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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주간미디어리뷰]

▲ 이희용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장
MBC 본사보다 MBC의 지역계열사가 먼저 민영화될지도 모릅니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우룡 이사장은 취임 3일 뒤인 8월 13일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지역계열사 매각 방침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인 생각을 밝혔지요.

그는 "매각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면서도 "매각해서 MBC를 지역사회에 돌려주고 사내유보금도 늘어날 수 있다. 연차적으로 4~5개씩 몇 년에 걸쳐 매각함으로써 MBC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신사옥 진출이나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지 꼭 매각한다는 것은 아니다. 여러 경우의 수 중 하나로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게 좋은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19개 지역MBC를 보유하면서 MBC 본사가 얻는 실질적 이익이 별로 없다. 사장을 내려 보내는 것이 고작이다. 이 때문에 방송사별 책임경영도 잘 안 된다. 반면 지역MBC와의 수익 배분 때문에 본사의 경영 압박도 커진다"라는 말도 했더군요.

김 이사장이 지역MBC의 매각 방침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해 7월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가 주최한 토론회에서였지요. 그는 지역MBC의 주식을 매각한 대금(5천억 원)으로 방문진이 정수장학회 지분을 사들인 뒤 주식의 70%를 국민주(60%)와 우리사주(10%)에 배분한다는 3단계 민영화론을 제시했습니다. MBC 본사를 민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거론한 것이지요.

그런데 정작 MBC에 대해서는 "사실 MBC를 100% 민영화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추진하더라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사회 의견도 수렴해야 하고, MBC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말한 반면 지역계열사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구성원의 동의를 받는 절차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으니 지역MBC 종사자들이 발끈할 만도 하지요.

19개 지역MBC 노조는 기자간담회 이튿날 '지역MBC를 호구로 여기십니까?'란 제목의 공개편지를 발표해 "19개 지역MBC를 마치 서울MBC가 소유한 땅이나 건물로 여기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지요.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MBC는 우리 바로 곁에 있는 우리 방송사"라면서 "그것이 바로 MBC의 자산이고 MBC의 체계적인 전국네트워크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근본 에너지"라고 주장했습니다.

비단 지역MBC 노조의 반발이 아니더라도 지역MBC를 매각하기에는 많은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지요. 우선 지역MBC 주식의 51~100%를 소유한 MBC 노사가 그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김 이사장은 사장을 내려 보내는 것-이것 자체도 고위간부 인사 적체 해소 등에 큰 기여를 하지만-말고는 본사가 얻는 실익이 별로 없다고 말했지만 전국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것은 노조 주장대로 엄청난 힘입니다. 지역민방이 탄생했을 때 SBS가 얼마나 환호했는지, iTV와 그 후신인 OBS가 얼마나 뼈저린 한계를 느끼고 있는지 모를 사람은 없겠지요.

주식을 매각한다 해도 민영화된 지역MBC들은 자체 편성을 제외하고는 OBS 프로그램을 받는 것보다는 MBC 프로그램을 받으려 할 테고, 본사도 SBS와 지역민방의 관계처럼 제휴를 통한 전국네트워크를 유지하려 할 겁니다. 김 이사장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매각 방안을 거론했을 겁니다.

그런데 MBC 지역계열사로 있는 것이 지역민방보다 유리한 점이 적지 않습니다. 지역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된 취지에 따라 지역민방은 자체편성 의무비율이 정해져 있습니다. 매년 방통위가 고시하는데 현재는 23~31%여서 SBS 프로그램을 69%에서 77%까지 받을 수 있지요.

하지만 방송법 69조는 '한국방송공사 및 특별법에 의한 방송사업자,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의한 방송문화진흥회가 출자한 방송사업자 및 그 방송사업자가 출자한 방송사업자'는 예외로 하고 있어 KBS 지역국과 MBC 지역계열사의 자체편성 비율은 훨씬 낮지요. KBS 지역국의 경우 2TV는 전국방송이나 다름없고 1TV는 7% 안팎, 지역MBC는 14% 안팎의 로컬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본사 입장에서는 지역으로 프로그램을 많이 내려보내나 적게 내려보내나 제작비는 거의 똑같이 듭니다. 해당 프로그램의 광고비도 배분해 가져가니 로컬 비율이 적을수록 유리하지요. 지역사 입장에서도 많지 않은 시청자를 위해 어렵게 로컬 프로그램을 제작하느니 서울의 프로그램을 받아 방송하고 광고비를 나눠갖는 게 훨씬 이익이지요.

