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사극, 여성 리더십 적극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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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우회 ‘선덕여왕’ ‘천추태후’ ‘자명고’ 분석

최근 방송3사의 사극이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정치 영역에 여성을 주체로 내세워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이들 여성 주인공들은 리더십 역시 뛰어나 모성과 사랑을 넘어선 정치를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모니터분과는 ‘사극 속에 나타난 여성 정치인의 이미지 분석’ 보고서를 통해 MBC 〈선덕여왕〉, SBS 〈자명고〉, KBS 〈천추태후〉 등 최근 사극에서 여성들이 정치 현실의 전면에서 목소리를 내고 반대 세력과 맞서는 구도를 설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우회는 이들 사극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활동하는 공간이 예전과 같은 사적 영역(가정)이 아닌 공적 영역(정치)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과거처럼 〈장희빈〉이나 〈여인천하〉처럼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거나, 자기 자식을 세자로 책봉하는 것에 매달리지 않고 정치인으로서 국가를 통치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MBC 〈선덕여왕〉의 미실은 진골출신이라는 신분적 한계를 넘어 황후가 되는 꿈을 목표로 성골계인 진평왕파와 권력 다툼을 벌인다. 천명은 이런 미실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고 왕위를 지키고자 한다. KBS 〈천추태후〉의 천추태후 역시 황후로서 고려의 부흥을 위해 북방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 MBC <선덕여왕> ⓒMBC

이들의 정치적 역량은 어떠할까? 그리고 이들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까. 〈선덕여왕〉의 미실은 책력과 정치적 수를 잘 읽고 지략이 뛰어나다. 미실이 자신의 반대세력인 가야인들을 서라벌에서 내쫓으려고 천신제를 이용하는 것은 대표적이다.

〈천추태후〉의 천추태후도 여성으로서 정치적 기량과 리더쉽이 뛰어나다. 천추태후는 신라계인 오빠 성종을 왕위에서 몰아내고 황후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북벌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그녀는 수렴청정을 하나 목종과 보좌에 나란히 앉아 목종보다 더 큰 권한으로 국정을 운영한다. 나아가 북벌론을 내세우며 무신 출신 장군들을 기용하여 군사력을 강화하고 직접 전쟁터에서 나가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 KBS <천추태후> ⓒKBS
보고서는 “이 여성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인재를 등용하고 자기 세력을 확대할 줄 안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사극 속 왕실 여인들이 주로 친인척들의 비호를 받았던 것과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우회는 이들 여성 주인공들이 모성과 사랑이라는 숙제를 잘 해결하고 당당히 자기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드라마가 종영되지 않은 데다 자신의 이상과 모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좀더 두고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SBS 〈자명고〉의 왕자실은 모성에 집착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왕자실은 자묵에게 도움을 청해 모하소의 딸 자명을 죽이고 딸 락희를 태녀로 만든다. 과거와 다른 것이 있다면 모성의 대상이 아들에서 딸로 바뀌었을 뿐 자식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선취하는 어미의 모습은 매한가지다.

KBS 〈천추태후〉 역시 자식에 대한 모정만큼은 외면하지 못한다. 천추태후가 김치양의 자식을 임신한 사실을 안 목종은 유산시키려고 약을 쓰다가 독살 혐의까지 뒤집어쓴다. 천추태후는 이를 비통해 하며 목종에게 자식이라도 불칙한 행동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목종이 왕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길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다.

보고서는 “〈선덕여왕〉은 여자임이 밝혀진 덕만이 여군주가 되는 통과의례를 아직 마치지 못한 상태라 사랑이라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며 “〈천추태후〉도 아들 목종과 김치양의 아들에 대한 모성이 국가 운영과 부딪힐 운명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정치인으로서 덕만과 천추태후가 사랑과 모성을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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