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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주간미디어리뷰]

▲ 이희용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디어 관련법이 7월 22일 일단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일단'이라는 단서를 달고 간접 인용 표현을 쓴 것은 국회 사무처 의사과의 유효 판단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야당 등에서는 재투표와 대리투표 등으로 이날의 법안 통과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관련법 개정 논의가 우여곡절을 겪은 것만큼이나 개정법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파동을 거쳐야 할 듯합니다. 한나라당은 이미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시행령 마련 등 후속작업을 추진하는 한편 대국민 홍보에도 나서고 있지만, 쉽게 가라앉을 분위기는 아닌 듯합니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사퇴서를 제출하고 시민사회단체 등과 장외집회를 여는 등 무효화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언론노조는 25일 0시를 기해 파업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강력한 보도투쟁으로 법안 무효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벼르고 있지요. 종교계와 대학가 등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습니다.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 두 명도 헌재의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미디어법 개정 후속조치 논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지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통한 110일간의 논의가 파행으로 끝나고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서 직권상정에 의한 강행 통과가 현실화되자 야권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날치기 통과' 정도가 아니라 헌법과 국회법을 무시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요.  
여권이 민생 행보와 함께 대폭 개각으로 국면 전환을 꾀한다 해도, 여름 휴가철이어서 장외 투쟁의 열기가 그리 걱정스러울 정도가 아니라 해도 만일 헌재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다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지요. 다음 회기에 재상정해 통과시키면 된다지만 야권에 주도권을 빼앗기게 돼 지금보다 더한 진통을 겪게 될 겁니다. 

야권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대리투표의 정황이 속속들이 포착되고 있고, 방송법 개정안 표결을 종료했을 때 재석의원이 과반수에 미달됐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재투표에 들어가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이윤성 부의장의 본회의 개의 선포 뒤 법 개정안이 국회 사무처 의안과에 접수된 것도 국회법을 어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여권은 "민주당 의원들이 여당 의원들의 투표를 방해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 자리에서 대리투표를 한 증거도 다수 발견됐다" "방송법 표결 때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아 다시 투표를 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의장이 부결을 선포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역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등으로 반박하고 있지요. 

그러자 야권은 "민주당 의원이 대신 눌렀다면 왜 반대표가 하나도 없었겠느냐" "설사 민주당이 불법을 저질렀다고 해도 한나라당의 불법행위를 상계할 수는 없다. 심지어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은 의원도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돼 있고 민주당 의원도 찬성으로 표시돼 있다. 누가 했든 대리투표가 발견되면 해당 법률안은 무효다" "재석 의원이 재적 과반수에 이르지 못하면 투표 불성립이 아니라 부결된 것이다" "이전의 사례는 투표 종료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날이나 다음 회기에 재상정해 투표한 것이어서 이번과 다르다" 등으로 재반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언론에서 자세히 소개된 주장들이어서 재론할 필요는 없겠으나 24일 'MBC 100분 토론'에서 자유선진당 추천 미디어발전국민위원이었던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는 "현재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재석의원을 집계하고 있지만 헌법과 국회법은 엄연히 과반수 출석으로 의결정족수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당시 본회의장에 여당 의원들의 과반수가 있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인데 민주당 의원들의 방해로 투표하지 못한 것을 문제삼을 수 있느냐"고 주장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윤성 부의장이 "투표 다 하셨습니까"라고 물은 뒤 투표 종결 선언을 한 것은 문제가 될 만하다고 여겨집니다. 당시 부의장 주변의 한나라당 의원 일부가 부의장에게 "투표 종료하면 안된다. 좀 기다려야 한다"고 만류한 것도 그러한 문제점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지요.  

자유선진당의 이상민 정책위의장도 "표결 절차가 완전히 성립된 뒤 재투표를 지시한 것은 중대한 하자"라고 주장해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는데, 반면 같은 당의 조순형 의원은 "투표 종결은 선언했지만 가결이나 부결을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 불성립 상태로 볼 수 있다"고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줘 대조를 이뤘습니다. 

▲ 지난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을 점거 중인 민주당 당직자들과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은 야권의 주장을 맞받아치면 칠수록 법 개정안의 유-무효 논란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인식한 듯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의 흑색선전과 정치투쟁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지요.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도 이날 당무회의에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 사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쟁하는 것은 사법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만큼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지요.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의원 92명과 진보신당의 조승수 의원은 각각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권한쟁의 심판의 경우 반드시 공개변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결정이 나오기는 어렵다네요. 가처분 결정은 권한쟁의 심판 결과와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미리 나올 수도 있는데, 헌재는 사건을 검토한 뒤 가처분 결정을 먼저 내릴지 여부를 정해 변론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합니다.

헌재나 법원이나 통상 사법부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국회의 결정에 문제를 삼지 않는 관행을 따라왔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날치기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 결정에 따라 뒤집힌 사례는 없었지요. 

