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 회오리’ 지역방송 앞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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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시행령 개정안·민영미디어렙 등 지역방송 고사 우려

“어떻게 일일이 대응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지역 방송인의 탄식이다. 그는 여당이 날치기 처리한 언론관계법의 법적 효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지역방송의 정체성 파괴가 불가피한 후속대책을 내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지역방송으로부터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지난 12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입법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안에서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간 겸영을 33%까지 허용했는데, 이것이 지역방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 언론악법 원천무효 언론장악 저지 100일 행동 주최로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1인 시위에서 언론노조 조합원이 언론법 반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전국 9개 지역민영방송사로 구성된 지역민방협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종합편성채널(PP) 등장과 거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등 전국네트워크 사업자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과 SO간 겸영이 허용될 경우 그간 지상파 방송사와 콘텐츠 수급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SO는 콘텐츠 제작 능력이 있는 지역 지상파에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크지만, 자금의 여력이 없는 지역방송의 경우 SO에 대한 지분 참여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협회는 “지역 민방이 현재의 방송권역을 유지하는 것은 지상파와 SO의 겸영이 금지됐기 때문이 아니라 전국네트워크화를 위해선 SBS와 결별하고 100% 자체편성 해야 하는데 현재 여건상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거대 MSO들이 지역 민방에 지분투자를 해도 경쟁력 있는 자체 프로그램 제작 활성화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도 “대자본을 끌어들일 경우 경제논리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지역문화 창달 등 최소한의 지역성을 고려하는 방송 종사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연말까지 도입돼야 하는 민영 미디어렙 관련 논의는 지역방송사들의 당면 과제다.

관련 논의가 당장 9월부터 국회에서 본격화될 예정이지만 정부·여당은 지난 5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서 규정한 취약매체 연계판매 제도를 제외시킨 ‘1공영 다(多)민영’ 미디어렙 체제를 벌써부터 공식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역민방과 지역MBC는 한 의원의 안대로 논의가 진행될 경우 지역방송 고사가 불가피하다며 지역연계 판매의 유지와 전파료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MBC의 경우 서울MBC와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입장차가 존재하는 것도 고민이다. 지역MBC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 내심 민영 미디어렙을 기대하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알지만 말로는 꺼내지 않는 얘기 아니냐”면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제대로 봉합되지 않을 경우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이 말하는 지역 MBC 매각이 불붙을 수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반대하는 MBC의 목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그게 정권의 노림수 아니겠냐. 하루 빨리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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