▲ 방송문화진흥회가 19~20일 이사회를 열고 MBC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PD저널
지역민방들이 해마다 자체편성 의무비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SBS 역시 지역민방의 로컬 프로그램 비율이 낮아질수록 영향력도 커지고 경제적으로도 이익이지요.

MBC의 모태가 된 부산MBC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장을 지역계열사에서 승진 임명해왔습니다. 마산MBC는 2005년 한 차례 사장을 자체에서 발탁했고 대구MBC도 2008년 처음으로 내부 사장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본사 인물이 내려와 사장을 차지하니 '식민지 총독 임명하듯 한다'며 불만이 많았지요. 그러나 일각에서는 본사 출신이 내려와야 서울과의 협조가 잘되기 때문에 지역사에서도 은근히 바란다는 말도 하더군요.

물론 본사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터에 지역계열사들의 사정이 더욱 어렵다보니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지역MBC가 본사에 짐이 될 가능성이 더 커지겠지요. SBS와 비교해 지역광고료 배분 비율이 MBC 본사에 더 불리하게 책정돼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MBC 본사와 지역사의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위성방송과 위성DMB에 프로그램을 재송신하는 문제 등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보였고 미디어렙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이 크지요. 일부 지역사가 본사의 방침에 불만을 품고 지역뉴스 화면을 서울로 올려보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네요.

MBC 지역계열사 광역화가 실패한 까닭

정연주 사장 시절 KBS는 25개 지역국을 18개로 줄였는데, 여전히 MBC는 그보다 많은 19개 지역사를 두고 있습니다. 숫자가 많으면 많은 만큼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경영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최문순 사장 시절인 2005년 말 광역화 TF를 구성해 부산-울산-마산-진주MBC의 광역화를 추진했으나 이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광역화를 하지 못한 것이 도리어 MBC의 지역계열사의 매각 필요성을 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광역화하지 않으면 팔기도 어렵지요. 또 이를 뒤집어 보면 광역화도 안됐는데 어떻게 민영화를 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노조의 반발이나 지역민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회사로 돼 있는 KBS와 달리 MBC는 지역계열사가 모두 독립법인이고 주주 구성도 복잡해 절차가 훨씬 까다롭습니다.

19개 지역계열사 가운데 광주-춘천-울산-강릉-삼척MBC 5개사는 본사가 100% 주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전주-마산-청주-안동-포항MBC 5개사의 본사 지분도 80%를 넘지요. 그런데 대구-대전-제주-여수-목포-충주MBC 6개사의 본사 지분율은 50%대에 그칩니다. 충주MBC는 최재용 씨가 49% 지분을 갖고 있고 남창기업의 제주MBC 지분도 46.87%에 이릅니다. 원주MBC의 주식 40%는 천주교 원주교구 유지재단이 갖고 있지요. 계룡건설의 대전MBC 지분이나 동원산업의 여수MBC 지분도 각각 30%와 28.75%입니다.

MBC 본사가 주식을 매각하면 몇 곳에서는 매수자가 아니라 기존 대주주가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방송법상 지상파 최대주주 지분한도(현행 30%, 개정안 40%)가 정해져 있어 51~100%의 주식을 한 법인(개인)에 팔 수는 없습니다. 방송법상 방문진이 소유한 방송사는 지분한도의 예외로 규정돼 있고 통합방송법 발효 이전의 소유관계는 불소급 원칙에 따라 특례조항으로 인정되지만 새로운 주주에는 특례를 적용할 수 없거든요.

