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언론’ 위해 비판언론인 솎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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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언론법 날치기 국회 진입 빌미 언론인 사법처리 착수

정부 언론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인·언론단체에 대한 ‘옥죄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 당시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 관계자들이 여야 당직자·보좌관 등과 함께 본청에 진입한 것을 빌미로 언론관계법 날치기 처리 이후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돌파하려는 모양새인 것이다.

한나라·국회의장 “언론노조, 국회의원 공무집행방해 범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22일 미디어법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언론노조가 한나라당·자유선진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입을 막은 것은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에 앞서 지난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언론노조 같은 외부 집단이 국회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본청) 로텐더홀과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난동을 부린 것은 제헌국회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국회 사무총장은 외부 난동세력을 고발하는 등 엄중한 법적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 역시 지난 26일 입장 발표를 하면서 “외부세력이 무단으로 국회의사당에 침입한 것은 헌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철저히 조사해 엄중하게 처리토록 할 것”이라고 밝히며 언론노조 등에 대한 사법처리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에선 지난 22일 언론노조 등의 국회 본청 진입은 빌미일 뿐이라며 언론관계법 처리 이후 정부 입맛대로 언론계를 정리하기 위한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경찰의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체포 과정에서도 일련의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가운데)이 27일 오후12시께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민주당 의원과 언론노조 지부장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PD저널
우선 경찰은 지난 27일 총파업으로 MBC의 업무를 방해하고 문화공연을 가장한 미신고 야간 집회를 개최한 혐의 등으로 최 위원장을 체포하면서 “소환에 응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체포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최 위원장은 이미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었다.

또 경찰은 지난 17일 이미 검찰과 최 위원장의 체포를 협의했다고 밝혔는데,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이보다 나흘 늦은 지난 21일부터 전개됐다.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사전에 체포를 협의한 것이다.

류성우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예상이 전혀 안 됐던 일은 아니다. 정부가 (언론법 처리 이후의 상황을) 미리부터 계획해 둔 다음 현 정권의 언론 정책에 비판적인 세력들, 언론노조 등을 어떻게 할지 수순 밟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8일 최상재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29일 현재 남부지법은 최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권 입맛대로 언론’ 위해 비판세력 솎아내기 작업?

그뿐만이 아니다. 언론노조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9일 오후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세인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은 “국회에 난입하고 방송사 파업을 주도한 언론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형사 처벌 대상자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SBS본부(이하 SBS노조) 심석태 위원장도 지난 2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법 처리와 최상재 위원장 구속 이후 여론이 악화되면서 정부·여당이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국면 돌파를 위한 언론노조 지·본부장에까지 체포·구속을 확대할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방송개혁시민연대가 지난 28일 최상재 위원장 이하 언론노조 간부들에 대해 “국회에 난입해 언론법 표결을 방해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것도 여권의 일련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지적이다. 언론노조 관계자들뿐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 당직자, 보좌진 등이 모두 국회에 진입했는데 국회가 언론노조에 대한 사법처리만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고려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은 이에 앞서 언론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하지만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압수수색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알렸다.

류성우 정책실장은 “최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 중인데 그 결과에 맞춰 언론노조를 엮으려는 듯하다”며 “일단 절차적 민주주의에 입각해 협조할 생각이긴 하지만, 압수수색의 범위에 따라 마찰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정부 입맛대로의 언론 환경을 만들려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비판적인 내부의 적, 다시 말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솎아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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