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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미디어렙·공영방송법·YTN민영화 논의 등 변수…“여권 민영화 프레임 벗어나야”

여권이 말하는 MBC의 ‘정명(正名)’ 찾기의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에 따라 연말까지 도입해야 하는 민영 미디어렙과 부정투표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언론관계법 개정은 이미 끝났다고 보는 여권이 다음 수순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영방송법 제정 논의가 MBC에게 민영화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친여 방문진, 민영화 논의 불 지피기

지난달 31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에 의해 선임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진의 3분의 2를 채운 친여 인사들은 벌써부터 MBC의 경영악화 문제를 보도 등의 편파성 논란과 결부시키며 편성에 대한 개입과 민영화로의 선택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여당 추천의 최홍재 이사(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는 4일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사견을 전제로 MBC 경영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3위로 하락하는 등 (MBC가) 다수 국민의 사랑을 받기 보단 특정 입장에 경도됐기 때문 아닌가”라며 “MBC가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데 (편파보도 등이) 굉장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고 위기의 고착화를 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법으로 “편파·왜곡보도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즉각적으로 심사, 조절할 내부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영화 논의를 적극 제기했다. 최 이사는 “공영으로 갈 경우 수신료 문제가 있고, 민영으로 가도 현재 (MBC가) 국민들의 소유인만큼 양쪽 모두 국민들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나. 논의의 전 과정은 국민들에게 공개될 것”이라고 강조, 민영화 논의의 시작을 기정사실화 했다.

4일 <한겨레> 5면 기사에 따르면 뉴라이트 계열에 속하는 여당 추천의 김광동 이사 역시 “지상파는 제한돼 있고 독점체제 성격인 만큼 몇 개를 민영으로 할지 몇 개를 공영으로 할지는 입법사항”이라면서도 “방문진에서 의견은 제시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뉴라이트 계열인 차기환 이사도 “민영화는 법에 정해진 원칙대로 중지를 모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장이 유력시되는 김우룡 이사(여당 추천)는 지난해 7월 29일 뉴라이트방송통신센터 주최 토론회에서 ‘지역 MBC 매각→매각 대금으로 정수장학회 지분(30%) 인수→방문진 주식을 국민(60%)과 우리사주조합(10%)에 매각’ 하는 3단계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공영방송법 제정…‘공영방송’에서 MBC 축출 수순

절대 다수의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이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민영화 논의에 대한 이 같은 의지는 당장 정기국회가 열리는 오는 9월부터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국회는 연말까지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공영 미디어렙을 하나 두는 건 당연한 만큼 1공영 다(多)민영 미디어렙 체제로 하는 게 헌재 판결취지에도 부합하고 방송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어울리지 않겠나.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8일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KBS·EBS 등 공영방송의 광고를 대행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방송광고대행공사를 설립하고 복수의 민영 미디어렙을 허용하며, 방송사가 미디어렙 지분의 51%까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미디어렙에 완전 시장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 MBC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수신료를 받는 KBS와 EBS와 같이 한국방송광고대행공사를 통해 방송광고를 하자니 SBS와의 경쟁에서 승부를 보기 어렵고, 별도의 미디어렙을 소유하겠다고 하면 여권의 의도대로 사실상 ‘민영’의 정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최홍재 이사가 “MBC노조가 지난 2004년엔 민영 미디어렙을 지지했다”며 MBC노조의 민영화 반대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것도 MBC의 이 같은 ‘딜레마’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논의는 ‘민영화’ 파고에 대응하는 MBC 내부의 결속에도 위험 요소를 안길 수 있다. MBC 본사가 내심 자사 미디어렙 소유를 원하면서도 미디어렙과 관련한 입장 표명을 최대한 보류하며 지역MBC와 계속 조율을 하고 있는 것도 해당 문제가 ‘폭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권이 하반기 공영방송법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기 시작하면 MBC는 더 이상 관련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언론관계법 개정 논란 국면이었던 지난 7월 14일 KBS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공영방송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밝혔다.

여당은 공영방송법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행 KBS·EBS 이사회를 대신해 공영방송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영방송은 광고 수입이 전체 재원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하면서 나머지 80%는 수신료로 운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MBC의 선택이 불가피한 제도적 상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한겨레 8월 4일 5면
“여권의 MBC 민영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 출신인 구본홍 YTN 사장이 지난 3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불거지고 있는 YTN 민영화 논란도 MBC에겐 부담이다.

<조선일보>는 구 사장 사의표명 직후인 4일자 신문 5면 기사에서 향후 정부가 YTN의 공기업 지분을 매각, 민영화시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YTN은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KDN이 지분 21.4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한국마사회(9.52%), 우리은행(7.6%)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은 “방송계에선 구 사장의 사퇴가 공기업이 보유한 YTN 지분 매각을 촉발, 실질적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역시 규제완화 차원에서 정부나 공기업이 보유한 민간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게 방침이라고 밝혀왔다”고 보도했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조선의 보도처럼 YTN 민영화 수순이 예정돼 있다면 이는 MBC에게도 일종의 압박이 될 수도 있다. 여권에 우호적이면서도 특보 출신이 아닌 내부 인사를 사장으로 발탁하면 여론의 반발을 피하면서 보도 등을 장악하는 일을 할 수 있다. KBS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구 사장 취임 직후 우리은행이 YTN의 주식을 매각했던 것처럼 정부가 공기업의 YTN 주식매각을 사실상 압박, 민영화를 이룬다면 MBC는 힘을 합칠 대상을 잃을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반대의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면서 “정부의 이 같은 시도에 어떻게 무너지지 않을지 YTN, MBC뿐 아니라 언론계 전반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민영미디어렙 도입, 공영방송법 제정 논란에 따른 민영화 프레임에 끌려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여권의 민영화 프레임을 깨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기억해야 할 것은 방송·언론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여론형성의 도구이며 민주주의 기본 토대라는 사실”이라면서 “공영방송 중심으로 이어져온 방송의 공적 역할을 왜 축소해야 하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나 설득 작업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방송의 공공성 논의를 강조해야 한다”면서 “민영 미디어렙 역시 광고만이 아닌 방송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 방송의 소유 및 운영주체를 변화시키는 논의 역시 방송의 공공성 등을 지켜야 한다는 대전제를 무너트려선 안 된다는 점 등을 기억해야 한다. 일련의 논의를 제대로 끌고 가지 못하면 지상파뿐 아니라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등의 방향 역시 제대로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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