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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종교를 다룰 수 없나

얼마 전 MBC와 S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에서 종교문제를 다룬다는 소문을 듣고 예전의 만민중앙교회사건 등에서 보여준 종교인들의 ‘완벽한 집단주의’를 떠올리며 내심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온갖 생활도구를 가지고 방송사 앞에서 진을 치며 장기 시위태세를 벌이기도 하고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내 방송 4시간 전에야 비로소 철회되는 등 긴장이 고조 되기도 했다. 비판하기는 쉽다. 그러나 비판을 무시하는 건 더 쉽다. 비판이 통하지 않는 종교계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언론계는 명백한 언론자유에 대한 훼손이라고 말한다. 사회의 캐캐한 공기를 정화시킬 의무가 언론에게 있고 종교는 사적 전유물이라기 보다는 공적영역이기 때문에 당연히 언론은 종교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할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종교계는 내부 정화능력이 있기 때문에 언론인의 눈으로 종교를 평가하지 말고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교문제는 매번 방송의 성역으로 존재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한 제작진은 “종교문제를 다룬 제작진은 방송된 후에도 개인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경우를 봐 왔다”고 말한다. 종교문제는 방송사내에서도 심한 홍역을 치루는 것은 물론이고 담당 제작진은 방송 후에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벌집은 건드리기만 해도 수많은 벌떼들이 위협을 가하듯이 종교를 다룰 때는 신중함과 제작진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에 터진 MBC 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건을 통해 이런 외압에 대해 언론계가 연대해 종교가 방송의 성역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과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때에 사과를 따는 것도 중요하다. 그 시기를 놓친다면 사과는 분명 본래의 단맛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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