협상결렬 선언 직후 직권상정을 하겠다는 의장 성명이 나왔다. 하지만 협상결렬은 한나라당만이 선언했다. 이 역시 협상을 강조하던 김 의장의 자기 모순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비서실장은 “한 쪽이 결렬을 선언하면 협상은 끝나는 게 아니냐”고 답했다.

정세균·이강래 “의원직 사퇴할 것”

김 의장의 직권상정 소식에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정세균 대표와 함께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법으로 의원직에서 사퇴, 결연한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저런 무도한 짓을 하면 18대 국회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여기서 문을 닫는 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라리 낫다”며 비통함을 드러냈다.

김유정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진행하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말했던 불이익이 직권상정이냐. 참으로 천부당만부당하다. 김 의장은 오늘부로 입법부의 수장임을 스스로 포기선언 했다. 입법부에 스스로 조종을 울린 장본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 의장 측은 본회의 개회 시간과 관련해 “의사일정 협의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나라당 지도부는 김 의장이 2시에 본회의를 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탈하지 말 것을 소속 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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