문제는 대리투표 여부와 재투표의 적법성입니다. 당시 본회의장의 정황을 보면 재적 과반수가 출석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찬성 의사를 지녔던 것이 분명하지만 대리투표가 이뤄졌던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지요. 대리투표는 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헌재가 이를 무시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입니다. 

재투표가 적법했는지 여부는 국회의사편람이라는 규정모음집이 얼마나 무게를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을 듯합니다. 국회법을 보조하는 국회의사규칙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고 국회의사편람이 실질적으로 규칙을 대신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해 규칙은 아니므로 재투표가 유효한지는 국회가 스스로 판단할 사안이라는 결정이 나올 수도 있지요. 

삼권분립의 한 축이자 법을 제정하는 입법부가 스스로 법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법부 심판의 대상이 된 현실이 서글픕니다. 이로써 미디어법의 운명도 헌재의 손에 달려 있지요. 과연 난산 끝에 옥동자가 태어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산으로 종언을 고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할까요.  

보수신문이 미디어법 개정에 불만 쏟아낸 까닭  

이제 방송법을 중심으로 미디어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지요. 80년 언론통폐합 이후 금지돼왔던 일간신문과 지상파방송 교차소유가 29년 만에 허용되고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10년째 묶여온 일간신문과 대기업의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진출이 보장됩니다. 일간신문과 대기업의 소유한도는 지상파 10%,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30%로 정했으며 1인 지분한도는 모두 30%에서 40%로 늘어났습니다. 외국자본에 대해서도 지상파는 여전히 금지하되 종합편성은 20%, 보도 10%까지 문호를 개방했지요. 

이는 당초 법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인데 한나라당이 지난해 제출한 법안에는 1인 지분한도가 49%였고 대기업과 일간신문의 지상파방송 소유한도가 20%로 돼 있었지요. 그래서 일부 보수신문들은 '누더기 법안'이라고 비난하기도 하고, 여권 일각에서는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조속한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이 그야말로 순수하게 법안 자체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자 재개정 요구인지, 혹은 야권의 반발을 의식한 '표정 관리' 차원의 제스처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가 따르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한 알리바이 만들기인지는 알 수는 없지요.  

신문사들로서는 일간신문의 구독률이 20%를 넘으면 지상파방송, 보도, 종편에 진출하지 못한 것도 불만일 겁니다. 전체가구를 대상으로 한 구독률은 조선, 중앙도 11.9%와 9.1%에 불과해 어디도 해당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를 따지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거든요. 실제로 방송법 개정안은 지상파 등에 진출하려는 신문사에 대해 전체 발행부수, 유가 판매부수 등의 자료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해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신문사들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여론 독과점의 우려를 막겠다는 이유로 가구 구독률을 설정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 비율이 얼마인지를 떠나 해당 업종에서 여론 독과점 정도를 알아보려면 구독점유율을 따지는 게 타당하다는 목소리가 많거든요. 여권에서는 전체 여론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구독률이 적절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방송에 대해서는 시청률이 아닌 시청점유율 한도를 설정하고 있어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방송법 개정안 8조 4항은 신문 구독률 규정을 두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체 가구 중 일정기간 특정 일간신문을 유료로 구독하는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데 비해 35조와 69조에서는 시청점유율, 즉 '전체 텔레비전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총 시청시간 중 특정 방송채널에 한 시청시간이 차지하는 비율'로 규정하고 있지요. 

이번 개정안은 한 방송사의 시청점유율이 30%를 넘지 못하는 동시에 일간신문이 지분을 소유한 방송의 경우 해당 신문의 구독률을 일정한 비율의 시청점유율로 환산한 뒤 시청점유율에 합산하도록 해 초과 사업자에 대해 방통위로 하여금 소유제한, 방송광고 제한, 방송시간 일부 양도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했지요. 이 규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뒤에 시행됩니다. 

방송법 개정안에서는 대기업과 신문이 종편과 보도 채널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한도가 30%인 반면 IPTV법에는 49%까지 돼 있는 것도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방송법에는 한도를 낮춘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IPTV 개정안은 그대로 둔 탓이지요. 

방통위 관계자는 "특별법인 IPTV법은 방송법에 우선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고 여당이 IPTV 사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완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지요. 그러나 보도를 포함한 PP들이 대부분 케이블TV와 IPTV 동시에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거나 지난해 방송법 시행령의 대기업 기준을 완화할 때 방통위가 "IPTV 시행령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을 떠올리면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격이지요. 

방통위가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 선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만큼 시행령 제정과정에서는 지상파방송과의 역차별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겁니다. 현재 방송법 시행령은 보도 채널 2개 이상과 종편 채널 전부를 유료방송 사업자로 하여금 의무재송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패키지에 넣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모든 케이블 채널과 위성방송에 송출되면 지상파에 버금가는 가구가 수신하게 되지요. 

