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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0여개 질문 담긴 질의서 보내…노조 “질 낮은 점령군” 전면전 선포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 새 이사진이 MBC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대대적인 정비를 예고해 파문이 예상된다. MBC노조는 방문진을 “방송에 대한 이해나 철학이 저급하기 짝이 없는 질 낮은 점령군”이라고 비판하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김우룡 이사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엄기영 사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MBC가 경영과 콘텐츠,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한 김 이사장은 “지난해 〈PD수첩〉이 방통심의위에서 시청자 사과 명령을 받았다. 그때 MBC가 당당하지 못했다. 엄기영 사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키로 했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그건 방송사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엄기영 사장의 대응 방식을 비판했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MBC
방문진 이사 선임 직후 엄기영 사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는 입장을 천명한데 대해서도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 정도를 못 갔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고, 임금 삭감 등 MBC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대해선 “노력은 가상하지만 임금을 깎는 미봉책으로 MBC를 거듭나게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방문진은 19~20일 MBC 사장 이하 임원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는다. 김 이사장은 “경영진에 대한 공과를 짚어볼 것”이라고 말해 경영 실패에 대한 문책 의지도 드러냈다.

업무보고에 앞서 방문진은 최근 MBC 경영진에 별도의 질의서를 보냈다. 경영·인사·보도·노조 등 다섯 가지 항목에 대해 50여개의 질문을 담은 질의서는 MBC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마치 이명박 정권이 고용한 심부름센터 직원이 작성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성토했다.

방문진은 질의서를 통해 상반기 394억원 적자의 원인과 시청률 하락의 원인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방문진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왜 이런 적자가 발생했냐”면서 “임원들의 급여를 일부 반납하고 사원들의 상여금을 줄이는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적자가 났다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또 〈PD수첩〉의 사전 게이트키핑 여부, 왜곡 논란에 대한 진상 조사 노력 등을 추궁하며 당시 대책을 논의한 MBC 이사회 회의록 제출을 요청하고, 아울러 “1년 동안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해 개선된 것이 전혀 없다”며 “어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따졌다. MBC 보직자들의 출신지와 학력을 포함한 인적 사항을 요구하기도 했다.

MBC노조와 관련해서도 방문진은 노조의 특권적 행위 유무와 노조에 의한 경영권·인사권·편집권 침해 사례를 추궁하고 단체협약 전문 등을 요구하는 등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노사관계를 이간질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조합에 대한 탄압 계획, 〈PD수첩〉 등 MBC 대표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평소 자신들의 적대감이 유감없이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이번 방문진은 사장에서부터 일반 사원까지 개개인의 상식과 양심마저 재단하고 뜯어 고치는 것이 마치 시대적 사명인양 착각하고 있다”며 “방문진이 프로그램 내용을 문제 삼아 경영진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야 말로 MBC를 편파방송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영진을 향해서도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면서 책임지지도 않는 뻔뻔한 경영진으로 당신들을 바라보는 방문진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당신들의 행보를 2200명 전 조합원이, 아니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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