최재용 씨나 천주교 원주교구가 주식을 팔지 않는다면 충주MBC와 원주MBC의 주인이 되는 셈인데, 개인이나 종교재단이 지상파방송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또 남창기업의 제주MBC 지분율이 최대주주 한도를 넘는 것도 논란거리지요. 방송통신위원회가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심사한다 해도 기존에 주식을 갖고 있던 기업 등에 일방적으로 매각을 종용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독재적인 방식을 동원하지 않는 한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본사가 주식을 파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또 대구MBC가 외국계로 넘어간 쌍용의 주식을 팔지 못해 방통위의 제재를 받았듯이 적절한 매수자가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최대주주의 경우 방송사 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겠지만, 2대주주 이하는 선뜻 사려고 하지 않을 듯합니다.

김 이사장은 지역MBC 노조의 공박처럼 '지역MBC에 단 하루라도 근무해본 적'은 없어도 1969년부터 1985년까지 MBC에서 PD로 근무했고 1990년대 초 방문진 이사를 지내 학계와 방송가에서는 비교적 MBC의 속사정을 잘 아는 인물로 꼽힙니다. 그런데도 지역MBC의 매각 방침을 서슴없이 언급한 것을 보면 서울 중심 사고에 치우쳐 지역의 사정을 간과했거나 아니면 MBC 민영화에 의지가 굳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연주 사장 '배임' 무죄라면 '해임'은 부당"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가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8월 18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KBS가 국세청과의 소송에서 세금 2,448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1심 판결을 얻어냈고 상급심에서도 승소가 유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 사장이 당기 순익을 내 연임을 하기 위해 서둘러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556억 원밖에 돌려받지 못하는 바람에 회사에 1,892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지요.

▲ 정연주 전 KBS 사장 ⓒPD저널
그러나 법원은 ▲누구도 재판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그동안 KBS는 국세청과의 소송에서 16건 가운데 9건은 승소하고 7건은 패소했으며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국세청이 다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박했습니다.

이밖에도 ▲법원은 조정에 의한 분쟁 해결 활성화를 권장하고 있고 행정소송에서도 조정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점 ▲KBS가 합리적 과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간 과세 관청과 협의하고 외부 전문기관에 자문을 의뢰한 것 등을 보면 조정안에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정 전 사장이 독단적으로 조정에 응한 게 아니라 자문과 내부 검토를 거쳤다는 점 ▲공기업인 KBS가 과세관청과 장기간 다투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점 ▲노조가 정연주 당시 사장의 퇴진을 반드시 관철시키려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었지요.

KBS는 1999년부터 국세청과 지루한 법정 다툼을 벌여왔습니다. 핵심 쟁점은 다른 곳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특수한 성격의 수신료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것인가이고 이것을 제외하느냐 여부에 따라 법인세 규모도 달라지지요.

검찰 입장에서 보자면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팔이 안으로 굽다보니 같은 식구인 서울고법의 조정안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고, 판사들의 특성상 "누구도 재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주장을 앞세웠다고 불만을 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네요.

그러나 정 전 사장의 '저격수'라고 불렸던 강동순 당시 KBS 감사마저 정 전 사장이 법원 조정에 응한 것을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이나 나중에 검찰 조사에서 국세청 간부가 세금을 재부과할 가능성을 끝까지 배제하지 않았다는 정황을 보면 검찰의 기소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자아냅니다. 만일 국세청 간부가 세금 재부과 가능성이 없었다고 증언하면 검찰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 텐데 검찰은 4시간에 걸친 조사에서도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한 모양입니다.

이번 사건은 KBS에서 오랫동안 세금 관련 업무를 맡아온 C씨의 고발에서 비롯됐습니다. KBS의 세무소송 대리인이었던 K변호사도 KBS의 조치에 불만을 품었지요. 정 전 사장은 6월 22일 법정 최후진술에서 두 사람의 주장이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며 논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지요. 여기에 정연주 사장을 밀어내려는 정권의 의도가 합쳐져 검찰이 기소했다는 게 정 전 사장의 해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정 전 사장 해임과정에는 감사원, 교육부, 검찰, 국세청, 경찰, 방통위 등이 총동원된 듯한 인상을 줍니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는 학교에서 해직된 데 이어 KBS 이사에서 해임됐고,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벌인 끝에 정 전사장의 해임을 권고하자 KBS 이사회는 정 전 사장의 해임을 제청했지요.

