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소유구조, 모든 가능성 검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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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간담회…“100% 민영화는 불가능”

“MBC는 콜럼버스다. 탐험을 나선 콜럼버스는 망망대해를 건널 때면 어디에 와있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오늘날 어떤 면에서 MBC는 콜럼버스다. MBC로 하여금 신대륙을 발견하도록 적은 힘이나마 견인차가 됐으면 하는 것이 내 소명이다.”

MBC 최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이 MBC 민영화에 대해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기가 1년 반 이상 남은 MBC 경영진 교체 여부와 관련해선 “함부로 말할 사항이 아니”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엄기영 사장의 경영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우룡 이사장은 13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MBC의 르네상스를 만드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임시 이사회에서 3년 임기의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 이사장은 “MBC가 국민적인 관심사이고 항간에 오해와 의구심도 있는 것 같아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MBC, 경영·콘텐츠·신뢰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 김우룡 신임 방문진 이사장이 13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PD저널
김 이사장은 “MBC가 경영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MBC 경영평가에 참여한 경영학과 교수가 MBC의 오늘 현상을 타이타닉호에 비유했다.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기의식에서 출발할 필요는 있다. 집에 비유하면 전기가 잘 안 들어오거나 창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MBC가 현재 세 가지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경영의 위기, 둘째는 콘텐츠의 위기, 셋째는 신뢰의 위기라는 것이다. 특히 신뢰의 위기와 관련해 그는 〈PD수첩〉 사례를 예로 들며 “명예훼손 소송이 걸려 있고,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됐다.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나아가 1000억대, 2000억대 소송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런 상황을 유발시켰다면 신뢰가 추락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PD수첩〉이 방통심의위에서 시청자 사과 명령을 받았다. 그때 MBC가 당당하지 못했다. 엄기영 사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키로 했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그건 방송사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MBC와 〈PD수첩〉의 대응을 비판했다.

“민영화 등 모든 가능성 검토…100% 민영화는 불가능”

8기 방문진 이사진이 취임한 이후,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 중 하나가 MBC의 민영화 여부다. 일부 이사는 임명 전부터 “연내 민영화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고, 김우료 이사장 또한 지난해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 주최의 토론회에서 MBC의 단계적인 민영화론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이날 “백지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선회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MBC의 위상과 소유구조에 관한 문제는 모든 경우의 수가 열려 있고, 뭐든지 검토해 볼 수 있다”며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한 뒤 가장 많은 이들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단계적인 민영화론’에서 입장이 바뀐데 대한 지적이 나오자 “밖에서 연구자 입장에서 했던 제안이나 주장과 지금 책임을 맡은 입장에선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MBC의 100% 민영화는 가능하지 않다”며 “기본적으로는 방문진을 지배주주로 하는 공영적 민영 체제를 주장해 온 것이며, 가능한지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MBC 민영화론과 더불어 제기된 지역MBC 매각설에 대해서도 역시 “여러 경우의 수 중 하나”라며 “지역MBC를 매각해서 책임 경영을 함으로써 MBC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신사옥 진출 등에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 매각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직원 임금 깎는 미봉책으로 MBC 거듭나게 할 수 있겠나”

MBC 경영진 교체 여부도 관심사다. 일부 방문진 이사들이 임명 전부터 MBC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해 경영진 물갈이 시도가 예상되는 까닭이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지금 경영진은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후배들”이라며 “진퇴에 관해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오는 19~20일 MBC 사장과 본부장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현 방문진 이사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질문에 대해 소명해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라며 “그에 대한 답변을 받아야 지금까지 해온 경영진에 대한 공과를 짚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기영 사장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그는 “MBC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로 경영이 정상화 되겠나”라며 “노력은 가상하지만 임금을 깎는 미봉책으로 MBC를 거듭나게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 선임 직후 엄기영 사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는 입장을 천명한데 대해서도 “옳은 말씀”이라면서도 “하지만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 정도를 못 갔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편 선임 이전부터 떠돌았던 이사장 내정설과 관련해 김 이사장은 “천만에”라며 “일찍 이름이 나와서 온갖 음해와 구설에 올랐다”고 거꾸로 하소연했다. 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고 강조하며 “MBC만이 나의 유일한 연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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