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는 유머와 여유 넘치는 정치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영희 한국PD연합회장

▲ 김영희 한국PD연합회장 ⓒPD저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김영희 한국PD연합회장은 “학창시절부터 존경하는 정치인 중의 한 사람이었다”면서 “일관되게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항상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왔다”고 말했다.  

김 회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연은 익히 방송을 통해 알려져 있다. 바로 199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경규가 간다’에서 당시 일산 김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가 인터뷰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TV 프로그램 최초로 성사된 것이었고, 시청률도 40%를 기록했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 회장은 “DJ가 TV는 고사하고,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도 거의 없었다. 더구나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게 당시 정서”라고 말했다. 윗선에 이야기를 하지 않고 인터뷰를 진행한터라 녹화를 마치고 돌아온 뒤 간부들이 인터뷰 경위를 묻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자칫 인터뷰 한 테이프를 빼앗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복사를 해 원본은 두고 복사본을 들고 다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회장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굉장히 여유롭고 인간미가 넘치며, 유머와 위트가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른 아침 자택을 불쑥 찾아갔을 때 경호원들이 제지하기도 했지만 인터뷰 요청에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응한 것에서 여유로움을, 이희호 여사와 일산 호수공원에서 아침 운동을 1시간 가량 하면서 여느 부부들처럼 장난치는 모습에서는 인간미를, 상의하지 않은 질문임에도 가벼운 조크로 답변을 시작하며 미리 준비한 사람처럼 조리 있게 답변하는 자세에서는 유머와 위트가 뛰어난 점을 예로 꼽았다.

▲ 1996년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경규가 간다' 김대중 민주당 총재편. 당시 4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
방송이 나간 후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DJ의 정치인생 40년 가운데 웃는 모습이 TV로 나간 것은 처음”이라며 고마워했다고. “도와줄 일이 없냐”는 물음에 김 회장은 “나중에 청와대 가시면 한 번 만나달라”는 부탁을 했다. 결국 1999년과 2000년 두 번에 걸쳐 청와대에서 MBC 〈칭찬합시다〉를 녹화했다. 청와대의 권위의식이 달라진 것을 실감한 것은 특히 두 번째 녹화 때였다. 세트를 지어야 하는 특성상 청와대에 온갖 기자재가 들락날락 거려야 했고, 심지어 폭죽까지 터뜨려야 했지만, 무리 없이 진행됐다. 그는 “청와대가 정말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가 김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난해 8월 열린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창립 3주년 기념식에 초청받은 자리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강연을 했다. 당시 먼발치에서 지켜본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 지난 20일 국회에 혼자 조문을 다녀왔다는 그는 “한국정치사에서 큰 거목이 돌아가셨다는 느낌보다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동네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슬펐다”며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