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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의 인적 구성이 바뀌었다. 알려진 바대로 박명진 전 위원장이 사퇴하고 이진강 전 변호사협회 회장이 선임되었다. 항간에는 신임 이 위원장이 대통령의 ‘복심’이라느니 ‘안테나 인사’라느니 하는 설이 분분하다. 그는 대한변협 회장 시절에 BBK특검, 미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조중동 불매운동 등의 사안과 관련해 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MB맨’으로 꼽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현 정권이 무엇보다 공정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권력자와 가까운 인물을 굳이 임명하는지 먼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심의위는 출범 이래 각종 심의에서 밀실심의, 정치심의, 편파심의로 논란을 빚어왔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의 절친한 후배가 신임 위원장이 되었다는 것은 예사로운 얘기가 아니다. 재삼 이 정권의 오만방자, 후안무치를 확인한다.

신임 이 위원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중립은 위원회가 지켜야 할 가치”라고 언명했다. 그는 또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위원회로 만들어 국민 품에 돌려드리는 게 위원장으로서의 포부”라고 강조했다. 언즉시야(言則是也)라 틀린 말은 없다. 무릇 심의는 민간자율심의로 가야 한다는 대원칙을 그가 알고는 있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 정권이 지난 1년 반 동안 보여준 것은 위선과 수사(修辭)였고, 불통과 독주였다. 신임 위원장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신임 위원장이 권력자의 측근으로서 뒤늦게 논공행상을 받았는지의 여부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더 이상 심의위가 난맥상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진강 위원장이 그에게 쏠리는 불신을 알고 있다면 엄정한 판단과 처신을 할 줄 믿는다. 하지만 벌써 조짐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나름대로 신중한 숙의(熟議)의 역할을 했던 분과 특위의 기능을 축소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심의위가 전임 위원장의 심의 기조 위에서, 이제는 그의 조직 장악 하에 업무의 효율성과 속도만 더하게 되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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