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사장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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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사장 무죄 선고
[사설]
  • PD저널
  • 승인 2009.08.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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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이른바 배임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 KBS의 이익에 반하는 조정을 강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8월 경찰이 난입한 가운데 강행된 KBS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을 해임한 폭거에 대한 1차적인 법적인 판단이 이루어졌다. 이는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다.

지난해 현 정권은 KBS를 장악하기 위해 임기가 보장된 정 전 사장을 쫓아내고자 감사원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하였다. 신태섭 이사를 당치도 않은 구실로 몰아내고 정 전 사장을 제거했다. 이후 전개 상황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독재정권 시대에나 보았던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이루어졌고 관제사장이 선임되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KBS의 공정성과 자율성은 현저히 위축되고 매체신뢰도는 급전직하 추락하였다.

정연주 전 사장은 최후진술에서 “(나에게) 배임죄를 적용한 것은 정치적 목적 이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KBS 사장 한 명을 해임하기 위해 검찰, 감사원, 국세청, 방송통신위원회, KBS 이사회를 총동원했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치룬 민주주의가 지난 1년여 동안 처절하게 침탈당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참으로 분통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판결은 현 정권하에서 그래도 사법부의 양심과 용기가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다. 파사현정과 같은 판결의 정신을 존중한다면 현 KBS 이사회와 이병순 사장은 부끄러움을 통감하고 즉각 사퇴함이 옳다. 물론 그들이 그럴 리 만무하다. 필경 검찰은 항소, 상고를 계속할 것이다. 최종 판결은 정 사장의 실질 임기인 올 11월을 지나서 또 현 정권 임기가 끝난 이후에나 확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역사는 2008년 8월의 폭거를 분명히 기록할 것이다. 정권의 부름에 비굴하게 응하였으나 곧 용도폐기 될 KBS 이사진들은 자신들의 수치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정연주 사장의 축출을 조장, 방관하고 나아가 작금의 순치된 KBS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일부 구성원들의 대오각성도 절실하다. 그러할 때 이번 판결은 비로소 화룡점정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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