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사퇴는 ‘제2의 방송장악’ 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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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언론계의 새로운 전열정비가 시급하다

구본홍 YTN사장의 사퇴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볼 것인가는 잠시 유보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사퇴에 대한 평가보다 사퇴가 가진 함의를 더 주목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구본홍 사장의 사퇴는 “정권의 무리한 방송장악 기도가 결국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 그래서 이제 곧 방송장악과 민영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은 MBC 구성원들이 ‘대동단결’ 한다면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를 막아낼 수 있는 걸까. 일면 동의를 하지만 수긍하긴 어렵다. 구본홍 사퇴는 그렇게 간단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점’에서 출발하는 YTN … 쉽지 않은 싸움 예고

▲ 구본홍 YTN 사장 ⓒPD저널
우선 ‘포스트 구본홍’ 이후 YTN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낙하산’ 구본홍은 물러갔지만 해고자 복직 문제를 비롯한 YTN의 현안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만약 ‘비낙하산’ 출신의 강성 사장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될까. YTN은 다시 1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원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원점에서 출발하지만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구본홍 카드’로 실패를 경험한 MB정권이 밟을 다음 수순이 뭘까. 단정은 이르지만 민영화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구본홍 사퇴’ 이후 MB정권이 민영화 카드를 꺼내든다면 이후 양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차원을 달리한다. 수장 교체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는 방식이 아닌 ‘방송계 판’ 자체를 흔들면서 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오늘자(4일)에서 YTN민영화 문제를 끄집어 낸 맥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YTN 민영화는 해고자 복직 문제와 보도PP채널 그리고 YTN노조의 무력화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다. 아마도 후임 사장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성품(?)의 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YTN노조 입장에선 보다 더 힘든 싸움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MBC의 ‘아킬레스건’ 민영미디어렙 … ‘대동단결’ 가능할까

YTN민영화는 MBC에게도 적지 않은 고민을 던져준다. 수장 및 간부진 교체에 따른 MBC 장악은 엄기영 사장의 의지와 MBC 내부의 동력이 뒷받침 된다면 ‘저지될’ 가능성이 많다. 새롭게 구성된 방문진 입장에서도 쉬운 싸움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MBC민영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한겨레가 지난 3일 지적했듯이 MBC민영화는 방송공사법 및 민영미디어렙 도입과 동시에 형식적․내용적 틀거리가 만들어진다. 방송공사법 제정으로 MBC를 공영방송 범위에서 밀어낼 경우 MBC가 선택할 경우의 수는 거의 없다. MBC가 광고를 포기하고 공영미디어렙을 선택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그럼 남는 건 민영미디어렙 밖에 없다. 하지만 민영미디어렙 선택은 MBC 입장에선 화약고나 다름 없다. 민영미디어렙은 MBC의 정체성을 공영방송이 아닌 상업방송으로 규정하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MBC민영화에 불을 지피게 된다. 더구나 민영미디어렙은 서울MBC와 지역MBC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지점이다. MBC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방문진의 ‘미묘한’ 입장 변화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문진의 여당 쪽 이사들은 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MBC경영진 교체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반면 경영합리화와 민영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경영진 교체 논란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방문진이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MBC의 수장교체를 잠시 유보하고, ‘방만경영’을 이슈로 삼아 민영화 논란에 불을 지핀다면 어떻게 될까. MBC는 물론이고 노조로서도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확률이 높다. 

방송계 판 흔들기 통한 ‘제2의 방송장악’을 들고 나온 이유

▲ 한겨레 8월4일자 5면.
‘방송계 재편’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MB정권이 이처럼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진행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 밖이라는 얘기다. 예상을 깨고 빠른 결단을 내린 이유가 뭘까.

의도하는 바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이유보다는 빠른 결단을 내리게 만든 원인에 더 주목이 간다. 역지사지. 내가 정권 입장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반대편’에 서 있는 민주당과 언론노조, 언론사 내부의 ‘풍경’이 지리멸렬하다. 밀어붙이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100일 장외투쟁에 돌입했지만 별다른 전망이나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영상 추가 공개 따위로 여론전을 끌어가려 하지만 날치기에 대한 전권은 이미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상황. 더구나 동영상 추가공개는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정부 여당 쪽에 손을 들어준다면? 게임 오버다.

언론노조는 어떨까. 총파업을 접고 보도투쟁을 선언했지만 이걸 과연 ‘보도투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방문진 구성에 따른 논란은 일부 신문을 제외하곤 아예 보도조차 안되고 있으며 미디어법 날치기 논란 역시 철저히 정치공방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MB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구본홍 사장의 전격 사퇴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바라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구본홍 사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방송계 재편’이 시작될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제2의 방송장악’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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