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증거를 남긴 ‘도둑들’의 당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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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증거를 남긴 ‘도둑들’의 당당함
[경계에서] 복진오 독립PD
  • 복진오 독립PD
  • 승인 2009.07.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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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임시국회의 모습은 온 국민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한나라당 이윤성 국회부의장의 미디어법처리 관련 임시국회 회의 진행 모습은 마치 인터넷 UCC 동영상을 통해서나 볼 수 있는, 어설프고 당황한 도둑들의 범죄현장 CCTV 화면을 보는 듯 했다.

이날 국회에서 미디어 법이 통과된 상황은 1954년 이승만 자유당 정권에 의해 대한민국 전체가 바보가 된 이른바 사사오입 때와 전혀 다르지 않다. 당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 3선을 위해 2차 헌법을 개정했는데 이때 그 유명한 사사오입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개헌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204명중 3분의 2인 136명 이었다. (수학적으로 135.33명이나 사람이기에 136명임) 그런데 투표결과 135명으로 당시 사회자였던 최순주 국회부의장이 분명하게 부결을 선언하였다. 하여 이승만 대통령 3선의 꿈이 좌절되는가 싶더니 기가 막히게 이른바 사사오입으로 개헌을 밀어붙였다. 여기서 자유당이 이용한 사사오입은, 204명의 3분의2 정족수는 135.33명인데 이중 소수점을 제외하면 135명이 의결 정족수가 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내세워 이미 부결되었음에도 자유당 의원들은 자신들만 모여 재논의 끝에 125명중 123명이 찬성하여 개헌을 통과시킨 코미디 같은 사건이다.

▲ 지난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을 점거 중인 민주당 당직자들과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 후 반세기가 지난 현재 국회에서 이에 못지않은 사건이 생생하게 TV를 통해 중계됐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권 여당이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이른바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 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집권 여당 의원들에 의해 자행된 대리투표와 정족수 미달로 이미 부결 처리된 안건을 그 자리에서 즉시 재투표를 실시해 통과 시킨 것은 사사오입 이후 우리나라 국회역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사건이다. 이는 다수당에 의한 의회의 파렴치한 도둑질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과거 사사오입 때와 달리 그날의 생생한 영상과 사진, 그리고 의원 개개인의 명확한 투표 자료가 국민에게 공개되는 상황 속에서도 집권여당은 온갖 궤변으로 자신들의 어설픈 도둑질을 부정하며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이쯤 되면 집권여당이 바보이거나 아니면 여당이 국민들을 바보로 보는 게 확실하다. 그렇기에 끝까지 우기고 밀어붙인다면 아마도 국민들이 속아 넘어 갈 것이라 생각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귀와 눈이 멀쩡한 국민들에게 이렇게 무모한 우격다짐은 하지 못할 것이다.

갈수록 이번 날치기 투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야당의 파상적인 공세에 당혹스러운 집권여당은 일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적으로 여권의 국정운영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꼴이 되었다. 결국 어찌할 바를 모르는 여당이 선택한 것은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 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서 사태를 푸는 열쇠는 사법부의 판단에 넘겨졌다. 다수당의 조급함 때문에 의장의 직권상정을 남발하며 저지른 어이없는 행위에 대해 입법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의 판단에 맡긴 것은 그나마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서 사법부가 입법부의 과오를 바로 잡을 수 있기에 어찌 보면 다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사법부마저 수많은 목격자들과 명확한 물증이 있음에도 국민들의 기대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사법부 자신은 물론 국민 전체를 바보로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결국 삼권분립 하에서 제구실 못하는 입법부와 사법부 때문에 우리 민주주의 역사가 1954년으로 돌아가는 상태가 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은 국민들이 스스로 바보가 아님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 방법은 도둑질한 현장에 증거를 남긴 어설픈 도둑들의 당당함에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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