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전쟁, 제대로 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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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전쟁, 제대로 붙어라
[PD의 눈]
  • 이동유 대구CBS PD
  • 승인 2009.08.1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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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과연 사교육은 근절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가 난 데 없이 서민들의 빠듯한 살림살이를 펴주겠다며 학원 규제정책을 들고 나왔을 때 사실 적잖이 놀랐다.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경쟁을 통한 교육 선진화를 주장해 왔고, 자립형 사립고와 국제중학교 허가, 설립 등을 통해 평준화의 틀을 점진적으로 허물겠다는 것이 이 정부의 분명한 의지였는데, 그런 정부가 왜 느닷없이 사교육 규제를 들고 나왔을까. 눈앞에 돈키호테가 어른거렸다.

물론 자유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 MB물가지수나 대기업에 억지투자를 강요하는 것이나 민주주의를 걱정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탄압 하는 것 그리고 녹색 성장을 내걸고 원자력과 토목 공사를 수단으로 삼는 것 등을 보면 유독 교육부문만 왜 갈지자냐고 따지기도 민망하다.

그러나 MB교육의 상징처럼 거론되던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을 지금 상황에 살짝 대비시켜 보자. 학원업자들의 물밑 지원과 사교육을 공교육보다 더 신뢰하는 강남 엄마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된 공정택과 MB의 지지층이 다르지 않다고 할 때 MB가 굳이 공정택과 다른 길을 가려는 이유는 뭘까?

역시 한 나라의 대통령은 일개 교육감과는 보는 시야나 차원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지난 1년간 ‘강부자’ 정권이라는 비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뭔가 변화를 강제한 것일까. 사실 대통령이 되면 자기 정파의 이해를 초월해 국민들의 뇌리에 기억될만한 업적을 남겨 민심을 얻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 대통령이라고 그런 마음이 왜 없겠는가. 물론 그 욕심이 지나쳐 4대강은 산으로 가고 있고, 국민통합은 갈등과 반목으로 길을 잃은 지 오래지만 그렇다고 모든 정책을 MB프레임에 대입시켜 실패를 미리 점치고 반대하는 것도 옳은 태도는 아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한 번쯤 지켜봐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사교육과의 전쟁만큼은 어디 한 번 제대로 붙어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정부가 모처럼 기득권이나 로비집단이 아닌 다수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편에 서서 뭔가 해보겠다는 데 이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맥을 잘못 짚어 실패가 뻔히 보인다는 둥, 입시체제나 학벌사회를 그대로 두고 사교육만 잡아서 될 일이 아니라는 비판은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정말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면 학원의 영업시간을 더 엄격하게 제한하고, 동시에 정규수업시간도 줄여 달라고 요구하면 좋겠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국민들의 지지가 절실했던 역대 정권은 특히 교육 분야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수렴해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은 예가 적지 않다. 3공 당시 고교평준화나 5공 시절 과외금지 조치가 그런 것들이다. 거기에 비하면 사교육 규제는 좀 약해보이지만 그래도 어떠랴. 그래서 정말 치솟는 사교육비의 절반만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국민들은 밑질 게 없다.

▲ 이동유 대구CBS PD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MB정부 들어서 좋아진 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무엇이든 일단 한 번 한다고 했으면 그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한다는 것이란다. 그 불도저 정신이 사교육과의 한 판 싸움에서도 어김없이 관철되도록 국민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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