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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웬 미디어시장 개편?

KBS의 새 수목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 제작발표회에 다녀왔다. 윤은혜, 윤상현, 정일우, 문채원 등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덕분인지 취재 열기는 대단했다. 이례적으로 조대현 KBS TV제작본부장도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작품 시사에 앞서 제작발표회 사회를 맡은 이정민 KBS 아나운서가 ‘덕담’을 청하자 조대현 본부장이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조 본부장은 “KBS 드라마가 좀 쉬었는데(부진했다는 말인 듯) 덕담을 안 해서 그런 모양”이라고 농담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의 제작발표회가 13일 강남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렸다. ⓒKBS
이어 그는 뜬금없이 “요즘 미디어시장이 요동치는데 개인적으로는 의아한 생각이 든다”며 다소 ‘엉뚱한’ 얘기를 꺼냈다. ‘드라마제작발표회에서 웬 미디어시장 개편?’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디어법 개정 논란이 한창인 시점에 공영방송사 고위임원의 발언이라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조대현 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미디어시장 개편을 놓고) 언론장악 얘기로 첨예하게 부딪히는데, 시장을 놔두고 얘기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중략) 요즘 경제가 좋아진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가 바뀌면 광고가 2배로 늘어나고 중간광고, 간접광고가 허용되면 2005년부터 침체됐던 드라마 시장도 활기를 띌 것이다. 여기 있는 기자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일할 데가 늘어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어라, 많이 들어본 얘기다. “미디어법 개정은 언론장악이 목적이 아닌 경제살리기 법안이다. 관련법이 개정되면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조 본부장의 발언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았지만, 언뜻 들어도 정부·여당이 주장해온 미디어법 개정 논리와 닮았다. 게다가 기자들에게 “일할 데가 늘어나니 좋은 일”이라고 ‘덕담’까지 할 때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디어법 개정=일자리 창출’이라는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는 허구라는 것이 드러났고,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미디어법은 현재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조대현 본부장이 어떤 의도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디어법 개정 논란 등 방송계에 격랑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공영방송사 고위임원이 정부·여당의 미디어법 개정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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