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진 사퇴’ 형식 … 정부여당 의중 반영 해석도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임기를 1년 9개월가량 남겨두고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5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박명진 위원장은 위원회 출범 후 1년여 동안 거의 과반에 달하는 위원들이 교체됨에 따라 위원회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달 31일자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대해 언론계 안팎에선 내부 갈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끊임없이 내홍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몫으로 추천된 박 위원장과 국회의장 추천의 손태규 부위원장 사이의 불화설이 나돌았고, 지난 몇 개월 동안 무려 4명의 위원들이 중도 사퇴하면서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또 구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직원들을 주축으로 한 심의위 노조는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0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로 인해 통신 분야 심의와 민원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물론, 노사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등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 지난달 31일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PD저널
결국 화살은 박 위원장을 향했다. 심의위원들은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회 파행 운영 등에 관한 책임을 물어 박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박 위원장과 손태규 부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진 불신임안 투표는 찬성 5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따라서 박 위원장의 사퇴는 내부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데 대해 책임지는 ‘자진 사퇴’ 형식이지만, 높아진 내부 불만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심의위 출범 이후 줄곧 제기돼 온 ‘편파 심의’ ‘자판기 심의’ 논란도 박 위원장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심의위는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와 YTN노조 조합원들의 ‘블랙투쟁’에 대해 ‘시청자 사과’ 결정을 내리고, 〈뉴스 후〉와 〈뉴스데스크〉 등에 대해 무더기 중징계를 내리는 등 ‘정치 심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또 인터넷상의 조·중·동 광고주 불매 운동 게시글과 여권 인사들의 명예훼손 게시글에 대해 대대적인 시정 조치를 내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여당 측에선 박 위원장이 민감한 사안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제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강한 추진력을 가진 신임 위원장으로의 교체설이 부각되기도 했다. 이번 불신임 투표에도 여당 추천 위원 2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볼 때, 정부여당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손태규 부위원장이 신임 위원장이 선출될 때까지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위원장은 위원들 간의 호선으로 선출된다.

박 위원장은 한국언론학회장,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 서울대 중앙도서관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5월 초대 방통심의위 위원장에 선임됐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지부장 한태선)는 6일 성명을 내고 “새로이 설립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내부적 안정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정치적 심의사항 결정을 제외한 모든 사안에 대해 위원장과 대립하고 흠집 내기에만 골몰하던 위원들이 박명진 위원장에게 돌을 던진 것이 너무도 명백하다”며 심의위원들의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