그러면서도 지상파에 대해 강제하고 있는 심야방송이나 중간광고 금지 규정은 적용되지 않고 외국 프로그램 편성비율 등의 편성규제나 심의규정 등도 훨씬 느슨해 지상파 등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신문들은 벌써부터 케이블TV SO들이 관행으로 삼고 있는 채널 론칭비 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종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의무재송신 규정을 삭제하기는 어려워 보이지요. 반대로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갈 공산이 커보입니다.

이미 시작된 미디어업계의 지각변동  

미디어법 개정으로 여당이 주장한 것처럼 여론 다양성이 확보되고 방송 일자리가 늘어날 것인지, 아니면 야당의 주장대로 여론 독과점이 강화되고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것인지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종편과 보도 채널이 늘어난다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적어도 방송시장 안에서의 여론 다양성은 확보되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또 디지털 전환 이후 남는 주파수 대역으로 지상파방송을 추가로 만들면 그 추세는 더해지겠지요.  

이러한 전망은 방송시장 내의 독과점이 훨씬 심하다는 문제의식과 이제는 매체 수가 많이 늘어나 예전처럼 독점적 횡포가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 기초해 있지요. "방송사가 더 늘어나는 데 왜 독과점이 심화되느냐"는 상식적인 반문에도 맞닿아 있고 대기업 등의 자본을 끌어들여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 지난 23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한나라당 불법대리투표·재투표 원천무효 선포대회’에서 언론노조 조합원과 시민들이 "언론악법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PD저널
그러나 야권의 시각은 다릅니다. 현재 신문시장 내의 여론 독과점이 심각한 상황이고 독과점적 신문들의 정파적 성향이 일치하고 있는데, 이 신문들이 보도나 종편, 지상파에 진출하면 전체 여론시장에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겁니다. 여기에는 현재 지상파방송이나 YTN 등 공영을 중심으로 한 방송시장 구도가 대체로 신문에 비해 공정하고, 공영방송 시스템이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의 지배에서 벗어나 소수자의 견해 등도 고루 반영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요. 

더욱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대기업이 방송에 뛰어들면 기득권층 논리만 대변하고 상업적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인수 합병이 가속화돼 몇 개의 복합미디어기업들이 시장을 과점하게 되므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없어지고, 언어적 장벽 때문에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탄생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지요. 

어쨌든 엇갈리는 전망 속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향한 신문사들의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동아와 중앙은 이미 알려진 대로 종편 채널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그동안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온 조선일보는 방송 진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TF를 긴급히 구성했다고 하네요. 매일경제도 종편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상태이며, 경제정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한경TV, 서울경제TV, 머니투데이방송 등도 보도채널의 지위를 얻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답니다. 서울신문 등도 보도채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던데, 그동안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해온 경향이나 한겨레까지도 이런 움직임에 무심할 수는 없을 겁니다.  

현재로서는 미디어법 개정에 찬성하는 신문들과 그렇지 않은 신문들의 대립구도가 형성돼 있기는 하지만, 막상 사업자 선정 단계에 이르면 보수신문들 간에도 균열과 갈등이 노출되고 진보신문을 포함한 새로운 짝짓기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벌써부터 조중동 간에는 미디어법 개정 평가와 전망에 적지 않은 시각 차이를 보이며 서로 견제하는 징후를 드러내고 있지요. 

신문과 지상파방송의 교차소유가 허용되는 것뿐 아니라 지상파와 케이블TV SO 간의 겸영 및 교차소유를 금지한 단서조항도 철폐돼 특히 지역 언론시장에서는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이 폭넓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역민방, 지역신문, 지역SO 간의 삼각동맹이 가시화되는 것이지요. 이와 함께 신문법상 신문 복수소유 제한이 없어져 전국지들이 지역신문들을 대거 사들여 체인화하는 것도 가능하집니다. 지역신문들이 미디어 관련법에 관해 날 선 비판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지요. 

미디어법 개정의 파장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민영 미디어렙 신설이 불가피한 상태인데, 미디어렙을 몇 개 만들어 어떻게 역무 분담을 시키느냐에 따라 미디어 구도가 요동을 칠 겁니다. 한나라당이 수신료 인상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힌 공영방송법 제정도 큰 변수지요.  

정부와 여당은 당장 MBC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거듭 말하고 있지만 미디어렙 신설과 공영방송법 제정에 따라 MBC로 하여금 민영화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공영방송 광고를 대행하고 민영 미디어렙이 민영방송 광고를 맡게 한다면 MBC는 민영 미디어렙을 택할 공산이 크지요. 또 한나라당 안대로 공영방송의 재원구조 가운데 광고수익이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면 MBC는 공영방송이 될 수 없겠지요. 

헌재의 결정에 따라 미디어법 개정 및 발효 절차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긴 하지만, 이미 미디어업계의 지각변동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그렇지 못한 방향인지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고 아마도 자신이 속한 집단에 따라 생각이 다를 겁니다. 문제는 변화 과정에 따르는 갈등과 혼란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 여론 수렴과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 조정이 필수적인데, 정치권에 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불행입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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