그러나 지금까지의 법원 판결로만 보자면 문제가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신 교수는 학교를 상대로 낸 해임무효 청구소송에서 1, 2심 모두 승소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과 방통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강성철 보궐이사의 추천과 임명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얻어냈고, 정 전 사장도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지요. 대한민국 판사들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경영상 책임의 정도나 절차상 하자로 미뤄볼 때 정 전 사장이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청구소송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설명대로 누구도 재판 결과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앞서 결과가 나온 하급심 판결이 최종심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요. 그렇지 않다면 굳이 3심제를 왜 두었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대법원까지 가서 확정판결을 받는다면 그때는 신태섭 이사나 정연주 사장의 임기가 끝난 시점이라는 것이지요. 명예는 회복할 수 있어도 자리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이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만약 부당하다고 여기면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판단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던 걸까요.

신 전 이사나 정 전 사장이 정신적ㆍ물질적 피해를 배상받기 위해 별도의 소송을 낼 수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최종 결론이 나올 겁니다. KBS가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국세청과 합의했듯이 적정한 선에서 정부가 정 전 사장에게 사과와 배상을 하고 끝내는 방법도 있겠지요. 만일 그렇게 한다면 정부나 정 전 사장도 승소가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하고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가 적용되는 걸까요?

검사와 논설위원의 탈세 중 어느 쪽이 더 문제일까?

정 전 사장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8월 17일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추궁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아파트 매매가를 두 차례나 축소 신고해 세액을 줄이는 이른바 '다운계약서(이중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김 후보자는 "대방동 아파트는 집을 산 사람이 축소 신고한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고 서빙고동 아파트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권유를 따랐지만 시가대로 안된 것에 대해서는 불미스럽게 생각한다"고 시인했습니다. 대부분의 신문을 보면 이 문제는 위장전입이나 부당 소득공제, 매형 청탁 의혹 등에 비해 작은 사안으로 치부되는 듯하더군요.

그러나 2006년 재임 논란 당시 정 사장은 2001년 한겨레 논설위원 시절 고양의 아파트를 살 때 다운계약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한나라당, 보수신문, KBS노조 등으로부터 부도덕하다는 비판을 엄청나게 받았습니다. 실거래가로 신고하는 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그런 것이 통례나 마찬가지였는데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자질 부족을 증명하는 사례처럼 거론됐지요.

18년간 미국에서 살다가 막 귀국해 국내 실정에 어두운 상태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신문사 논설위원과 육법전서를 달달 외우다시피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법을 집행하는 자리에 있는 검사 가운데 누구의 죄가 더 중하고 누구의 정상이 더 참작될 수 있을까요. 만일 정 전 사장의 부도덕성을 준엄하게 꾸짖었던 사람이라면 적어도 김 총장에게는 더 세찬 질타를 퍼부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종편 보도채널 선정 빨라야 내년 1월"

주요 언론사들이 방송법 개정에 따라 새롭게 생겨날 종합편성-보도채널을 따내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수익성이 불투명하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묶였던 방송 진출의 기회가 수십 년 만에 열리는 만큼 모두 호기로 여기고 출사표를 내던졌지요.

80년 방송 통폐합을 거론하며 "방송 진출이 아니라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의 방송 환수"라고 주장하는 중앙과 사운을 걸고 전사적으로 총동원령을 내린 동아는 물론 "신문이 방송을 하지 않으면 서서히 망하고 방송을 하면 빨리 망한다"는 방상훈 사장의 말에 따라 주저하는 듯 보이던 조선도 뛰어들어 일단 종편을 둘러싼 3자회전의 흥행 구도가 갖춰졌고 보도채널 MBN을 운영하고 있는 매일경제도 가세했습니다. 이밖에도 한국일보와 YTN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케이블TV협회도 주요 MSO를 중심으로 종편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하네요.

