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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주의 책] ‘후진타오 성공비밀 10가지’ 등
  • PD저널
  • 승인 2009.08.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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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성공비밀 10가지’ (박근형 / 해피스토리)

질문 하나. 우리가 후진타오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후진타오 성공비밀 10가지〉의 저자 박근형 씨는 ‘그렇다’라고 답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국가라는 점에서 그렇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면서 중국에게 한국이 제4위 투자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에 장기 거주하는 한국인이 70만 명이고,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53만 명이라는 현실도 중요한 이유다. 매년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인이 500만 명, 한국을 여행하는 중국인이 10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중관계는 전면적인 협력자 관계를 넘어 전략적인 협력자 관계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알아야하고, 후진타오를 알아야한다.”

▲ ‘후진타오 성공비밀 10가지’
그렇다면 후진타오는 어떤 인물일까. 저자는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등의 3세대 이전 지도자들이 신중국의 건설 과정을 주도했거나 참여했던 인물들인 반면, 이른바 4세대로 일컬어지는 후진타오는 신중국이 만들어낸 첫 번째 지도자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후진타오는 혁명가나 정부 고위관료 집안 출신이 아닌 평범한 가정의 자녀가 차근차근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올라오면서 결국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을 주목한다.

저자 박근형 씨는 이 책에서 후진타오의 근현대사적 가치와 의의뿐만 아니라, 민주적이지 못한 사회와 체제 속에서 최고 지도자로 우뚝 선 성공비밀 10가지를 파헤친다. 책에는 초등학교 시절, 의사가 되고 싶었던 어린이 후진타오가 이과계열 수리학과 대학에 들어가고, 한 살 연상의 유영청과의 결혼, 부침이 있는 정치 행보를 걷게 되는 그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후진타오라는 인물을 살펴보는 것은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후진타오가 성공한 비밀 10가지를 정리했다. △공처가 △언제나 자신을 갈고 닦는다 △절망에서 희망이 보인다 △언행을 조심하라 △흐름을 거스르지 마라 △탁상공론은 금물, 행동으로 말하라 △남을 욕하지 말라 △절대 불만을 나타내지 말라 △언제나 겸손하라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 저자는 후진타오의 성공비결을 한마디로 ‘겸손의 미학’으로 압축했다.

이 책이 후진타오 관련 다른 저작들과 차별성을 가지는 것은 티베트에 관한 부분이다. 기존 저작은 후진타오가 티베트자치구 서기로 재직 시 벌어진 사건과 활동에 대해 찬양과 변호로 일관했다. 하지만 저자의 시선은 다르다.

저자는 후진타오가 1989년 3월 티베트민중봉기를 유혈진압한 것은 사실이라는 강조한다. 그리고 왜 이 사건이 벌어졌는가에 대해 일반 한국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흥미진진하고 친절한 설명을 풀어놓는다. 이 책이 유의미성을 갖는 이유다.

‘조선의 글쟁이들’ (문효 / 왕의서재)

조선 사회에 문장으로 한 획을 그었던 사람들의 공통점이 뭘까. 대부분이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평생 떠돌이 삶을 살았던 비운의 천재 시인 김시습과 이달, 경직된 유교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자했던 유몽인과 허균, 박지원! 유배지에서 울분을 삼켜야 했던 김만중과 정약용, 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한으로 여겼던 허난설헌 등은 조선이라는 주류 사회에서 달갑지 않는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 ‘조선의 글쟁이들’ (문효 / 왕의서재)
하지만 그들은 척박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향기를 담은 글을 썼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삶은 평탄하지 못하고 불운했지만, 자신만의 독창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 고민했다. 언제부터인가 글속에서 시대정신을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조선의 글쟁이들〉은 조선을 대표하는 14명의 글쟁이들의 글쓰기 노하우와 철학, 그리고 그들에 관한 현대적 해석을 담고 있다. 박지원, 정약용, 유몽인, 신숙주, 이달, 허균, 허난설헌, 이이, 이황, 김시습, 정철, 김만중, 이익, 강희맹이 바로 ‘조선의 글쟁이들’을 대표하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각각 자라온 환경과 학습 환경에 따라서 글쓰기 노하우와 철학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를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으로 바라본 것이다. 때문에 그들의 글은 깊은 사유와 시대정신, 그리고 민중을 향한 마음을 가득 담고 있다.

이들은 조선이라는 꽉 막히고 답답한 사회에 대한 반성과 저항의식을 간접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글을 통해서 이상향을 그리기도 했고, 또 어떤 이는 신선세계를 동경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허난설헌 같은 경우는 “다시는 조선에서 여자로 태어나지 않겠다”는 굳은 맹세까지 할 정도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글은 어쩌면 피난처이자, 삶의 낙(樂)이었을 지도 모른다. 글을 쓸 때만이 자유롭고, 생각을 그대로 표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글은 솔직하고 담백하다. 또 개인적인 영광과 이득을 버리고 공동의 발전과 그 시대 민중들의 바람을 담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명문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누란’ (현기영 / 창비)

작가 현기영이 〈지상에 숟가락 하나〉 이후 10년 만에 신작장편 〈누란〉을 발표했다. 저자가 주목한 건 물신주의, 배금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오늘의 세태. 저자는 이 세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386세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 ‘누란’ (현기영 / 창비)
주인공 허무성은 학생운동에 가담했다가 모진 고문 끝에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과 조직을 배신하게 된다. 자신을 고문했던 김일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신적·경제적 노예가 되어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노숙생활을 택하게 되는 주인공 허무성. 그의 행로는 급변하는 세대적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채 저마다의 가치를 앞세워 경쟁하는 모든 이에게 진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1980년대에 대학시절과 청춘기를 보낸 386세대 중에는 허무성처럼 과거를 괴로워하며 고통을 앓는 이가 있는가 하면 운동 경력을 앞세워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들도 있다. 반면 경제적·정치적 안정기를 누리며 성장한 이른바 ‘요즘 세대’들은 소비향락주의와 대중문화에 이끌려 사회·정치에 무비판적이고 무감한 세대들이다.

작가는 두 세대를 대비시킴으로써 시대가 변해도 지켜야 할 가치와 젊음과 청춘의 열정이 지향할 바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본질을 꿰뚫는 질문들을 풍성하게 던져주고자 했다. 2003년부터 구상과 집필을 시작해 드디어 완성한 현기영 장편 〈누란〉은 오랜만에 만나는 선 굵은 서사와 작가 특유의 중후한 문체의 매력이 읽은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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