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반발 속 방문진 첫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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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반발 속 방문진 첫 이사회
사복경찰 2개 중대 배치 … 노조와 두 차례 충돌
  • 김고은 기자
  • 승인 2009.08.10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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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친여 인사들의 대거 선임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MBC노조 조합원들의 부적격 인사 퇴진 요구와 거센 저항 속에 10일 첫 이사회를 열었다.

지난 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3년간의 임기를 시작한 8기 방문진 이사진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6층 방문진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을 선출하고 향후 정기 이사회 일정 등을 논의했다.

관례에 따라 최고령자인 김우룡 이사가 임시 의장을 맡아 주관한 회의에서 호선에 의해 김우룡 이사가 8기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김우룡 신임 이사장은 1969년 MBC PD 1기로 입사해 편성기획부장, 제작위원 등을 지냈으며 방문진 이사, 한국방송학회장, 제3기 방송위원 등을 거쳐 최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여당 추천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 8기 방문진 이사진이 MBC노조의 반발 속에 10일 첫 이사회를 가졌다. ⓒPD저널

이사회가 끝난 뒤 김우룡 이사장은 “열정적으로 일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MBC노조가 이사회에 앞서 피켓시위 등을 벌인데 대해선 “피케팅도 의사표현의 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우룡 이사장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모처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공영방송 MBC에 뉴라이트 웬 말이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이근행) 조합원 70여명은 이날 이사회 개최 한 시간 전부터 율촌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부적격 인사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이번 방문진은 공영방송 MBC와 함께 할 수 없는 사생아”라며 “방문진 이사 퇴진 투쟁은 미디어법 저지보다 더 강한 투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MBC 민영화를 주장해 온 김우룡 이사와 ‘뉴라이트’ 출신의 김광동(자유민주연구학회장), 차기환(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모임 창립 멤버), 최홍재(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이사 등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그들은 MBC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이야 말로 극도로 이념적으로 편향돼 방문진 이사로 부적격자이다”라며 “따라서 사퇴만이 국민을 위한 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MBC노조 조합원들이 김우룡 이사를 비롯한 부적격 인사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PD저널
“경찰력 동원, 떳떳하지 못하다는 증거”

이날 이사회가 열린 건물 안팎에는 건물주의 시설 보호 요청에 의해 사복경찰 2개 중대가 배치됐다.

김광동, 차기환 이사 등이 건물 안으로 들어설 땐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 조합원들과 이사들을 호위하는 사복 경찰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오전 10시 55분 김광동 이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MBC본부 조합원들은 “독재정권 찬양하는 김광동은 자격 없다”, “공영방송 MBC에 대한 소신을 밝혀라”고 요구하며 강하게 저항했다.

▲ MBC노조 조합원들이 김광동 이사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PD저널
이 같은 노조의 저항을 의식해서인지 김우룡 이사는 이날 이사회가 열리기 2시간 전인 오전 9시께 출근했고, 최홍재 등 일부 이사들은 노조를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MBC본부 한 조합원은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들이 MBC 구성원들의 아무런 응원도 받지 못하는 게 마치 현 정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경찰력을 동원해 첫 번째 이사회를 열만큼 자신들도 꿀리는 게 많다는 것”이라며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방문진 이사회가 열린 적은 없다. 이번 방문진은 역사적 사생아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사회가 끝난 뒤에도 또 한 번의 충돌이 발생했다. 오후 12시 20분께 오찬을 위해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김우룡, 김광동, 최홍재 이사를 MBC본부 조합원들이 막아선 것. 노조는 “김우룡은 물러나라”, “정권의 홍위병 최홍재는 물러가라”고 외치며 차량 앞을 막았으나 경찰들의 저지로 이내 물러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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