보도채널에는 연합뉴스, 국민일보,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CBS, 머니투데이방송, 한국경제 등이 방송 추진 조직을 구성했거나 참여 희망을 피력하고 있지요. SBS도 한때 보도채널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승인 대상의 보도채널이 아니라 경제정보채널 쪽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헌법재판소에 청구된 권한쟁의심판이 아니더라도 개정 방송법이 공포되기 전에 방통위가 새 사업자 공모를 위한 행정행위를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가을국회에는 국정감사도 있어 섣불리 보도-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정책방안을 마련했다가 야당 의원들에게 호되게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진행할 겁니다. 다만 시행령은 11월 1일 방송법 개정안 발효와 함께 시행돼야 하니 그 전에 개정작업을 끝내야지요.

설혹 법 발효 이전에 공청회 등을 거쳐 사업자 선정 방향과 심사기준 등을 모두 확정해놓는다 해도 사업자 선정 공고는 법 발효일인 11월 1일 이전에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업 희망자들에게 신청서류 준비기간을 적어도 한 달은 줘야 하고, 신청서류 보정기간과 심사기간에 한 달 반가량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빨라야 내년 1월 중순이 돼야 사업자 선정이 끝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직 방통위는 종편과 보도채널을 각각 몇 개 선정할지, 종편과 보도채널 사업자를 한꺼번에 공모하며 중복 신청을 허용할지, 보도부터 먼저 선정하고 종편을 나중에 공모할지 아니면 반대로 할지, 복수의 종편을 한꺼번에 승인할지 순차적으로 승인할지 등에 대해 전혀 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연내 목표가 물 건너간 것은 물론 내년 초에도 쉽지 않을지 모릅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채널 심사 공정할 것"

항간에서는 현 정부가 보수신문들의 덕을 많이 봤고, 정권 핵심부에 신문사 출신 인사들이 많은 데다 신문의 방송 진출 허용에 강한 의지를 피력해온 것으로 보아 보은 차원에서 줄 곳을 이미 정해놓은 것 아니겠느냐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또 최근 방송가의 기류로 보아 지난 정부에 비해 로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추측을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탈락한 사업자를 달랠 수 있는 '떡'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번 사업자 선정이 역대 정권 통틀어 어느 때보다 공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조중동이 각각 100명 넘는 인원으로 기획단을 발족시켜 덤비는데 청와대에서 조직적으로 어느 한 곳을 밀어줬다가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또 위성방송이나 경인민방에서 보듯이 사업권 선정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되면 사업자간에 그랜드컨소시엄을 유도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조중동 가운데 누구더러 누구와 합치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라는군요.

물론 조직적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 컨소시엄 구성 단계에서나 심사과정에서 특정 신문을 배려하려는 사람이 나타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경쟁에서 탈락한 신문은 반정부 논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설프게 개입하기가 무척 조심스럽겠지요.

다시 말해 이번에야말로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심사해보니 객관적으로 점수가 가장 높아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사업을 잘할 수 있는 곳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김영삼 정부 시절 케이블TV SO와 PP, 지역민방, 홈쇼핑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권력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통합방송위 출범 이후에는 그런 시비와 의혹이 줄어들었고 정권 차원의 개입 가능성도 상당부분 차단된 게 사실입니다.

심사 이전에 컨소시엄 구성 단계나 심사 기준과 항목별 배점 마련, 심사위원 선정 등에 어떤 힘이 작용할 수는 있었겠으나 그 동안 문제가 불거진 사례도 없었지요. 또 이제는 심사위원 점수를 나중에 뒤집을 수도 없고 심사위원들도 소송 등을 우려해 지나칠 만큼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겼다는 게 방통위 직원들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경인민방 때는 청와대가 편을 든 것으로 알려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신 영안모자 컨소시엄이 선정돼 발표가 한때 지연되는 소동을 빚기도 했지요. 지상파DMB 심사에서도 정무적 판단을 배체한 채 사업계획서대로만 점수를 매기다보니 KBS가 EBS에 밀려 떨어질까봐 방통위가 노심초사했다는군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현 정권과 가깝거나 방통위와 관련된 인물들이어서 실제로 그대로 될지 믿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현 정권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정부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여 왔는데 어차피 욕먹을 각오하고 주고 싶은 사람 주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언론계와 미디어산업을 위해서나 우리나라를 위해서나 부디 투명하고 공정한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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